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통법 시행시 이용자 차별 금지와 중저가 시장 활성화에 따른 가계통신비 경감을 기대해 볼 수 있다.
[ 월드투데이 = 오효진 기자 ]
최근 과열된 보조금 지급으로 인해 시장이 혼탁한 가운데, 미래창조과학부가 더 이상 이용자 차별이 있어서는 안된다며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을(단통법) 강력하게 밀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미래부와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대해 홍진배 미래부 통신이용제도과장은 "연내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통과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하며, 빠른 시일내에 단통법 통과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 27일 기자들과 만난 이경재 방통위원장도 "전적으로 미래부 의견에 동의한다"며 즉각적인 입법화를 바랐다.

하지만 삼성전자를 비롯한 제조사들은 불필요한 규제로 인해 시장이 무너질 것으로 우려하면서 극렬하게 저항하고 있다. 반면 이통사와 판매점들은 저마다의 조건을 이유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에 찬성표를 던지고 있는 실정이다.

단말기 유통망을 살펴보면 이통사와 제조사가 협의해 단말기 스펙과 출고가 등을 결정한 후 대리점에 공급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SK텔레콤과 KT의 경우 지역본부 및 대리점이 직접 제조사와 협의해 단말기를 유통하기도 하며, LG유플러스의 경우 자체적인 공급을 하고 있고, 지역본부 및 대리점이 제조사로부터 직접 단말기를 구매하지 못하도록 운영 중이다.

이러한 유통 인프라를 통해 이통사는 소비자에게 직접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대리점 및 판매점 등에 정책장려금 또는 모집관리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다. 이에 더해 제조사는 대리점과 판매점에 직접적으로 장려금을 뿌려 단말기 가격을 상황에 맞게 조율하고 있다. 이렇게 책정된 가격을 통해 소비자들은 할부원금이라는 명목으로 단말기를 구입하게 되는 셈이다.

단말기 보조금 지급이 문제된 시기를 따져보자면 1990년대 말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보조금은 전체 시장 매출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과열 양상을 보였다. 이러다보니 지난 2000년 정부는 단말기 보조금 지급을 금지하고 시장 안정화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보조금이 금지되기는 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예외 허용 범위가 확대되기 시작했다. 2003년 IMT-2000이 활성화될 당시 원칙금지는 그대로 뒀지만 예외 허용을 들어 일부 보조금 지급이 재개됐다. 이후 예외 허용은 점차 그 범위가 넓어졌다. 2006년에는 18개월 이상 동일 사업자 가입자에 한해 지원되는 방식으로 진화되기도 했다.

실제로 당시 새 피처폰을 구입할 때 판매점에서 가장 먼저 받는 질물은 "얼마나 쓰셨죠?"였다. 사용 시기를 기준으로 보조금이 책정됐기 때문이다.

본격화된 시기는 2008년부터다. 부당한 이용자 차별을 일으키지 않는 상황에서 보조금이 원칙적으로 허용됐다. 이후, 2009년 아이폰이 도입되면서 스마트폰 시장이 활성화되자 비싼 가격을 낮추기 위해 과도한 보조금이 횡행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방통위는 이용자 차별을 일으켰을 시 과징금을 부과하고, 강도를 높여 영업정지까지 도입해 시장 안정화를 꾀했다. 2010년 9월에는 이통3사가 불법 보조금을 지급해 188억8000만 원의 과징금을 맞았으며, 그로부터 1년 뒤 2011년 9월에는 136억7000만 원을 내야 했다.

이어 2012년 12월 방통위의 제재가 절정을 이뤘다. 당시 유명한 키워드였던 '17만 원 갤럭시S3'가 등장하면서 시장 과열이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고 판단한 방통위는 과징금 이외에 신규모집 금지라는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에 따라 이통3사는 순차적으로 총 66일이라는 영업정지를 부과받았으며, 과징금까지 내게 됐다. 그런데도 이를 비웃듯이 다시 불법 보조금이 횡행해 올해만 3월과 7월에 각각 과징금을 맞게 됐다. 현재도 불법 보조금 조사가 실시되고 있으며, 연내 그에 대한 처벌을 내릴 방침이다.

이경재 위원장도 "본때를 보이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이번 만큼은 꼭 시장안정화를 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미래부와 방통위가 주장하는 단통법이 시행되면 국내 휴대폰 시장은 유통망 분리에 따른 중저가 시장이 형성되고, 또 그에 따른 가계통신비 절약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용자 차별을 금지하기 위해 이용자의 가입유형 요금제, 지역 등의 사유로 보조금 차별 지급이 불가능하도록 하겠다는 전략이다. 신규가입 및 기기변경 등 또는 서울과 부산, 원주 등 각 지역별로 천차만별인 보조금 수위를 동일시 하기 위해 단말기 보조금 상한 규제 및 단말기별 출고가와 보조금 판매가가 사전에 공시되도록 한다. 물론 공시가의 15% 내에서 보조금 지급이 가능하도록 하는 유연성도 담고 있다. 구체적인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규정하기로 했다.

즉, 소비자들은 휴대폰 구입을 위해 판매점을 방문하면 각 스마트폰별로 보조금 및 장려금으로 할인된 가격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 때 판매점에서는 지원 수준에 따라 15% 내에서 개별적으로 판매가를 책정할 수 있다.

또한 단말기 자급제를 활성화하고 중저가폰 또는 중고폰 활성화를 위해 단말기 보조금과 요금할인 선택제를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예를 들어 판매점에 방문했을 때 이미 휴대폰을 보유하고 있다면 요금할인코스를 통해 가입할인과 약정할인을 받게 되고, 휴대폰을 구입함과 동시에 개통까지 하는 소비자는 단말기 할인코스를 통해 구입하는 휴대폰의 가격 할인을 받는 식으로 구매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불법 보조금이 투입됐을 때다. 이 때는 방통위가 판매점 위반행위에 대한 직접 조사 및 제재를 가하게 된다. 대리점이 판매점 선임시 이통사가 사전 승낙하도록 관리책임이 부여되기 때문에 연대 책임을 질 가능성도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판매점의 경우 과징금이 아닌 과태료를 부과받게 된다"며, "작은 사업자는 과태료 만으로도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조사가 과도한 장려금을 살포했을 때는 단말기 판매량 및 출고가, 판매장려금 등에 대한 자료를 방통위에 제출해야 한다. 또한 제조사와 이통사간 불공정 거래 행위도 금지한다. 예를 들면 동일한 단말에 대해 SK텔레콤과 KT만을 제조사가 유통하고 LG유플러스는 특정한 이유없이 배제한다거나, KT와 단말 유통을 약속하고서도 단말 지급이 안될 때 등 유통협정 체결 거절 및 협정 이행 불이행 등이 포함된다.

한편, 방통위는 단통법 시행을 통해 이용자 차별이 해소되는 한편 유통시장 건전화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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