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감독(왼쪽부터), 선수 A씨, 선수 B 씨(사진=뉴스1)

[서울=월드투데이]김대현 기자= 지난달 26일 극단적 선택으로 삶을 마감한 故 최숙현(22) 철인3종경기(트라이애슬론) 선수에게 폭행 및 폭언 가해자로 지목된 경주시청팀 감독과 선수 2명이 국회에 출석,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들은 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상임위원회의 트라이애슬론 선수 가혹행위 및 체육 분야 인권 침해 관련 긴급 현안 질의에 증인으로 참석했다.

미래통합당 이용 의원이 먼저 “최 선수에게 폭행·폭언한 적이 없느냐”고 묻자 김규봉 경주시청 감독은 "그런 적은 없다"며 "감독으로서 선수가 폭행당한 것을 몰랐던 부분의 잘못은 인정한다"고 대답했다.

폭행·폭언의 당사자로 지목된 여자 선수 A씨 또한 "폭행한 적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용 의원이 김 감독과 선수 3명에게 "고인에게 사죄할 마음이 없느냐"고 다시 묻자 이들은 "마음이 아프지만,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했다"는 말만 반복했다.

더불어민주당의 박정 의원과 임오경 의원의 "고 최숙현 선수가 무차별로 맞을 때 대체 뭘 했느냐"는 질의에도 김 감독은 "폭행한 적 없고, 선수가 맞는 소리를 듣고 팀 닥터를 말렸다"며 공개된 녹취록과 동료 선수들의 추가 피해 증언도 인정하지 않았다.

의원들은 폭행의 직접 가해자인 이른바 '팀 닥터'로 불리던 안모씨에 대해 체육회와 문체부가 전혀 입수하지 못한 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 이상헌 의원이 "선수들의 건강을 관리해야하는 팀 닥터라는 사람이 선수를 폭행했다"며 김 감독에게 팀 닥터의 합류 배경을 따지자, 김 감독은 "2008년 병원에서 치료를 잘한다는 소문을 들었고, 선수들의 요청으로 팀에 오게 됐다"며 자신은 무관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박양우 문체부 장관은 "고 최숙현 선수의 유족과 선수들, 국민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특별조사단을 구성해 철저한 조사는 물론 기존 시스템의 작동 문제를 확인해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검찰에도 은폐·축소 의혹 수사를 요청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동료 선수들은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은 감독과 특정 선수만의 왕국”이라며 “한 달에 10일 이상 폭행을 당했고, 욕을 듣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로 폭언 속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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