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홍 목사

[월드투데이 강민제 기자]
수도원운동과 수도사들의 전통에는 세 가지 덕목이 있다. 청빈, 순결, 순명이다. 청빈과 순결에 대하여는 지난 글에서 언급하였기에 오늘은 세 번째 덕목인 순명(順命)에 대하여 생각해 보자.

순명은 자신을 향한 하나님의 뜻을 이룸에 자신을 온전히 바치는 삶을 일컫는다. 순명의 극치는 물론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예수님께서 마지막 날 밤에 드린 기도가 순명의 본보기가 된다.

"(예수께서)그들을 떠나 돌 던질 만큼 가서 무릎을 꿇고 기도하여 이르시되 아버지여 만일 아버지의 뜻이거든 이 잔을 내게서 옮기시옵소서. 그러나 내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되기를 원하나이다 하시니라"(누가복음 22장 41절, 42절)

이 기도에서처럼 자신이 원하는 것이나 자신이 뜻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통하여 이루시기를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알아 그것에 자신의 삶을 바치는 삶이 진정한 순명의 길이다.

우리는 흔히 하나님의 뜻을 앞세우고서는 자신의 뜻을 이루려고 한다. 그러기에 진정한 기도는 먼저 듣는 기도이다. 하나님께 무언가를 요청하는 기도가 아니라 자신을 통하여 이루시고자 하시는 하나님의 뜻을 듣는 기도가 참된 기도이다. 그래서 기도는 말하는 것이 아니라 듣는 것이다. Speaking이 아니라 Listening이다.

신앙의 초보시절에는 열심히 주시라고 기도드린다. 하나님께서 물론 그런 기도 역시 들어주신다. 그러나 신앙의 정도가 깊어져 가면서 무언가를 달라는 기도에서 아버지께서 이루시기를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들으려는 기도로 성숙되어간다.

빌립보서 2장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을 일러 주면서 진정한 순명의 삶이 무엇인지를 알게 해준다.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사 사람들과 같이 되셨고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사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빌립보서 2장 5절~8절)

이 말씀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을 세 가지로 일러준다.

첫째는 비우는 마음이다.
둘째는 낮아지는 마음이다.
셋째는 죽기까지 복종하는 마음이다.

이들 세 가지가 바로 순명의 삶의 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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