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고보다 횟수 많으면 보험료 할증···24년만에 대수술

▲ 특정기사와 관련없는 교통사고 모습

[월드투데이 = 김지용 기자]

자동차보험료 산정기준이 현행 사고점수제에서 사고건수제로 24년 만에 바뀐다. 원칙적으로 보험사고의 심각성 여부와 상관없이 사고 건수를 바탕으로 보험료를 매기겠다는 것.
사망사고 등 대형 사고를 낸 사람보다 사고 빈도수 자체가 많은 사람이 또 다시 사고를 일으킬 확률이 높아 이들에게 비싼 보험료를 물리는 게 합리적이라는 판단에서다. 단 한 번의 큰 사고로 보험료가 급증하는 경우는 없어지는 대신 경미한 사고는 보험처리하기가 힘들어진다.
금융감독원과 보험개발원은 자동차보험료 할인 할증체계의 기준을 사고점수가 아닌 사고건수로 변경키로 방침을 정하고 세부 방안을 마련 중이다. 금감원과 보험개발원은 오는 28일 공청회를 열어 이 같은 방침을 공식화한 후 보험업계와 소비자들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1989년 이래 자동차보험료 산정 기준을 사고점수제로 운영해왔다. 사고의 경중에 따라 점수를 매겼다. 사망 혹은 1급 부상사고는 4점, 2~7급 부상사고는 3점 등을 부여한다. 물적 사고는 보험계약자가 정한 50만~200만원의 기준을 넘어서면 1점, 그 미만은 0.5점이다.
1년 동안 받은 점수에 따라 1점당 1등급씩, 등급 당 약 6.8% 정도 보험료가 오른다. 큰 사고일수록 보험금이 많이 지급되니 그만큼 보험료를 많이 내라는 논리다.
그러나 이번 방안이 시행되면 자동차보험료 산정 기준은 사고건수다. 1억원의 보험금이 나가는 대형 사고와 소소한 접촉사고가 원칙적으로 똑같은 1건으로 처리된다. 언뜻 불합리해보이지만 보험사고발생 위험률을 따지면 사고건수제가 더 합리적이라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이에 대해 보험의 한 관계자는 “대형 사고를 낸 사람보다 사고를 많이 일으킨 사람이 또 보험사고를 낼 확률이 더 높다”며 “당장의 사고금액보다 앞으로의 위험 가능성을 따져 보험료를 책정하는 방식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금감원과 보험개발원이 보험사고 통계를 분석한 결과 실제 전체 보험금 지급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대형사고 못지않게 할증 대상이 안 되는 소액 사고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보험업계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비교적 가벼운 사고도 보험 처리하는 행태를 막으면 전체 보험회사 손해율(지급 보험금/수입 보험료)이 낮아져 사고를 일으키지 않는 소비자들의 보험료가 내려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존 제도에 익숙한 소비자들의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작은 사고라도 보험처리를 하면 보험료 인상으로 직결될 수 있어 불만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보험업계와 소비자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구체적 적용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시행 유예기간도 적어도 1년가량 둘 예정이다. 새 제도는 빠르면 2015년부터 실시된다.
한편 선진국에서도 대부분 사고건수제를 채택하고 있다.
 

저작권자 © 월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