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뉴스1

 

[서울=월드투데이]최영란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배제로 총장 직무대리를 하고 있는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추미애 법무부장관에게 검찰개혁의 대의를 위해 한 발만 물러나 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24일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배제 이후 일선 고검장들부터 전국 일선 청·지검 평검사들까지 재고를 요청한 데 이어, 추 장관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조 차장까지 철회를 요청했다.

조 차장은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추 장관을 보좌하다가 지난 8월 검찰총장 대검찰청 차장에 승진 임용됐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 차장은 이날 오전 9시37분쯤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장관님께 올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검찰개혁의 대의를 위해 장관님, 한 발만 물러나 달라"고 요청했다.

조 차장은 "제가 총장 권한대행 근무 첫날 밝혔듯 갈라진 검찰 조직을 검찰개혁의 대의 아래 하루빨리 하나로 추스르려면 검사들의 건의에 권한대행으로서 침묵만은 할 수 없어 죄송스럽지만, 장관님께 이렇게 글을 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조 차장은 "장관님의 시대적 소명인 검찰개혁이란 과제를 완성하려면 형사소송법, 검찰청법과 관련 시행령 및 규칙의 개정이나 검찰의 형사부, 공판부를 강화하는 등 조직정비와 인사만으로는 절대 이뤄질 수 없다"고 했다.

조 차장은 또 "검찰개혁은 2100여명의 검사들과 8000여명의 수사관들 및 실무관들 전체 검찰구성원들의 마음을 얻지 않고서는 백약이 무효"라며 "검찰구성원들을 개혁의 대상으로만 삼아서는 아무리 좋은 법령과 제도도 공염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차장은 "검찰국장으로서 장관님을 모시는 7개월 동안 장관님께서 얼마나 검찰개혁을 열망하고 헌신해 오셨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면서 "검찰개혁에 대한 이런 장관님의 헌신과 열망이 이번 조치로 말미암아 무산될 위기에 처해있어 감히 말씀드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조 차장은 이어서 "이번 조치가 그대로 진행하게 되면 검찰구성원의 마음을 얻기는커녕 오히려 적대시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최우선 국정과제로 추진해 온 검찰 개혁이 추동력을 상실한 채 명문도 실리도 모두 잃어버리게 되고, 수포로 돌아가 버리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 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장관님의 이번 조치에 대한 절차 위반이나 사실관계의 확정성 여부 등은 서로 의견이 다를 수 있지만, 저를 포함한 대다수의 검사들은 총장님께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불명예스럽게 쫓겨날 만큼 중대한 비위나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았다고 확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총장님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위해 살아있는 권력이나 죽어있는 권력이나 차별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엄격하게 처리해 공을 높이 세우신 것에 대해서도 모두 동의하고 있다"고 했다.

조 차장은 "오늘 법원에서 총장님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효력정지 가처분 심판이 있고, 모레는 법무부에서 징계심의위원회가 열린다"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검찰개혁의 꿈을 이루기 위해 장관님의 이번 처분을 철회하는 결단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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