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27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대외 불확실성에 따른 위기관리를 강화하고 적극적인 거시정책으로 저성장의 고리를 끊겠다고 선언했다. 국정과제의 차질 없는 이행도 강조했다. 고용률 70% 로드맵을 구체화하고 창조경제의 제도적 기반을 확충하며 경제민주화도 우선순위에 따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성장률은 2.3%에서 2.7%로, 취업자 증가 규모도 25만명에서 30만명으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17조3천억원의 추가경정예산과 4·1부동산대책, 투자활성화 대책 등 기존 정책의 효과가 하반기에 가시화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주목할 만한 새로운 정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중장기 주택정책 방안과 구조적 에너지 수급 안정방안처럼 제목만 예고한 것이 있는 정도다. 그렇다고 흠잡을 일은 아니다. 불과 석 달 전에 새 정부의 올해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고 무게 있는 정책들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기존 정책을 제대로 집행하고 구체화하겠다는 정부의 판단은 틀리지 않다고 본다. 그러나 경제 상황 인식이 다소 낙관적이지 않느냐는 뒷말이 나올 법하다. 성장률 전망치를 올렸지만 이달 하순에 두드러진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 중국 리스크 같은 외부 변수가 제대로 반영된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국내 투자와 소비도 막연한 개선 기대만 있을 뿐 여전히 부진하다. 우리도 전기 대비 국내총생산(GDP)이 8분기째 0%대에 그친 한국경제가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러려면 위험요인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기본이 돼야 하고 투자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요구된다. 미국, 중국, 일본, 유럽 등 주요 경제권의 불확실성이 여전하거나 증폭되는 국면인 만큼 단기적인 대응도 중요하지만 불안요인의 장기화에 대비할 필요도 있다.
하반기 정책의 핵심 쟁점으로는 국민생활과 기업활동 전반에 영향을 주는 세법 개정을 들 수 있다. 특히 집권 1년차의 세법 개정은 5년간 세제의 근간을 이룬다. 그러나 조세연구원이 전날 공청회에서 발표한 비과세·감면제도 정비 방향의 파장은 예상보다 크다. 부자와 대기업에 돌아가는 혜택을 축소하겠다는 큰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중산층이나 취약계층에 대한 일부 혜택을 줄이겠다는 내용도 들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신용카드 소득공제, 농어민 면세유 제도의 단계적 축소나 폐지다. 카드 공제 등 소득공제 제도 전반을 수술하면 월급쟁이의 '13월의 보너스'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공약 이행 재원 마련을 위해 월급쟁이의 유리지갑부터 손본다는 볼멘소리가 벌써부터 나온다. 은밀한 현금거래가 늘어 지하경제를 키우거나 실질소득 감소 예상으로 소비가 위축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있다. 게다가 일몰 시기가 내년 말인데도 올해 손질한다는 것은 법적 안정성을 흔드는 일이다. 면세유도 비리가 많다면 폐지할 게 아니라 제도적으로 보완하면 될 일이다. 정부가 올해 정비대상으로 잡은 비과세·감면 규모는 3조4천억원으로 연말에 일몰 대상인 1조7천억원의 갑절이나 된다. 가뜩이나 대외 불안요인이 많은 마당에 대내적으로 정책 리스크까지 키울 수 있다. 공약 이행도 좋지만 충격을 줄이려면 사안에 따라 점진적 축소와 보완책을 검토하길 바란다. 세법 개정안의 발표시기도 최대한 앞당길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방향을 둘러싼 불필요한 혼란을 최소화하고 구체안에 대한 충분한 의견 수렴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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