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양이 거주하던 창녕의 한 빌라(사진=뉴스1)

[창녕=월드투데이]정윤경 기자= 계부와 친모에게 학대를 당하다 지난달 29일 집에서 탈출한 A양(9)이 탈출 후 부모를 따돌리기 위해 거주하던 빌라 내 물탱크실에 장시간 숨어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등에 따르면 A양은 지난달 29일 친모가 쇠사슬을 풀어준 사이 자신의 집 테라스 난간을 통해 옆집으로 넘어갔으며, 옆집을 빠져나와 빌라 옥상에 설치된 물탱크 시설에 5~6시간가량 숨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물탱크 시설은 A양이 거주한 빌라의 4층과 복층 지붕 사이에 위치해 있다. A양은 자신의 집현관과 옆집 현관 사이 복도에 설치된 사다리를 타고 이곳으로 올라간 것으로 보이며, 부모에게 발각되지 않기 위해 한동안 건물 안에 숨어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A양은 아동보호기관에 "집을 빠져나온 후 건물 고정 철제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기계 소리가 들리는 곳에 숨어 있었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탈출 후 여아의 행적을 어느 정도 파악됐으나 사건과 직접적 연관이 없다"며 "일부 언론에서 산을 헤맸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고 전했다.

A양은 지난달 29일 집에서 탈출해 창녕의 한 도로에서 잠옷차림으로 주민에게 발견됐다. A양의 계부와 친모는 A양을 쇠사슬로 목을 묶거나 불에 달군 쇠젓가락으로 발등과 발바닥을 지지는 등의 학대를 자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지난 13일 추가 압수수색을 통해 A양이 쓴 일기장을 증거물로 확보했으나, 일기장에서 학대 사실을 밝힐 구체적 내용은 발견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A양은 2주간의 입원 치료를 받고 지난 11일 퇴원해 도내 한 아동보호 쉼터에 머물며 현재 심리치료 등을 받고 있다.

A양의 의붓동생 3명 역시 법원의 임시보호명령에 따라 부모와 분리돼 다른 아동양육시설에서 보호 중이며, 이들에게는 학대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경상남도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A양은 현재 경남의 한 아동보호 쉼터에서 밥도 잘 챙겨 먹으며 밝은 모습으로 지내고 있다. 최초 발견 됐을 당시보다 체중도 많이 늘었다"며 당분간은 쉼터에서 생활하며 심리치료 등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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