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된 공무원이 승선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 (사진=뉴스1)

[서울=월드투데이]김대현 기자= 서해 북단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된 후 북한에서 피격돼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월북 가능성을 두고 당국과 유족의 입장이 충돌하고 있다.

25일 군과 해양경찰 등 관계 당국은 공무원의 자진 월북 가능성을 말하고 있지만, 유족들은 강하게 반발하며 “멀쩡한 국민을 월북한 파렴치한으로 몰고간다”는 반응이다.

실종 해상 인근의 연평도 어민들 또한 수영으로 가기 힘든 거리라는 의견이며, 동료들 또한 사망 공무원이 평소 월북이나 북한에 관해 일절 언급이 없었다고 전했다.

군과 정보 당국은 지난 21일 실종된 해수부 산하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8급 공무원 A(47)씨가 월북을 시도하다 북측 해상에서 표류하다 북한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고 밝혔다. 또한 북한군이 A씨의 시신을 태운 정황도 포착됐다.

군 당국은 A씨가 연평도 인근 해역의 조류를 잘 알고 해상에서 소형 부유물을 이용했으며, 북한 선박에 월북 의사를 표시했다며 자진 월북을 시도한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했다.

해경 또한 전날 A씨가 타고 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에서 현장 조사를 한 결과 유서 등 월북 징후를 남기지는 않았으나 실종자의 신발이 선박에 남아 있었던 점, 구명조끼를 착용한 점, 평소 채무로 고통을 호소한 점, 국방부 첩보 등을 제시하며 월북 가능성을 언급했다.

공무원 A씨의 유족은 월북 가능성에 매우 분노하고 있다.

A씨의 친형 이모(55)씨는 전날 다수 매체와의 통화에서 "우리 군이 24시간동안 도대체 어떻게 월북한 국민을 확인하지 못하고 대응하지 못했는지 현장에 직접 가서 현장 상황을 전해 듣고도 이해가 가질 않는다"고 전했다.

이씨는 동생의 사망 소식을 "인터넷이나 뉴스를 보고 알았다"며 "당시 저는 배에 올라 있었고 가족들이 알려와 바로 검색을 해서 알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기자들만 찾아 왔지 군에서 전화 한통 없었다"면서 "통보도 받지 않았고 전화를 해도 연락도 잘 안 됐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씨는 동생의 월북 가능성 제기에 대해서도 "동생이 실종됐다고 한 시간대 조류의 방향은 북한이 아닌 강화도 쪽이었으며 지그재그로 표류했을 텐데 월북을 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동생은 원양어선 항해사 출신인데, 아무리 생각을 해도 그 현장은 조류가 센 지역이라 바다에 빠져 월북한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동생은 오전 1시 35분 이탈 후 2시간 정도 실족된 것으로 판단되는데, 그 시간은 조류가 강화도 방향으로 흐른다. 해경도 조사를 했을텐데 추측성 월북 발표를 이해할 수 없으며, 우리 군도 24시간가량 우리 해역에 떠있던 동생을 발견하지 못했고,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그 실책을 여실히 드러낸 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군 당국이 책임 회피를 위해 월북한 것으로 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동생이 타고 있던) 선박에 공무원증과 신분증이 그대로 있었다"며 "북한이 신뢰할 공무원증을 그대로 둔 채 월북을 한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국방부는 북한이 동생에게 총을 쏘는 광경을 봤다고 하는데 그것만 봤다는 것인지 이전에는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동생을 나쁜 월북자로 만들어 책임을 피하려는 시도가 아닌지 의문"이라며 "동생이 우리 영해에 있었던 미스터리한 시간을 덮으려는 것으로 의심이 든다"고 밝혔다.

A씨가 실종되기 전 채무로 힘들어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상식적으로 돈 없고 가정사가 있다해도 월북이 가능한 일인가?"며 "막내 동생도 원양어선 선장이고, 나도 항해사 출신이라 항상 형제가 통화를 하면 현재 위치와 건강 등을 체크하면서 안부를 묻는다. 사고 전 19일에 동생과 마지막으로 통화를 했을 때도 평소와 다름 없는 통화를 했고 이상한 기색은 없었다"고 전했다.

군 당국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2일 오후 3시 30분께 북한 등산곶 인근 해상에서 북측 수산사업소 선박에 의해 발견됐다. 이는 최초 실종 사건이 접수된 소연평도 남쪽 2.2㎞ 해상에서 서북서 방향으로 약 38㎞ 떨어진 해상이다.

한 50대 어민은 "첨단 장비 착용도 아니고 구명조끼에 부유물만 가지고 40㎞에 가까운 거리를 이동하는 건 수영 선수라도 불가능"이라고 말했다.

A씨의 동료들도 해경과 해수부에 A씨에게 월북 징후가 없었다고 밝혔다.

해수부는 전날 온라인 브리핑에서 A씨가 주변에 평소 월북 얘기를 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동료들과도 그런 얘기를 나눴던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고, 그런(월북 가능성) 얘기를 하는 사람이 전혀 없어 증언도 당연히 없다"고 답했다.

실종된 어업지도선을 조사한 해경도 A씨가 월북이나 북한에 관심 있다는 얘기를 한 적이 없었다고 지도선에 동승한 동료들이 진술했다고 전했다.

유족 측은 실족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A씨의 형은 동생이 어업지도선 무궁화10호로 옮긴 지 3일 정도밖에 안 된 적응 기간이었다는 점도 실족 가능성의 근거로 들었다.

이씨는 "(실종 시간) 새벽 1∼2시는 졸릴 시간이라 담배를 피우러 나왔다가 실족했을 수도 있다"며 "라이프재킷(구명조끼)을 입어 월북 증거라고 하는데, 평상시 입어야 하는 것으로 월북과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해양수산부는 A씨가 단순 실족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해수부는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면서도 "(A씨가 배에) 슬리퍼를 가지런히 벗어놓았고 사고 당일 기상이 아주 양호했고 위험한 상황은 아니었다"며 월북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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