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 성추행 고소인의 변호인이 공개한 비밀대화 초대 화면

[서울=월드투데이]김대현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직 비서 A씨는 기자회견을 가지고 박 시장의 위력에 의한 성추행이 4년간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13일 오후 2시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사건 기자회견’이 열렸다. A씨의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는 지난 8일 박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A씨를 대신해 입을 열었다. 이 자리에 A씨는 참석하지 않았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A씨는 박 시장의 비서로 일한 4년, 다른 부서로 발령난 후에도 지속적으로 성추행을 입었다.

김 변호사는 “범행 장소는 시장 집무실, 집무실 내 침실 등이었다”며 “박 시장은 피해자에게 셀카를 찍자며 신체를 밀착하거나 무릎에 난 멍을 보고 '호' 해주겠다며 무릎에 자신의 입술을 접촉하고, 집무실 내 침실이나 내실로 피해자를 불러 ‘안아달라’며 신체 접촉을 하고, 늦은 밤에 텔레그램 비밀대화방에 초대해 지속적으로 음란한 문자나 속옷만 입은 사진을 전송해 A씨를 성적으로 괴롭혔다”고 설명했다.

A씨의 서울시장 비서직 수행 경위에 대해서는 “피해자는 공무원으로 다른 기관에서 일하다 어느 날 서울시청에서 연락을 받고 면접 후 비서실 근무 통보를 받아 박 시장의 비서로 약 4년간 일했다”며 “시장의 비서직에 지원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또한 A씨에 대해 인터넷에는 피해자가 사직한 것으로 나오고 있으나, 사건 피해 발생 당시뿐만 아니라 2020년 7월 현재에도 대한민국 공무원으로 재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성폭력특례법상 통신매체이용음란·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형법상 강제추행 죄명을 적시해 7월 8일 오후 4시30분쯤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장을 접수했고, 다음날 오전 2시30분까지 고소인에 대한 1차 진술조사를 마쳤다. 이후 9일 오후부터 가해자가 실종됐다는 기사가 나갔으며,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김 변호사는 “피해자가 사용했던 핸드폰을 경찰에 임의제출하기 전 사적으로 포렌식하고 일부 나온 자료는 수사기관에 제출했다”며 “(A씨는) 친구와 기자, 동료 공무원 등에게 괴로움을 호소하며 박 시장이 보낸 문자와 사진을 보여준 적이 있다”며 “피해자는 성적 괴롭힘에 대해 부서를 옮겨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 함께한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이 사건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위력에 의한 비서 성추행 사건"이라며 “피해자가 시장에 대해 절대적으로 거부나 저항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업무시간뿐만 아니라 퇴근 후에도 신체를 접촉하고 사진을 전송하는 등 전형적인 권력과 위력에 의한 피해 발생”이라고 지원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고소인이 바로 대응에 나서지 않은 이유도 덧붙였다. 그는 “피해자가 서울시 내부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시장은 그럴 사람이 아니라며 시장의 단순한 실수로 받아들이라고 하거나 ‘비서의 업무는 시장의 심기를 보좌하는 역할이자 노동’이라 일컫고, 피해를 사소화하는 등의 반응으로 더 이상 피해가 있다는 말조차 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이 사건은 전형적 직장 내 성추행 사건임에도 피고소인이 고인이 되어 공소권 없음으로 형사고소를 진행 못하게 됐으나 결코 진상규명 없이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박 전 시장은 여성 인권에 관심을 갖고 역할을 해 온 사회적 리더였지만 그 또한 직장 내 여성 노동자에 대한 성적 대상화, 성희롱, 성추행을 가했다”며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 사건에 대해 가장 가까이에서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위치에 있었음에도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멈추는 선택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소장은 “이 사건은 고소와 동시에 피고소인에게 수사 상황이 전달됐다. 서울시장의 지위에 있는 사람에게는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증거인멸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을 우리는 목도했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국가 시스템을 믿고 위력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고소할 수 있겠는가”라며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청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A씨가 직접 작성한 글을 이 자리에서 대신 읽었다. A씨는 글을 통해 “거대한 권력 앞에서 힘없고 약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공정하고 평등한 법의 보호를 받고 싶었다. 안전한 법정에서 그분을 향해 ‘이러지 말라’고 소리 지르고 싶었다”며 “50만명이 넘는 국민들의 호소에도 바뀌지 않는 현실은 그때 느꼈던 위력의 크기를 다시 한번 느끼고, 숨이 막히게 한다. 저와 제 가족이 보통의 일상과 안전을 온전히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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