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리버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자격 박탈

비틀즈와 축구의 도시 리버풀, 재개발로 인해 자격 박탈

2021-07-22     배수민 기자
[사진=영국 리버풀, 픽사베이]

[월드투데이 배수민 기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영국 리버풀을 세계유산 목록에서 삭제하기로 했다. 이는 독일의 '드레스덴 엘베 계곡', 오만의 '아라비아 오릭스 보호구역'에 이어 세 번째다.

지난 21일(현지시간) 중국 푸저우에서 열린 WHC 제44차 회의에서 리버풀의 세계문화유산 자격이 박탈됐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자격 박탈은 대표단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하면 가결된다. 이날 표결 결과 대표단 13명이 찬성하고 5명이 반대하면서 가결 요건이 충족됐다.

WHC는 세계유산 지정 지역 안팎에서 이뤄진 개발로 "뛰어난 보편적 가치를 전달하는 속성이 돌이킬 수 없이 손실됐다"고 그 이유를 전했다.

자격이 박탈된 가장 큰 이유는 리버풀의 재개발 계획 때문이다. 유네스코는 50억 파운드(약 7조9000억 원)를 들여 리버풀 수변구역 60헥타르에 고층 건물들을 세우는 ‘리버풀 수변 개발 프로젝트’에 대해 크게 우려했다.

특히 올해 초 문화유산 보존을 주장하는 단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브램리무어 부둣가에 에버턴 축구 경기장을 신설하는 계획이 승인된 것이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사진=영국 리버풀의 펌프하우스, 픽사베이]

18∼19세기 세계 무역 중심지였던 리버풀은 산업혁명 시기 도시가 확장되면서 영국의 주요 외항으로 성장했다. 리버풀은 면직물 등 일반적인 물품의 교역과 함께 노예무역의 중계항으로도 기능했다.

그러나 19세기 말부터는 산업구조의 변화 등으로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전략적으로 중요한 곳에 위치한 탓에 제2차 세계대전에서 집중 포격을 당하며 도시가 황폐해졌다.

수많은 시민이 사망하는 등 전쟁 후유증과 극심한 산업 침체를 겪었고 낡은 항구 주변은 우범 지대로 전락했다. 리버풀은 이러한 이유로 풍부한 문화자원에도 불구하고 2000년대 초까지 쇠락한 항구도시로만 알려져 있었다. 

리버풀은 재부흥을 위해 머지사이드 구조계획 등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도시 재생을 추진했다. 낡은 도시를 문화 상업 공간으로 탈바꿈시켰고, 도시의 풍부한 건축학적 요소는 많은 관광객과 영화 산업의 부흥을 가져왔다.

[사진=영국 리버풀, 픽사베이]

리버풀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목록에 등재된 것은 2004년이다. 근대식 건물과 부두가 잘 보존돼 있어 문화적 가치와 역사적 중요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리버풀은 비틀즈와 축구의 도시로도 유명하다. 비틀즈의 전설이 시작된 매튜 스트리트의 캐번 클럽(The Cavern Club)을 리버풀에서 방문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레논의 이름을 딴 공항, 폴 매카트니가 살았던 집, 애비 로드와 스트로베리 필드 등 그들 노래에 영감을 준 장소들, '비틀즈스토리'를 비롯한 여러 기념관들까지 도시 곳곳에 이들의 흔적이 가득하다.

또한 리버풀은 프리미어리그 리버풀 FC와 에버턴 FC의 연고지이기도 하다. 특히 1970~80년대 위용을 자랑한 리버풀 FC의 전설은 아직도 시민들에게 깊은 자부심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리버풀은 재개발, 고층 건물 건설 등으로 인류 보편적 가치가 파괴되거나 훼손될 위험에 처해 있다는 판단 아래 2012년 '위험에 처한 세계 유산 목록'에 이름을 올리며 지위가 위태로워졌고, 이번 결정을 통해 세계문화유산 자격이 박탈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