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빅테크산업, 국가의 엄격 규제-열악한 노동환경 직격타
미국 증시 막고 본토 증권거래소 개설 발표 "美-中 신냉전 심화"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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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투데이 김현정 기자] 중국의 강력한 규제, 열악한 근무환경 등 흔들리는 중국의 IT업계가 글로벌 경제시장에 타격을 입히고 있다.  

소셜미디어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던 틱톡을 만든 '바이트댄스', 중국 이용자 규모 1위 온라인 쇼핑앱 '핀둬둬',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 등 중국 IT 기업계의 창업 신화를 쓴 젊은 기업인들이 돌연 사퇴하고 있다. 이 외에도 이미 중국에서는 유명 기업인이 실종되거나 그룹이 해체되거나 국유화된 사례도 적지 않았다. 

규모가 급격하게 커지고 있는 중국의 IT 업계가 흔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 국제 시장에서 영향력을 가진 중국의 이런 조처가 미치는 영향은 어떤 것이 있을지 살펴본다.

[사진=중국 차량 공유 기업 '디디추싱', REUTERS/연합뉴스]
[사진=중국 차량 공유 기업 '디디추싱', REUTERS/연합뉴스]

◆ 중국-미국 간의 정보전쟁...자국 IT 기업 규제 강화 이유
IT 기업 CEO들의 잇단 은퇴 선언에 중국 공산당의 압박과 연관된 것이 아니냐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홍콩의 한 매체는 "중국 당국이 인터넷 분야의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현 시점에서는 눈에 띄지 않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의견을 전했다.

지난 7월 30일에는 중국의 산업, 정보통신 등을 담당하는 중앙 정부부처 '중국 공업정보화부'가 25개 인터넷 플랫폼 기업 대표들을 소집해 스스로 문제점을 찾고 바로 잡으라고 요구한 바 있다. 

중국판 우버로 불리는 차량 공유 기업 '디디추싱'과 구인 구직 플랫폼 '보즈스핀' 등은 미국 증시에 상장을 강행해 중국 국가 안보 위협을 이유로 조사를 받았다. 중국 정부는 이들 기업에게 국가 안보상 중요하게 여기는 데이터를 미국에 제공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중국은 미국이 요구하는 회계나 정보 등 자료를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을 때만 증시 상장이 가능하다. 중국 내에서는 방대한 자국의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인터넷 기반 기업들이 미국 증시 상장을 위해 '빅데이터'를 무방비로 노출한다고 생각한다. 이 데이터는 미·중 간의 첨단산업, 군사 안보, 패권 경쟁에서 핵심적인 요소이다. 

이에 중국은 자국 내 IT업계에 대한 전방위 규제 및 단속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8월 29일 경제전문매체 CNBC에 따르면 중극은 IT 기업을 대상으로 미국증시 상장 금지를 고려하고 있다. 

[사진=시진핑 국가 주석, Xinhua/연합뉴스]
[사진=시진핑 국가 주석, Xinhua/연합뉴스]

◆ 국가의 '공동 부유'에 잇따른 기업의 기부행렬
홍콩 명보에 따르면 중국이 IT업계에 대한 전방위 규제 및 단속을 강화하는 가운데 지난 1년간 중국의 6대 빅테크 기업이 30조원을 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지난 8월 18일 시진핑 국가 주석을 중심으로 한 중국 지도부가 '공동 부유(共同富裕·함께 잘사는 사회)' 국정 기조를 전면화한 가운데 정부의 눈치를 살피는 주요 기업들이 잇따라 수조 원의 거액 기부를 약속했다. 중국 지도부의 발표 바로 다음날에는 '텐센트'가 9조원을, '알리바바'는 2025년까지 약 18조원을 들여 '공동 부유 10대 행동'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지난 2일 전했다. 

하지만 이런 기업들의 대책에도 미국 크렘슨대 경제학과 쉬자젠 부교수는 "과학기술기업에 대한 감독은 중요한 데이터 안보 문제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돈만으로 쉽게 해결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 당국이 그들을 가만히 놔둘 것으로 보지 않는다. 기부가 이뤄져도 감독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틱톡' 만든 중국 기업 '바이트댄스', REUTERS/연합뉴스]
[사진='틱톡' 만든 중국 기업 '바이트댄스', REUTERS/연합뉴스]

◆ 중국 IT업계 열악한 노동환경 문제
중국의 빅테크 기업의 급속한 성장세 속에 업계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문제로 제기됐다. 

중국 IT 업계의 '996' 노동환경 등으로 직원이 과로사하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해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996 근무제는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 근무하는 것을 뜻하는 말로 중국 IT업계에 만연한 초과근무 관행을 일컫는다. 

장시간 노동뿐 아니라 임금체불, 성폭력 등도 추가로 문제가 제기되면서 중국 IT 기업 노동환경의 열악함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과거 중국에서 성공한 스타트업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장시간 근무한 데서 비롯됐지만, IT업계뿐 아니라 택배회사 등 타 기업으로 까지 장시간 근무를 강요하며 근무환경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었다. 이에 중국 정부는 작년 하반기부터 대형 인터넷 기업 규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지난 8월 27일 최고인민법원과 인사부는 최근 초과근무 강요에 따른 법원 판결 사례와 함께 유급 휴일과 초과근무수당 지급 기준을 발표했다. 

그래서 현재는 '바이트댄스', '콰이서우', 비보 등 많은 기업이 격주 토요 근무제를 잇따라 폐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뉴욕증권거래소, REUTERS/연합뉴스]
[사진=뉴욕증권거래소, REUTERS/연합뉴스]

◆ 중국 IT 기업 주가 폭락-글로벌 경제 영향
자국 기업에 대한 중국의 압박이 심해지는 가운데 중국 IT 기업 주가가 폭락해 글로벌 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주고 있다. 저문가들은 중국의 '불확실성'을 비판했다. 

중국 당국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중국을 믿고 투자와 비즈니스를 지속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의심하는 이들이 많다. 일본 '소포트뱅크'는 중국 당국의 규제 강화에 중국 기업에 대한 신규 투자를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4일 블룸버그통신은 글로벌 헤지펀드들이 중국 매출 의존도가 높은 미국 기업의 주식을 줄줄이 매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헤지펀드들은 이를 중국 정부의 지나친 기업 규제가 미래에 대한 합리적 예측 가능성을 떨어트린 결과로 보고 그들의 불확실성에 발못 잡힐 것을 우려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지난 7월 사설에서 "정부가 미국 투자자들을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보호하는 데 실패했다"며 "공산당의 최근 행위는 중국 기업 투자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미국 자본시장을 보호하는 조치를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사진=상하이증권거래소, REUTERS/연합뉴스]
[사진=상하이증권거래소, REUTERS/연합뉴스]

◆ 미국 상장 막은 중국, '베이징증권거래소' 신설
중국이 지난 2일 상하이와 선전에 이어 수도 베이징에 세 번째 본토 증권거래소를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가 안보 문제를 들어 중국 IT기업의 미국 상장을 가로막아 미·중 신냉전이 심화하는 가운데 중국은 이와 같은 결정을 내렸다. 지난 '디디추싱' 조사 이후 중국은 인터넷 안보심사 규정을 고쳐 IT기업의 미국 상장을 사실상 허가제로 바꾸며 미국 상장을 막아섰다.

과거 중국의 유망한 기술기업은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것을 크게 선호했던 것에 반해 최근에는 이런 급속한 정치 환경의 변화 탓에 홍콩 증시나 상하이 거래소에 증시하는 흐름으로 변화했다.


외신들은 한때 중국 경제 성장의 일등 공신으로 평가됐던 '국가자본주의'가 공산당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분석한다. 반대로 일부 전문 투자자들은 주류 언론과 달리 서양 국가의 입장에서 바라본 결과로 중국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는 지적했다. 앞으로도 중국 만의 방식으로 자본주의적 성장을 이뤄낼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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