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스트리디움 오토에타노게눔 박테리아, 탄소를 에탄올로
이데오넬라 사카이엔시스, 플라스틱 분해 박테리아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월드투데이 권성준 기자] 인류는 먼 옛날부터 미생물을 이용해왔다. 수천 년 전부터 세계 각지에서 치즈, 요구르트, 김치와 같은 발효 식품이나 맥주, 와인과 같은 알코올을 제조해왔으며 미생물을 이용한 발효 음식은 인간이 먹는 음식의 1/3을 차지한다.

미생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1676년 안토니 판 레이우엔훅이 발견했다. 이후 자연에서 미생물의 역할이 밝혀졌고 미생물과 인간의 공생 관계를 건강, 식품 분야를 넘어 산업의 분야로 확장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졌다. 이러한 시도를 '바이오 기술'이라 부르며 1900년대 초반부터 바이오 기술의 가능성이 제시됐다.

[사진=하임 바이츠만 이스라엘 초대 대통령, 브리태니커 사전]
[사진=하임 바이츠만 이스라엘 초대 대통령, 브리태니커 사전]

대표적으로 이스라엘의 초대 대통령 하임 바이츠만이 발견한 '클로스트리디움 아세토부틸리쿰 박테리아'가 있다. 클로스트리디움 박테리아는 전분과 설탕을 아세톤으로 합성할 수 있었고 바이츠만은 이를 이용해서 아세톤 합성법을 개발했다. 바이츠만이 생산한 아세톤은 화약의 재료로 사용됐으며 영국의 1차 세계대전 승리에 기여했다고 평가받는다.

그뿐만 아니라 지금도 효모나 대장균은 연료로 사용될 에탄올이나 의약품, 플라스틱의 재료로 사용될 다른 여러 유용한 화합물을 생산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이런 미생물을 이용해 인간에게 유용한 화합물을 생성하는 분야를 합성생물학이라고 부른다. 현재 합성생물학에서 각광받는 두 박테리아가 있다.

▶ 클로스트리디움 오토에타노게눔 박테리아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앞서 아세톤을 생산하는 클로스트리디움 박테리아를 언급했었다. 현재 각광받고 있는 박테리아로 같은 클로스트리디움속에 속하는 '클로스트리디움 오토에타노게눔 박테리아'가 있다. 토끼똥에 풍부하게 존재하는 이 박테리아가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수소와 일산화탄소를 흡수해 에탄올을 생산하기 때문이다.

수소와 일산화탄소가 대량으로 생산되는 곳은 공장이다. 기존에는 수소와 일산화탄소 가스들을 처리할 방법이 없어서 대기 중으로 배출해왔다. 하지만 클로스트리디움 오토에타노게눔 박테리아를 이용해 공장에서 배출되는 폐가스를 에탄올로 바꾸는 방법이 제시되고 있으며 박테리아가 생산한 에탄올은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

1990년대부터 가능성이 언급되어 왔지만 박테리아의 느린 배양 속도와 혐기성 미생물이라는 단점이 문제가 됐었다. 혐기성 미생물에게 산소는 치명적이기 때문에 에탄올 생산 과정에서 산소에 노출되면 박테리아가 죽었다. 하지만 점차 연구를 통해 단점이 많이 개선되었으며 산업에서 활용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실제로 미국의 신재생 에너지 전문 기업 란자테크(LanzaTech) 사는 2018년 6월 제강소에서 배출되는 폐가스를 에탄올로 바꾸는 공장을 개설했다. 해당 공장은 1년에 9만 톤가량의 에탄올을 생산하고 있으며 소속 연구자들은 효율적인 에탄올 생산과 상업화 절차를 개발하고 있다.

또한 다른 클로스트리디움속 박테리아도 클로스트리디움 오토에타노게눔 박테리아와 같은 과정을 통해 다른 유용한 화합물을 생산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광택제에 사용되는 부탄올, 화장품에 사용되는 프로판디올과 같은 화합물을 생산하는 미생물이 발견됐으며 이를 생산하는 공장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심지어 이러한 클로스티리디움 박테리아들은 도시의 쓰레기나 농업 또는 공업에서 생산되는 폐가스를 소모한다. 특히 탄소가 포함된 폐가스를 이용하기 때문에 이들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고 탄소 중립에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플라스틱 분해 박테리아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플라스틱은 저렴하고 내구성이 좋아 잘 썩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고 현대 문명을 대표하는 기적의 소재라고 불린다. 하지만 특유의 내구성 때문에 발생하는 환경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폐플라스틱은 자연적으로 분해되는 데 수백 년이 걸린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아예 썩지 않는다는 통념과 달리 플라스틱을 먹고 사는 생물들이 발견됐다. 대표적으로 '밀웜'이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갈색 거저리 애벌레는 스티로폼을 소화할 수 있다. 애벌레들이 플라스틱을 먹을 수 있는 이유는 이들의 장에 사는 박테리아 때문이다. 그리고 이 박테리아들이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각광받고 있다.

처음 발견된 박테리아는 2016년 일본 교토 대학교 요시다 쇼스케 박사팀이 발견한 '이데오넬라 사카이엔시스'였다. 연구팀은 페트병 쓰레기에서 박테리아를 발견했으며 이들은 페트병을 먹고 살았다. 박테리아 군체 1개는 6주 안에 페트병을 완전히 분해할 수 있었다. 이 발견을 시작으로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박테리아와 박테리아가 사용하는 효소 연구가 시작됐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2018년에는 이디오넬라 박테리아에서 우연히 '페타제'라는 효소를 발견했다. 페타제를 이용하면 페트병의 분해 속도를 20%가량 높일 수 있다. 2020년에는 페타제를 같은 박테리아에서 발견된 '메타제'와 결합시켜 6배 빨리 페트병을 분해하고 대량 생산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슈퍼 효소가 개발됐다. 심지어 이 효소들은 페트병을 원료 상태로 되돌리기 때문에 석유의 의존도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외에도 꿀벌부채명나방 애벌레, 아프리카 왕 거저리 애벌레에서도 플라스틱 분해 박테리아가 발견됐다. 해당 애벌레의 장에서 발견된 박테리아는 페트병보다 분해가 더 어려운 폴리에틸렌과 폴리스틸렌을 분해할 수 있다.

하지만 플라스틱 제품들은 다양한 종류의 플라스틱이 복합적으로 섞여있고 발견된 효소들은 단일 플라스틱만 분해할 수 있다. 그래서 아직까지는 실제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고 평가받는다. 현재는 다양한 플라스틱을 복합적으로 분해할 수 있는 미생물 효소를 발견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저작권자 © 월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