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수GO "쓰레기 대신 버려드립니다"
닉핏 "당신의 불편함을 삽니다"

[월드투데이 김동민 기자] 사소하지만 불편한 일상 속 페인포인트(Pain Point)를 해결하기 위해 스타트업 분리수GO와 닉핏이 나선다.

창업가들은 일상생활 속 불편함, 이른바 '페인포인트(Pain Point)'를 해결과제로 여긴다. 이들은 모두가 불편해하지만 익숨함에 속아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콕 집어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서비스를 선보이며 플랫폼 전성시대를 이끌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카카오톡은 유료 문자 메시지를 무료화시켰고, 토스는 간편송금 서비스로 우리의 시간을 아껴줬다.

이들처럼 일상에 굵직한 변화를 준 서비스 말고도, 일상 속 사소한 불편함에서 출발해 신박한 아이디어로 눈길을 끄는 스타트업이 있다.

분리수거 대행 서비스부터 '불편함' 자체를 산다는 스타트업까지, 참신하면서도 일상에 변화를 가져다줄 두 가지 플랫폼을 소개한다.

[사진=분리수GO 홈페이지 캡처]
[사진=분리수GO 홈페이지 캡처]

분리수GO

우아한 형제들이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배달의 시대를 열면서 가정 내 분리수거 통은 빠른 속도로 차오르기 시작했다. 퇴근 후 노곤한 몸을 이끌고 분리수거 통을 비우는 것은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따로 용역을 쓰자니 그럴만한 일도 아닌 것 같다.

이런 애매한 불편을 해소하고자 나선 기업이 있다.

지난 10월 15일 '분리수GO'를 운영하는 수고피플은 세 번의 사전 테스트를 거치고 서울 송파구에서 첫 정식 구독 서비스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분리수GO는 공동 주택에서 배출되는 생활 쓰레기의 수거부터 분리배출까지 대행하는 서비스로, 현대인에게 쓰레기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게 하겠다는 취지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베타 테스트 기간 동안 3,000건이 넘는 수거·분리배출 경험으로 순환 가능한 재활용 자원 처리 시스템 구축 등 꾸준한 개발을 이어왔다. 분리수GO만의 재활용 통을 집 문 앞에 두고 수거요청을 하는 식으로 서비스가 이뤄진다.

저층 건물보다는 비교적 분리수거에 드는 시간적 비용이 큰 고층 건물에서의 구독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며 분리수거 위치가 멀리 있는 전원주택 밀집 지역에서 인기가 있을 수도 있다.

해당 플랫폼이 대중화에 성공하면 쓰레기 스트레스로부터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겠으나, 문제가 예상되기도 한다.

분리수거를 할 때는 내용물을 깨끗이 비우고 이물질을 닦아서 내놓아야 한다. 주택이나 아파트 단지 내에 위치한 분리수거장은 감시가 철저해 비교적 깔끔한 편이지만, 해당 플랫폼을 사용했을 때는 느슨해진 감시로 깨끗한 상태로 분리수GO 통이 유지될 수 있을지 걱정이다.

구독자들 사이에서 이런 식의 도덕적 해이가 나타난다면, 복도의 악취와 벌레 등의 문제로 번질 수 있다. 분리수GO는 이런 면에서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사진=구글플레이 캡처]
[사진=구글플레이 캡처]

닉핏

'프로불편러'는 매사 예민하고 별것 아닌 일에 부정적 여론을 형성하거나 논쟁을 부추기는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이다. 보통 '프로불편러'는 사적·공적 모임에서 부정적인 이미지를 남기지만, 이들을 환영하다 못해 직접 찾아 나서는 이들이 있다.

'닉핏'은 '불편함을 삽니다'라는 슬로건으로 고객의 컴플레인을 데이터화하여 해당 기업에게 데이터를 판매하는 스타트업이다.

데이터를 제공받은 기업은 R&D에 적용하거나 시장 수요를 예측하는데 사용할 수 있다.

'닉핏'은 지난 2018년 7월 23일 첫 서비스를 게시한 후 약 석 달 만에 가입자 8000여 명, 누적 불편 글 4만 개를 돌파하며 화려하게 출발했다.

사회·정치 이슈부터 신형 스마트폰, TV 프로그램 등 일상 속의 모든 주제에 대해 불편함을 폭로할 수 있다. 글 하나당 지급되는 포인트는 100원이며, 다른 유저의 공감이나 댓글을 많이 받을수록 보상은 늘어난다.

보상 조건은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45자 이상을 쓰는 것이다. 포인트가 쌓이면 현물로 교환할 수도 있다.

'닉핏'은 '페인포인트' 단어 자체를 사업 아이템으로 삼았다. 해당 서비스는 한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일상생활 전반의 불편함 개선을 가속화할 수 있다.

그러나 닉핏에서 제공하는 데이터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배달의 민족 리뷰이벤트를 신청해놓고도 리뷰 작성을 귀찮아하는데, 고작 100원을 위해 45자를 쓸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싶다.

리뷰이벤트를 진행하는 음식점의 별점이 높은 경향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닉핏 유저들 역시 45자를 채우기 위해 거짓 폭로를 하는 등의 도덕적 해이가 나타날 수도 있을 것 같다.

닉핏은 데이터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장치를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다양한 스타트업의 등장으로 일상의 불편함이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으며 우리의 생활 양식은 점점 변하고 있다.

다양한 플랫폼이 제공하는 솔루션으로 많은 이점을 누리게 되었지만, 각 플랫폼이 나올 때마다 적응하기 위한 과도기가 필요하다. 때로는 과도기 속에서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며 사회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다.

세상을 바꿔줄 스타트업의 등장은 분명 반가운 일이지만,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미리 예견하고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며 지속가능성을 언제나 고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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