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홍 목사

나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유신헌법을 폐지하라고 데모하다 감옥에 갔다. 성직자가 데모하다 옥살이까지 하게 되었으니, 옥중에서 데모에 대하여 생각하게 되었다. 성직자는 현실참여를 어느 선까지 하여야 할 것인가? 성직자가 데모하다 감옥까지 오게 되었는데 과연 내가 잘 한 것인가? 이런 생각들을 하며 성경을 읽다가 성경에서 데모하라는 말씀을 만나게 되었다.

고린도전서 2장 4절에서다
"내 말과 내 전도함이 설득력 있는 지혜의 말로 하지 아니하고 다만 성령의 나타나심과 능력으로 하여"

이 말씀에서 "성령의 나타남"이란 말이 영어 성경에서는 "The Demonstration of the Holy Spirit"로 번역된다. 사도 바울은 사람의 지혜와 방법으로 행하지 아니하고 성령의 데모로 한다는 것이다.

이에 나는 "성령의 데모"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를 깊이 생각하였다. 일주일이 지나도록 내가 하여야 할 성령의 데모가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하였다.

성경을 읽으며 기도를 드리며 성령의 데몬스트레이션에 대하여 생각하다가 다음의 결론에 도달하였다.

"성령의 데모"란 길거리에 나가서 “누구누구 물러나라”는 식의 데모가 아니라, 진리의 영이신 성령을 받아 진리로 사는 것이 바로 성령의 데모란 결론에 이르렀다. 그래서 다짐하기를 내가 앞으로 감옥에서 풀려나 교회로 돌아가면 “박정희 물러가라", "군사정부 물러가라"는 데모는 그만하고, 성경의 진리대로 사는 삶으로 데모를 하여야겠다고 다짐케 되었다.

1975년 2월 15일에 형집행정지 처분이 내려지고 석방된 후로 나는 옛날에 하던 데모에서 물러나 공동체 마을인 두레마을을 세웠다.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배운 사람과 배우지 못한 사람, 가진 사람과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 함께 모여, 네 것 내 것 따지지 말고 더불어 사는 데몬스트레이션을 해 보자는 뜻으로 두레마을을 시작하였다.

세월이 지날수록 내가 그때 현명한 선택을 잘 하였다는 생각이 든다. 크리스천이 하여야 할 데모는 누구누구를 탓하고, 물러나라는 데모가 아니다. 자기 자신이 먼저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따라 사는 삶으로 데모를 하여야 한다. 삶으로 보여 주는 데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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