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스타일'로 논란이 됐던 엘르(Elle)의 웹페이지
[ 월드투데이 = 정원수 기자 ]
(ELLE)가 지난 8월 말 자사 공식 홈페이지의 패션 아이템 소개 코너에서 올가을 최신 유행으로 '북한풍 시크'(North Korea Chic)를 지목한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에 휩싸였다고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와 데일리메일 등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코너는 알파벳 순서에 따라 눈여겨볼 유행을 간단히 설명하는 방식으로 구성되는데 엘르는 알파벳 'N'에서 북한을 주제로 군복에서 따온 '밀리터리 룩' 내세웠다.

잡지는 '북한풍 시크'라는 제목 아래에 북한 군인의 모습을 싣고 버클 달린 하이힐, 군복 위장무늬(카모플라쥬) 프린트의 여성용 바지 등을 소개했다.
이와 함께 "밀리터리 룩은 몇 년 주기로 계속 돌아오지만 올 시즌에는 날카로운 버클과 한치의 타협 없는 재단(take-no-prisoner tailoring)이 가미돼 더 참신하고 심지어 위험하기까지 하다"는 설명을 달았다.

이런 내용은 홈페이지에 이어 잡지 9월호에도 실렸는데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의 외교·안보 전문 칼럼니스트 맥스 피셔가 19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비판하면서 논란으로 번졌다.

피셔는 "북한이 분명 군국주의를 표방하지만 대부분의 미국인은 북한을 부티나는 옷과 연결짓지는 않는다. 북한은 미국을 '불바다'로 몰아넣겠다고 위협하고 핵무기를 개발하며 여전히 대치상태인 남한 국민과 군인을 죽이는 벼랑 끝 전술로 미국에 더 잘 알려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에서는 수천명이 정치범수용소에 갇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먼 친척이 탈북했다는 이유만으로 수용소로 끌려가기도 한다"며 "'북한'은 사실상 '인권 탄압'과 동의어다. 이런 점에서 엘르가 패션 트렌드로 북한을 택한 건 이상한 선택"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엘르가 소개한 카모플라쥬 패턴 바지의 가격이 425 달러인데 북한 국민의 하루 평균 일당이 4달러 정도라고 꼬집기도 했다.

인권단체 HRA의 켄 카토 이사는 텔레그래프 인터뷰에서 "북한 정권 아래 200만명이 굶어 죽고 어린이가 노예처럼 부려지며 공개처형과 수용시설 내 영아살해가 자행되는 현실을 (엘르가) 알았다면 패션 트렌드로 택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성토했다.

논란이 번지자 엘르는 19일 문제가 된 페이지를 삭제한 뒤 해군(Navy) 패션을 대신 올려놓았다. 이와함께 "밀리터리 트렌드를 소개하면서 북한을 언급한 데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불쾌함을 느낀 분들께 사과한다"고 밝히며 논란이 잠식되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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