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극작가] 연극으로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후안 마요르가
연극으로 철학을 하는, 철학으로 연극하는 극작가 젠더프리 캐스팅으로 큰 호평받은 '비평가'의 원작자 연극은 비평과 예술을 상상할 수 있는 유토피아적 공간
[월드투데이 어지영 기자] 한국의 문화예술 관련 저작물을 아카이빙하는 아르코 예술기록원에서 최근 가장 인기있는 자료는 당연 '비평가' 실황 DVD이다. '비평가'는 극단 신작로의 이영석 연출과 김신록, 백현주 배우를 중심으로 2018년, 2019년 공연되었다. 아르코 예술기록원에는 2019년 공연 실황 자료가 소장되어 있다. 이는 자료를 열람하는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굿즈 증정 이벤트가 이루어졌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비평가'는 스페인의 유명 극작가 후안 마요르가(Juan Mayorga)의 2012년 작품이다. 10년만에 새로운 희곡을 쓰고 첫 공연에서 15분의 기립박수를 받은 극작가 '스카르파'와 그의 과거 희곡에 대해 혹평을 날렸던 비평가 '볼로디아'를 주인공으로 한다. 작가는 비평가와 극작가의 갈등을 통해 연극이란 무엇을 말해야 하는가, 더 나아가 예술의 본질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연극을 말하는 메타연극으로 관객들에게 지금 보고있는 연극의 본질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철학적 연극하기
마요르가는 연극으로 철학을 하는, 철학으로 연극하는 극작가이다. "연극은 철학처럼 갈등에서 출발하며 철학자들이 아직 답을 얻지 못한 질문들은 관객에게 던질 수 있다. 위대한 연극, 가장 좋은 연극을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사람들이 현실에서 불편하게 느끼거나 회피하는 것에 시선을 고정시키도록 하는 용기가 극작가에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철학하듯 연극해야한다는 연극철학은 마요르가의 생의 궤적에서 탄생했을 것이다. 1965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태어난 그는 대학에서 수학과 철학을 전공했다. 1997년 독일 철학자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 1892~1940) 연구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2003년 '보수주의 혁명과 혁명적 대화: 발터 베냐민에 있어서 정치와 기억'이라는 철학 서적을 저술하기도 했다. 이후 인터뷰에서 자신이 철학 뿐만 아니라 연극에 대해서도 벤야민에 사상에 많은 부분을 빚지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에만 머무르지 않고 무대를 통해 모두에게 질문을 던지는 연극
그는 마드리드 인근 중, 고등학교에서 수학과 철학 교사로 일하기도 했다.
마드리드 왕립 드라마 예술학교에서는 8년간 극작 교수로 재임하며 글쓰는 것을 가르쳤고, 현재 카를로스 3세 대학에서 무대예술 단대를 총괄한다. 2011년에는 '라 로카 데 라 카사(La Loca de la Casa)'라는 극단을 창립해 1년에 한 번씩 직접 연극을 연출하고 있다.
그는 학교에서 연극을 가르친다. 그리고 연극이 학교에서의 교육에 그치지 않고 무대로 이어지며 많은 사람들이 예술과 세상에 대해 사유하게 하는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고 믿는다.
마요르가의 대표 작품으로는 '일곱 명의 선한 사람들(Siete hombres buenos, 1989)', '스탈린에게 보내는 사랑의 편지(Cartas de amor a Stalin, 1999)', '뚱뚱이와 홀쭉이(El Gordo y el Flaco, 2000)', '하멜린(Hamelin, 2005), '맨 끝줄 소년(El chico de la ultima fila, 2006)', '다윈의 거북이(La tortuga de Darwin, 2008)' 등이 있다. '하멜린', '맨 끝줄 소년', '다윈의 거북이'로 스페인의 권위있는 공연예술 상인 막스상을 수상했다.
한국에서는 '스탈린에게 보내는 사랑편지', '비평가', '맨 끝줄 소년', '영원한 평화', '하멜린'이 공연되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출과 교수 故 김동현 연출가가 마요르가의 작품을 한국에 소개하고 연출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