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 20주기
진실을 추적하고 참상을 고발하는 영화 4편
모리타니안-월드 트레이드 센터-제로 다크 서티-플라이트 93

[월드투데이 한진리 기자] 미국은 물론 전세계를 충격과 슬픔에 잠기게 했던 9·11 테러가 올해로 20주기를 맞았다. 끔찍한 테러를 주도한 오사마 빈 라덴이 사망한지 10년이 흘렀지만, 살아남은 이들의 아픔은 현재 진행형이다. 9·11 테러 20주기를 맞아 참혹했던 그날의 진실을 담은 영화 4편을 소개한다. 

사진=SBS콘텐츠허브
사진=SBS콘텐츠허브

1. 모리타니안(The Mauritanian) 

감독ㅣ케빈 맥도날드
배우ㅣ베네딕트 컴버배치, 조디 포스터, 쉐일린 우들리, 타하르 라힘 등
러닝타임ㅣ129분

지난 2020년 개봉한 '모리타니안'은 9·11 테러를 이야기하는 영화 중 가장 최근 작품이다. 영화는 쿠바 미군 기지 내에 있는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감됐던 수감자의 최초 증언록인 '관타나모 다이어리'를 원작으로 은폐되어 있던 국가의 추악한 민낯을 고발한다. 

저자인 모하메두 울드 슬라히(타하르 라힘)는 9.11 테러의 핵심 용의자로 지목되어 기소는 물론, 재판도 없이 6년 동안 수용소에 수감됐다. 당시 그가 용의자라는 객관적인 증거가 없었음에도 모진 고문과 협박을 못이긴채 거짓 자백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영화는 제 78회 골든 글로브 시상 여우주연상 수상을 비롯해 제 7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제 41회 런던 비평가 협회상, 제 74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후보에 오르는 등 작품성을 인정 받았다. 

실화를 기반으로 한 작품을 완벽하게 담아내기 위해 제작진이 보여준 열정도 화제가 됐다. 제작진은 슬라히를 만나기 위해 관타나모 수용소를 직접 찾아간 데 이어 그의 변호를 맡았던 변호인을  만나 영화 제작 전반을 함께 했다. 특히 주연을 맡은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원작을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아 영화 제작에 동참하고, 슬라히 석방 운동이 일어나자 이를 지지하는 성명을 공개하며 뜻을 더했다. 

사진=SBS콘텐츠허브

변호사 ‘낸시’(조디 포스터)는 모두가 꺼리는 한 남자의 변호를 맡게 된다. 그는 9.11 테러의 핵심 용의자로 지목돼 6년 동안 수용소에 수감되어 있는 ‘슬라히’(타하르 라힘)다. 냉정하고 완고하기로 소문난 군검찰관 카우치(베네딕트 컴버배치)는 강력한 증거들을 내밀며 그의 유죄를 확신하고, 무죄를 주장하는 ‘낸시’와 동료 ‘테리’(쉐일린 우들리)는 국가 기밀이란 이유로 은폐된 진실 앞에서 번번이 좌절하게 된다. 

영화의 제목 모리타니안(Mauritanian)은 아프리카 북서부의 이슬람 국가 모리타니 공화국의 사람을 뜻한다. 무고하게  용의자로 특정된 슬라히는 족쇄를 벗었지만, 오늘날 누구라도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영화의 메시지를 잘 드러낸다.     

스토리가 전개될수록 먹먹한 슬픔과 뜨거운 분노가 함께 밀려오는데, 이는 국가라는 거대하고 막강한 조직으로 부터 자행되는 폭력이 비단 슬라히 한 사람에 국한되어 발생하는 일이 아님을 모두가 암묵적으로 공유하는 데서 오는 무력감과 허탈함 때문으로 해석된다.  

사진=UIP코리아
사진=UIP코리아

2. 월드 트레이드 센터(World Trade Center)

감독ㅣ올리버 스톤
배우ㅣ니콜라스 케이지, 마이클 페나, 매기 질렌할 등
러닝타임ㅣ127분

지난 2006년 개봉한 '월드 트레이드 센터'는 평범한 하루가 테러로 인해 어떻게 지옥으로 변해가는지와 사랑하는 이들을 잃고 절규하는 아비규환의 현장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영화는 테러 당시 소방관 343명과 84명의 항만 경찰국 직원, 23명의 뉴욕 경찰이 사망하고 오직 20명만이 구조된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니콜라스 케이지가 연기한 '윌'과 마이클 페나가 연기한 '존'은 그중 18, 19번째로 구조된 생존자들로 윌은 13일 동안 8차례의 수술을 받았고 존은 6주 동안의 27번의 수술을 받기 위해 가사상태로 있어야만 했다. 

4남매를 둔 평범한 가장이자 뉴욕도시를 순찰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뉴욕 뉴저지의 항만경찰청 경사 존 맥라글린(니콜라스 케이지). 여느날과 다름없는 하루, 뉴욕 중심가를 순찰하던 그의 눈에 하늘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비행기의 그림자가 지나가는 순간 모든 것이 무너졌다. 

피와 먼지로 범벅이 되어 실려 나오는 사람들과 여기저기 파편에 맞아 신음하는 사람들, 그리고 높은 건물에서 떨어지는 사람들. 마치 생 지옥과도 같은 그곳은 항공기 두대에 의해 세계 무역센터가 붕괴되는 믿을 수 없는 사건이 벌어진 곳이었다.

사진=UIP코리아
사진=UIP코리아

생존자를 구하기 위해 존 맥라글린 경사를 비롯한 4명의 대원들은 사고가 난 건물로 들어가지만, 순식간에 건물이 무너져 내린다.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사람은 '맥라글린'과 '히메노' 단 둘뿐. 그러나 살아있다는 안도도 잠시, 시간이 흐를수록 감각을 잃어가는 다리와 메케한 공기, 무거운 콘크리트와 철근 더미 속에서 죽음의 그림자는 점점 짙어만 간다.

존의 사고 소식이 알려지자 그의 가족들은 남편과 아버지의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며 죽음 같은 시간을 보내고, 건물더미에 깔린 두 사람은 비참한 상황 속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으려고 애쓴다. 

영화는 평범한 가장이자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니콜라스 케이지의 밀도 높은 연기와 삶과 죽음의 경계의 선 공포를 생생하게 그렸다는 호평을 받았다. 스크린을 통해 그려진 살아남은 자들의 눈물겨운 연대는 존경과 경외심마저 들게 하고, 눈시울을 적시는 뜨거운 눈물은 신파가 아닌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경배로 다가온다. 

사진=SBS콘텐츠허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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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제로 다크 서티(Zero Dark Thirty)

감독ㅣ캐스린 비글로우
배우ㅣ제시카 차스테인, 제이슨 클, 조엘 에저튼 등
러닝타임ㅣ157분

지난 2013년 개봉한 '제로 다크 서티'는 9·11 테러 용의자인 오사마 빈 라덴을 검거하기 위한 CIA 요원들의 처절한 첩보작전을 다룬다. 제목인 제로다크 서티는 자정 이후 30분 동안을 뜻하는 군사용어로 빈 라덴 체포 및 사살 작전이 펼쳐졌던 시간을 의미한다.  

영화는 오사마 빈 라덴을 추적하는 CIA 요원의 10년을 묵묵히 그려낸다. 임팩트를 주기 위한 배경음악마저 배제한 채 냉정한 시선으로  빈 라덴 체포를 향한 미국의 집념과 맹렬한 분노를 구현해낸다. 특히 주연을 맡은 제시카 차스테인은  수 년의 시간 동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단 한 명 만을 추적하는 미국의 고통스러운 민낯을 묵직하게 전달해냈다. 

사진=SBS콘텐츠허브
사진=SBS콘텐츠허브

미 정보부는 매년 거액의 예산을 쏟아붓지만 타겟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 정보수집과 분석에 탁월한 감을 가진 CIA 요원 마야(제시카 차스테인)가 작전에 투입되고 그녀는 순수한 열정과 원칙에 따라 작전에 임하지만, 매번 어떤 실마리조차 찾지 못하는 상황에 좌절한다.

진전되지 않는 상황 속에 유일한 단서를 발견하게 된 그녀는 동료들과 함께 거래를 시도해보지만 그것은 테러리스트들의 함정이었다. 자폭 테러로 인해 가장 친한 동료마저 잃게 된 마야는 극도의 슬픔에 빠지고, 설상가상으로 그녀 역시 테러리스트의 제거 대상 블랙리스트에 올라 암살 공격까지 받게 된다. 

이제 더 이상 ‘임무’가 아닌 ‘집념’이 되어버린 사건 앞에서 마야는 이 지독한 추적 과정을 끝낼 결정적 단서와 함께 마지막 작전을 감행한다. 

영화는 개봉 당시 여과 없는 고문 장면이 다수 등장해 '인권을 유린한다'라며 비도덕적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그러나 가장 현실적인 첩보 작전을 구현했다는 평도 함께  받으며 진한 여운을 남겼다.  

사진=UIP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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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플라이트 93(United 93)

감독ㅣ폴 그린그래스
배우ㅣ오팰 알라딘, 에릭 레드맨, 벤 슬리니 등
러닝타임ㅣ110분

지난 2006년 개봉한 '플라이트 93'은 9·11 테러 당시 테러범들에게 납치됐던 4대의 민항기 중 유일하게 테러의 실패한 1대인 '유나이티드 93'에서 벌어진 이야기를 그린다. 

테러범들이 납치한 민항기 중 2대는 세계 무역센터에 충돌했고 1대는 국방부 펜타콘에 떨어졌다. 나머지 한 대도 납치에 성공했지만, 무슨 이유인지 목표를 완수하지 못하고 펜실베니아 생크빌 근처에 추락했다.  바로 그 날 비행기 내부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당시 추락한 '유나이티드 93'기의 생존자는 없었다. 군 사령부는 추락 후 4분까지 해당 항공기가 공중납치 된 사실을 알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따뜻하고 평온한 분위기가 감도는 뉴저지 공항. 새로운 국장의 취임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의 미국연방항공국. 민항기들을 인도하고 진로를 체크하느라 바쁜 아침을 보내고 있는 관제센터까지, 9월 11일 오전의 평화로움은 갑작스레 항로를 이탈하기 시작한 민항기로 인해  금이 가기 시작한다. 

사진=UIP코리아

보스턴에서 L.A로 향하는 아메리칸 항공 'AA11'편이 예고 없이 항로를 이탈하고, 관제센터가 교신을 시도하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다. 그 순간 "우리는 비행기들을 납치했다!"는 이국적인 말투의 짧은 교신이 들려온다. 

미국 영공에 떠있는 민항기는 총 4200대. 군과 항공국은 납치된 것으로 추정되는 민항기들을 찾기 시작한다. 그 시각 CNN에서는 뉴욕의 상징인 세계무역센터에 비행기가 충돌했다는 충격적인 뉴스가 보도된다. 

세계무역센터에서 불길과 연기가 치솟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민항기가 재차 충돌하고, 이어 국방부 펜타곤에도 민항기가 추락한다. 미국 전역은 아수라장으로 변하고 뉴욕은 극도의 공포로 마비된다.

같은 시각, 뉴저지에서 샌프란시스코를 향하고 있는 '유나이티드93'편의 승객들은 지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른 채 평온한 비행을 하고 있다. 하지만 승객으로 위장한 테러집단들이 행동을 개시하고 비행기를 장악하자 공포에 휩싸이고, 가족들에게 마지막 목소리를 전하며 눈물을 흘리던 승객들은 오직 살기 위해 테러집단에 맞설 준비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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