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염전 노예 피해자가 어머니에게 구출해달라며 쓴 편지의 일부분
[월드투데이 오효진 기자]
사람들을 충격으로 몰아 넣은 현대판 노예 사건 '염전 노예' 사건 보도 이후 7일 전남 신안군 신의면 파출소와 면사무소에는 '염전 노예' 사건을 정말로 몰랐던 것인지 알면서도 은폐하려 한 것인지 의혹이 일며 항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논란이 계속되자 목포경찰서는 오는 10일부터 신안 일대 모든 염전을 대상으로 인권유린 행위 점검에 나서며, 형사팀ㆍ고용노동청ㆍ지자체와 합동해 한 달간 종업원 면담 등 조사를 할 예정이다.

하지만 외지 경찰서를 통해 심각한 인권 유린 사태를 파악한 목포경찰서가 뒤늦게 합동 점검반을 꾸린 것에 대해 '뒷북 조사'가 아니냐며 비난이 일고 있다.

앞서 지난 6일 "서울 구로경찰서는 염전에서 돈을 주지 않고 일을 시키며 인부들을 학대한 혐의(영리목적 약취.유인 등)로 A씨와 직업소개업자 B씨 등을 형사 입건했다"고 밝혔다.

외딴섬 염전 노예 사건의 전말은 눈물로 쓴 편지 한통이 기적적으로 가족에 배달되면서 세상에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건설 일용직으로 일해 온 C씨(48)는 지난 2008년 좋은 일자리를 소개시켜준다는 전남 목포의 직업소개소 직원 B씨를 따라 전남 신안군의 한 외딴섬 염전으로 들어갔다.

이후 C씨는 염전은 물론 신축건물 공사, 집안일 등으로 하루 5시간 이상 잠을 자지 못했고 보수도 없이 노예처럼 일했다.

2000년 카드빚으로 가출해 공사장을 10여 년간 전전하며 서울 영등포역 근처에서 노숙생활을 하던 D씨(40) 역시 무료급식소에서 만난 한 직업소개자의 꼬임에 넘어가 같은 곳으로 보내졌다.

C씨와 D씨는 여러 차례 탈출을 시도했지만 매번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신의면사무소 관계자는 "피의자로 입건된 사람이 이장도 하고 주변에 좋은 사람으로 알려져 있었다"고 말해 더 큰 충격을 줬다.

각각 5년2개월, 1년6개월씩 이어졌던 외딴섬 염전 노예 생활은 D씨의 기지에 의해 마침내 끝이 난다.

D씨는 펜을 훔쳐 숙소에서 ‘도와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몰래 썼고 이를 가슴에 품고 다니다 지난달 13일 이발을 하러 읍내에 나갔을 때 서울 어머니 앞으로 편지를 보낸 것이다. 이미 실종신고를 했던 D씨 어머니가 편지를 받은 뒤 경찰에 신고하면서 둘은 외딴섬 염전 노예의 처지에서 해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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