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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월드투데이]최수혜 기자= 정부가 여성계의 낙태죄 폐지 요구에도 불구하고 현행 낙태죄는 존속시키고 임신 14주까지 낙태를 허용하는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을 7일 입법예고했다.

이 개정안은 임신 14주까지 낙태를 처벌하지 않고, 15~24주까지는 모자보건법상 허용 사유(유전병이나 성범죄에 의한 임신) 등에 허용범위를 넓혀 '사회·경제적 이유'도 추가한 것이다.

이는 지난해 4월11일 임신한 여성이 스스로 낙태하거나 임신을 한 여성 승낙을 받은 의사가 낙태하는 것을 처벌하는 형법 269조·270조가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해 위헌이므로 올해까지 이들 조항을 개정하라는 헌재 헌법불합치 결정의 조처이다.

헌법불합치 의견을 낸 유남석·서기석·이선애·이영진 재판관은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인 임신 22주 내외에 도달하기 전까지의 낙태에 대해선 국가가 생명보호의 수단 및 정도를 달리 정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헌재는 낙태가 허용되는 범위에 대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면이 있으니 위헌성이 있다는 취지였다"며 "헌재 결정 (이유) 그대로 가면 임신 14주 이내 전면 허용, 15~22주 이내 제한적 허용이 돼야 하는데 (개정안은) 24주까지로 규정했고, 기존 모자보건법과 비교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넓혔다"고 말했다.

앞서 법무부 자문기구인 양성평등정책위원회도 임신 주수 구분없이 낙태죄를 폐지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이 위원회 이한본 변호사는 "임신 주수는 여성의 최종 월경일을 기준으로 하는데, 낙태가 문제되는 건 계획되지 않은 임신을 하는 경우"라며 "정확한 산정이 안 된다는 점에서 형사처벌 기준의 명확성 원칙에 어긋난다. 이는 형법으로 여성에게 출산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했다. 법무부 양성평등정책 특별자문관인 서지현 검사도 "형법의 명확성, 보충성, 구성요건의 입증가능성 등에 현저히 반한다"고 말했다.

반면 여성계는 낙태죄 전면폐지를 요구하고 있고, 종교계는 태아 생명권을 중시를 각각 주장하며 강경대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장영미 변호사는 "낙태를 형법으로 처벌하는 게 맞느냐는 문제의식은 타당하나, 법 개정은 현실적 문제고 종교단체 등의 반발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거셀 것"이라며 "법 개정은 사회적 합의고 입법적 결단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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