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오효진 기자]
영화 '겨울왕국'은 보다 완벽한 디즈니 왕국의 부활을 이끌어내며 폭발적인 흥행 성적을 얻었다. 그리고 사운드트랙 역시 최근 빌보드 200 차트 정상을 차지, 미국 음반 시장에서도 극장에서 만큼의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다.(디즈니 사운드트랙으로는 1995년 <포카혼타스> 이후 무려 19년 만에 얻은 쾌거)

'겨울왕국'의 사운드트랙은 그동안 디즈니 사운드트랙의 중심을 이룬 알란 멘킨(작곡), 스티븐 슈월츠먼(작사) 같은 거물급 인물들이 제외됐다. 반면, 브로드웨이 뮤지컬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부부 작곡팀 로버트 로페즈와 크리스틴 앤더슨-로페즈가 전체 삽입곡의 작사·작곡을 맡았고 '행오버' 시리즈 등 주로 코미디 영화 사운드트랙에 참여해온 크리스토프 벡이 스코어를 담당하는 이원화된 구성으로 만들어졌다.

이는 '라이온 킹' 사운드트랙이 엘튼 존(노래·작곡), 팀 라이스(작사) 대 한스 짐머 (스코어 작곡) 체제로 제작된 것과 유사한 방식. 비록 두 팀의 창작자로 나눠지긴 했지만 결과물만큼은 상당히 유기적인 조합을 이뤄냈다.

대부분 삽입곡들이 모두 뛰어나지만 가장 돋보이는 트랙은 단연 '렛 잇 고(Let It Go)'다. 영화 속 엘사가 자신만의 얼음 궁전을 만드는 장면에 쓰인 이 곡은 극 중 엘사 역을 맡은 브로드웨이 스타 이디나 멘젤의 폭발적인 가창력이 듣는 이를 압도하는 호쾌한 맛을 선사한다. (17일 현재 유튜브 조회수 4200만뷰 돌파)

'렛 잇 고'는 영화의 엔딩을 장식하는 팝가수 드미 로바토의 버전으로도 수록되었지만 엘사 이디나의 역량에는 다소 못 미치는 느낌을 준다. 실제로 빌보드 핫 100 싱글 차트에선 드미의 버전(38위)보다 이디나 버전의 '렛 잇 고'가 더 높은 순위(27위)에 올라 대조를 이뤘다.

이밖에 크리스틴 벨(안나)&이디나 멘젤(엘사)이 멋진 하모니를 선사한 '포 더 퍼스트 타임 인 포에버(For The First Time In Forever)', 눈사람 올라의 유쾌한 노래 '인 썸머(In Summer)' 등 다른 곡들 역시 우열을 가리기 힘들 만큼 고른 완성도를 보여준다. 이렇듯 오랜 기간 침체했던 디즈니 사운드트랙 역시 <겨울왕국>과 더불어 다시 한 번 그들만의 왕국을 재건해가고 있다.

'겨울왕국' 사운드트랙은 1디스크 버전 외에 데모, 아웃테이크, 가라오케 버전 등이 수록된 2디스크 버전으로도 공개되었다. 그러나 국내 개봉판(더빙/자막판 모두)의 엔딩을 장식하는 씨스타 효린이 부른 '렛 잇 고' 우리말 버전은 수록되지 않아 아쉬움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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