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청위(傅成玉) 중국석유화학집단공사(시노펙·SINOPEC) 회장
[월드투데이 오효진 기자]
23일(현지시간)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각국 16개 언론과 공동취재해 푸청위(傅成玉) 중국석유화학집단공사(시노펙·SINOPEC) 회장 등 3대 국영석유기업 전·현직 임원 20명이 30개의 페이퍼컴퍼니(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회사)를 만든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1995년부터 2008년 사이에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

석유방이란 시노펙,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중국석유·CNPC),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 등 국영석유기업 출신의 권력집단이다.

저우융캉 등 석유방 세력은 막대한 이권을 바탕으로 당 상층부로 진입하며 태자당(太子堂·혁명 원로 자제 그룹) 등과 함께 중국 정치의 한 축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최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부패와의 전쟁을 내걸며 '부패 기득권 세력'으로 인식된 석유방 주축들이 줄줄이 체포되고 실각하는 고초를 겪는 중이다.

ICIJ에 따르면 푸청위 시노펙 회장은 2006년 CNOOC 대표로 재임 중 버진아일랜드에 '오아시스에너지'란 유령회사를 세웠다. 양후아 CNOOC 부회장도 같은 해 버진아일랜드에 '가랜드인터내셔널트레이딩'이란 페이퍼컴퍼니를 만들고 등기이사·주주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CNOOC의 전·현직임원 11명은 21개의 페이퍼컴퍼니에 등기이사로 등록됐고, CNPC의 전·현직임원 15명은 7개의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었다.

이들 석유방 출신이 만든 유령회사 중 자회사로 공식등록된 곳은 5개에 불과하고 나머지 25개의 정체는 철저히 베일에 가려졌다.

ICIJ의 한국 파트너인 뉴스타파는 "이는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목적이 단순히 세금회피나 국제거래상 편의를 위해서였다기보다, 불법자금 세탁과 공금횡령을 위한 것이었을 가능성이 더 크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ICIJ는 1990년대 중반부터 중국 공무원·국영기업 임직원이 약 1천200억 달러(약 128조원)를 조세회피처 등 외국으로 빼돌렸다는 인민은행 보고서를 인용하며 "국영석유기업이나 임직원이 불법행위에 연루됐다는 증거는 없지만, 조세회피처의 특성을 생각하면 이들이 세운 유령회사의 용도에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24일 국내 인터넷 언론 뉴스타파는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한국인 32명의 명단을 추가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으로 뉴스타파에 의해 확인된 인물은 272명으로 늘었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의 공동작업을 통해 확인한 명단이다.

추가된 한국인 명단에는 중국의 대표적 유통업체인 인타이 그룹 선궈쥔 회장과 함께 조세회피처인 케이먼 군도의 유령회사 '이소 인터내셔널'의 공동 이사로 등재된 한국인 왕모씨가 있다고 뉴스타파는 밝혔다.

뉴스타파는 왕씨가 서울 강남에 있는 의류 수출업체 대표와 동일 인물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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