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이승훈 페이스북 제공)

[월드투데이 오효진 기자]

지난 23일 스피트 스케이팅 이승훈 선수가 네덜란드 선수단과 다정하게 찍은 사진이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이승훈의 오른쪽에 자리하고 있는 스벤 크라머는 이승훈의 선의의 경쟁자이자 다정한 모습으로 근래 새롭게 ‘크라훈’이란 신조어 까지 만들어냈다.

두 선수는 지난 2010 벤쿠버 동계올림픽에서부터 인연이 시작되었다. 당시 스벤 크라머는 스피드 스케이팅계에서 독보적인 선수였고 이승훈은 듣도 보도 못한 신예였다. 하지만 이승훈이 5,000미터에서 은메달, 연이은 10,000미터에서 금메달을 가져가자 스벤 크라머를 비롯한 소위 잘나가는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들의 이목을 끌게 되었다. 비록 10,000미터는 스벤 크라머의 코치가 한 어이없는 실수 덕에 얻은 금메달이란 말도 있었지만, 예상치 못한 이승훈의 좋은 성적이 심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었다.

그로부터 4년 후 소치 올림픽에서 다시 만난 두 선수는 서로 다른 결과를 맞게 되었다. 어이없는 실수로 한바탕의 곤욕을 치른 후인 스벤 크라머는, 원래의 기량보다 더 좋은 모습으로 등장해 5,000미터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다. 이와 달리 이승훈은 뜻밖의 부진으로 랭킹 12위를 기록했다.

그리고 이어진 10,000미터에서 스벤 크라머와 이승훈은 4년 전과 마찬가지로 같은 출발선 상에 서게 되고 선의의 경쟁을 뜻하는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이 경기에서 이승훈은 최선을 다했지만 스피드 스케이팅의 최강자인 네덜란드를 넘지 못하고 4위에 그쳤다. 설욕을 다짐했던 스벤 크라머 또한 아쉽게도 은메달에 그치고 말았다.

이들의 인연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팀추월 경기 결승전에서 다시 한번 맞붙게 된 두 팀은 치열한 접전 끝에 네덜란드 군단이 한국 군단을 누르고 금메달을 가져갔다.

네덜란드의 스벤 크라머로서는 두 번째 금메달이었지만, 이승훈에게 팀추월에서 얻은 은메달은 소치올림픽에서 드디어 얻게 된 첫 번째 메달이었다.

꽃과 메달을 수여받고 시상식 위에서 다 함께 사진을 찍는 순간이었다. 스벤 크라머는 특유의 긴 팔을 뻗어 좀 더 가까이에서 찍도록 이승훈을 끌어당기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고통스러운 훈련은 물론어쩔 수 없이 찾아오는 부진이나 슬럼프도 반드시 이겨내야 하는 숙명을 가진 같은 국가대표로서 많은 의미가 담긴 손짓이었다.

스피드 스케이팅을 독식하는 유럽계 선수들에 비해 이승훈은 불리한 신체조건을 가졌다. 하지만 불리하다는 이유로 멈춘 것이 아니라 강도 높은 훈련으로 결국은 이겨내고야 말았다. 올림픽 2연패는 이루지 못했을지라도 모든 좋지 않은 환경과 부진을 딛고 다시 한번 시상대 위에 오른 작은 아시아 선수 이승훈은, 스벤 크라머에겐 더할 나위 없는 멋진 경쟁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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