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색개발->본격적 연구단계 '체계개발' 진행 차질 예상

▲ 특정기사와 상관없는 국회 본회의 모습

[월드투데이 = 정원수 기자]

수십년째 제자리 걸음인 '한국형 전투기사업'(보라매사업·KFX)에 또 빨간불이 켜졌다. 이번에는 차기전투기(FX)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정부의 결정이 발목을 잡았다.

기획재정부는 26일 내년 예산안을 발표한 가운데 KFX 사업에 100억원 가량을 편성키로 했다. 이번 예산안은 본격적인 사업 착수에 앞선 선행연구 단계인 '탐색단계'를 거쳐 '체계개발(본개발)' 단계에 처음으로 예산을 포함시킨 것이다. 본격적인 연구·개발 단계에 착수하게 됐다는 데서 의미가 크다. 내년에 본격적으로 개발 착수에 들어가야 빨라도 2020년에는 양산이 시작된다.

KFX 개발 사업은 2001년 우리 공군 주력 전투기인 F4, F5가 2015년 이후 대량 도태되는 상황을 앞두고 KF16(한국형 F16) 이상의 중형 전투기를 개발해 2017~2021년 120대를 전력화한다는 목표로 추진됐다. 이 사업은 연구개발비 6조원, 양산비용 17조원 등 총 23조원이 들어가는 대형 프로젝트다.

하지만 FX사업이 원점에서 추진된다는 뜻 밖의 복병을 만나게 됐다. 기재부 국방예산과는 내년 예산안에 KFX 사업 지원금이 반영된 것이 무의미하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국방예산과 관계자는 "예산안에 포함돼 있다고 그 지원금을 모두 지출하는 것은 아니다"며 "방위사업청의 입장을 들어 실질적으로 예산을 지출을 할지에 대해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에서 KFX 사업에 대한 예산심의를 통과시킬지도 불투명하다. FX사업 지연으로 국회가 FX사업과 연관이 있는 KFX사업 예산안을 통과시키는 것에 무리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 관계자는 "국회 예산심의를 통과해야 한다"며 "FX사업이 KFX와 연계돼 있는 만큼 FX 동향에 따라 결정되는데 FX사업이 지연된 만큼 KFX 예산 반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KFX 사업이 지연되면 외교적 문제로까지 비화될 수 있다. 인도네시아는 전략적 파트너로서 탐색개발에 예산 110억원을 투입하면서 KFX 사업에 대한 20%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하지만 탐색개발 다음 단계인 체계개발이 지연되게 되면 KFX 사업에 발을 뺄수도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FX사업이 답보상태에 놓여있지만 이와 상관없이 인도네시아와 탐색개발을 완료한 KFX사업은 곧바로 진행되지 못하면 공동개발자로 참여중인 인도네시아와 외교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KAI 입장에서도 속이 탈 일이다. 내년에 체계개발 단계에 들어가야 2020년 초부터 양산에 돌입, 이익 창출 기회를 노릴 수 있게 된다. 전세계적인 전투기의 교체시기에 맞물려 최대 600대 정도의 수출이 가능한 엄청난 규모의 시장이다. 하지만 예산 투입이 늦어져 생산시기에 차질을 빚게 될 경우 그만큼 해외 수출 시장을 다른 업체에 뺏길 수 밖에 없게 된다.

KAI 노동조합 비상투쟁위원회는 "2020년 전투기 교체시기에 맞춰 KFX 사업을 빨리 진행해야 할 것"이라며 "더 이상 KFX 사업이 지연이 된다면 국가적 손실을 초래할 것이기 때문에 조속한 진행을 통해 자주국방의 초석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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