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5년 '시프린스호 사건' 당시 사진

[월드투데이 오효진 기자]
31일 설연휴 포털사이트에 '여수 기름유출'이 실시간 검색어로 뜨며 1995년 여수에서 발생한 시프린스호 사건의 악몽을 떠올리게 했다.

당시 1995년 7월23일 오후2시20분, 전남 여천군 남면 작도 부근 해상. 키프로스 국적의 14만5,000톤급 유조선 시프린스호가 암초에 걸렸다. 갑판 면적이 축구장 세 개만한 거대한 선체의 뒤꽁무니가 바닷물에 잠겼다. 두 시간 후인 오후4시. 보일러 폭발과 함께 화염이 치솟더니 구멍 뚫린 선체에서 원유가 흘러나왔다.

시프린스호에서 유출된 원유 5,035톤은 204㎞짜리 기름띠를 형성하며 남해안을 덮었다. 어민들과 환경단체ㆍ시민ㆍ해군과 해양경찰 등 연인원 16만6,905명, 선박 8,295척, 헬기 45대가 동원돼 19일간 해상 방제작업을 벌이고 5개월 동안 해안을 씻어냈으나 청정해역은 죽음의 바다로 변했다. 양식장 피해면적 3,826㏊에 정부 추정 재산피해액 735억원이었다.

국내 해양오염 사상 최악 사고의 원인은 A급 태풍 '페이'와 안전불감증. 중동산 원유를 싣고 여수항에 입항한 뒤 태풍이 몰아치는데도 비용절감을 위해 하역작업을 강행하다 뒤늦게 대피하던 중 화를 만났다. 태풍이 불 때 소형 선박 입항, 대형 선박 먼바다 피신의 원칙을 지켰다면 막을 수도 있었던 사고였다. 유조선 바닥이 홑겹인 단일선체 구조도 연안의 암초에 쉽게 찢겨져 나갔다.

한번 오염된 바다는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사고 2년이 지나도록 양식장과 어패류ㆍ해조류로 얻는 소득이 사고 전의 절반에 머물렀다. 요즘에도 해저에서 기름이 발견될 정도다. 사고지역 주민들의 암 발생률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있다.

한편 이날 오전 11시께 전남 여수시 낙포동 낙포부두 인근 한 업체에서 기름이 바다로 유출됐다는 신고가 해경에 접수됐다.

해경은 사고가 나자 송유관을 막은 뒤 방제정 등 15척을 동원해 긴급 방제 작업에 나섰다.

송유관에서 흘러나온 기름은 600여m 앞 해상까지 산발적으로 흩어졌으며 해경은 오일펜스를 치고 흡착제를 사용해 기름을 제거하고 있다.

해경은 기름 제거를 벌이는 한편, 목격자와 유조선 관계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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