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사격 사실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이 27일 오후 전남 광주지방법원에 피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광주=월드투데이]남재준 기자= 27일 '5·18 헬기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 출석을 위해 광주지법에 도착한 전두환씨(89)는 1년 전 당당한 모습과는 사뭇 다른 태도를 보였다.

전씨는 이날 오후 2시 재판보다 1시간여 이른 시간에 법원 정문이 아닌 후문으로 낮 12시19분 수행원 등과 함께 광주지법에 도착했다.

5월 단체와 시민 등 200여명은 전씨가 법원 정문으로 들어올 것으로 보고 항의 피켓을 들고 오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법원 정문이 아닌 후문으로 도착해 부인 이순자씨와 함께 경호원의 부축을 받으며 조용히 광주지법 법정동으로 이동했다.

전씨는 서울 연희동 자택에서 출발할 때는 모자를 쓰고 있었으나, 광주 도착 후 모자를 벗고 안경도 쓰지 않고 마스크만 착용하고 법원으로 향했다.

취재진의 "죄를 저지르고도 왜 반성하지 않습니까",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는데 왜 책임지지 않습니까", "사죄하지 않으신겁니까"라는 질문에도 지난해 3월 재판에서 다소 과격한 반응으로 논란이 된 것을 의식한 것인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전씨는 지난해 3월11일 진행된 첫 공판기일에서는 기자들이 "5·18민주화운동 당시 발포명령했나"는 질문에 약간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며 "이거 왜 이래?"라고 버럭 화를 내며 법정으로 들어갔다.

또 법정에서는 헬기사격을 부인했고, 꾸벅꾸벅 조는 모습까지 보이기도 했다.

1987년 대통령직 퇴임 후 32년만에 광주에 도착한 그의 첫마디가 "왜 이래" 라서 당시 이 발언은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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