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사흘간 의사일정 거부…국회 결산심사 ‘올스톱’

▲ 의원들이 떠난 텅빈 국회의사당 본회의장

[월드투데이 = 이상규 기자]

정치권의 대선 불법개입 공방 속에 정기국회가 파행 운영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8일 의사일정을 전면 거부했던 민주당은 11일 감사원장·복지부장관·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리는 13일까지 청문회를 제외한 모든 의사일정을 보이콧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국회의 결산 심사도 일제히 중단됐다.
국회 예산결산특위는 이날부터 나흘간 결산 소위원회를 가동해 2012년도 집행예산에 대한 결산 심사를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야당의 심사 거부로 회의가 열리지 못했다. 각 상임위원회의 소관 부처 결산심사도 마찬가지로 무산됐다.
민주당이 대선 의혹 ‘원샷 특검’과 법안·예산안 처리를 연계할 가능성까지 시사함에 따라 국회 파행과 공전이 장기화하면서 새해 예산안을 연내 처리하지 못해 헌정 사상 초유의 준예산 편성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대해 정계의 한 전문가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의사일정이 이처럼 계속 늦어지면 올해도 법정 처리 시한(12월2일)을 넘기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이 전문가는 또 “올해 내에 국회 본회의에서 새해 예산안을 통과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견해도 내놓았다.
이와 함께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유럽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원샷 특검’과 국정원 개혁 특위 수용을 촉구하면서 정국의 긴장도가 갈수록 높아지는 형국이다.
야권의 이 같은 대응에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의사일정 거부 방침을 맹렬히 비판하며 압박에 나섰다.
윤상현 원내 수석부대표는 “검찰의 '사초(史草) 실종' 수사결과 발표를 앞두고 벌이는 정치파업”이라고 말했고,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도시락만 까먹고 학교 수업을 상습적으로 빼먹는 불량학생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황우여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의 ‘원샷 특검’ 요구에 대해 “과거 무덤에 묻혀 있는 대선 당시 쟁송을 살려내려고 국회를 뇌사상태로 몰고 가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공전되는 국회의 정상화를 위해 지난 11일 황우여 대표와 김한길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정국 경색을 풀기 위한 여야 대표 회담을 했지만, 각자 입장 차만 확인한 채 별반 성과 없이 헤어졌다.
특히 민주당이 제안한 ‘원샷 특검’과 국정원 개혁특위 제안을 놓고 큰 이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는 별도로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와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잠시 회동했지만, 주요 현안들에서 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져 국회 공전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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