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극복한 트라이애슬론 유망주 케빈 맥도웰, 신기록 세워

도쿄올림픽 출전 케빈 맥도웰 선수 6위로 美 신기록 달성 10년 전 발병 호지킨 림프종 이겨낸 맥도웰...경기 도중 경쟁자에 물병 건네기도 "지금 내가 꿈꾸던 삶을 살고 있다", 31일 혼성 릴레이 경기

2021-07-27     장연서 기자
[사진=AP/연합뉴스]

[월드투데이 장연서 기자] 암 진단을 받았던 미국의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경기) 선수 케빈 맥도웰이 10년 만에 도쿄 올림픽에 출전, 미국 신기록을 수립했다.

미국 대표팀 케빈 맥도웰(28)은 26일 도쿄 오다이바 해상공원서 열린 트라이애슬론 남자 개인전에서 1시간 45분 54초 기록으로 6위에 올랐다.

미국 NBC 스포츠는 "트라이애슬론이 2000년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래 미국 선수가 수립한 최고 기록"이라며 헌터 켐퍼(45)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세운 이전 기록(1시간 50분 5초·7위)을 깼다고 전했다.

트라이애슬론의 올림픽 코스는 수영 1.5㎞, 사이클 40㎞, 달리기 10㎞로 구성된다. 국내에서 소위 '철인 삼종 경기'라고 불린다. 

첫 수영 구간에서 51명 가운데 47위에 그친 맥도웰은 사이클 구간에서 전력 질주하며 선두권에 합류했고 마지막 달리기 구간에서 뉴질랜드·벨기에·영국 대표와 접전을 펼쳤다.

이 와중에 사이드라인의 음료수 공급대에서 물병 하나를 집어 든 맥도웰은 바로 옆에서 달리던 벨기에 선수가 물병 잡는 데 실패한 걸 보고 자기 것을 선뜻 건네주어 경기를 지켜보던 팬들에게 감동을 안기기도 했다.

NBC 스포츠는 "누구도 기대하지 못한 행동이었다. 올림픽 정신이 무엇인지를 보여준 스포츠맨십"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만능 스포츠맨' 맥도웰이 올림픽에 오기까지

[사진=AP/연합뉴스]

시카고 서부 교외도시 제네바 출신인 맥도웰이 올림픽에 출전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맥도웰은 2011년 3월 호지킨 림프종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았다.

그는 "마치 온 세상이 뒤집힌 것 같았다. 세계 대회 우승을 위해 노력하는 대신 암을 이기기 위해 싸워야 했다"고 참담했던 당시 심정을 털어놓았다.

6개월에 걸친 항암 치료 후 완치 판정을 받았지만 마음의 준비에 임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2014년 FISU(국제대학스포츠연맹) 세계 대학 트라이애슬론 챔피언십 대회서 금메달을, 2015 토론토 팬아메리칸 게임에서 은메달을 따기도 했으나 2018년 슬럼프에 빠져 포기 위기까지 갔었다.

맥도웰의 가족들은 "2019년 대표팀 선발에 한 번만 더 도전해보자"고 그에게 격려를 전했고 이을 통해 그는 다시 일어섰다고 한다.

맥도웰은 2000년부터 2012년 대회까지 4차례 올림픽에 미국 트라이애슬론 대표 선수로 출전한 켐퍼로부터 큰 영감을 받았다며 "항암 진단을 받았을 때, 그리고 치료 후 복귀를 위해 노력할 때, 그가 나를 날개 아래에 품어주었다"고 말했다.

켐퍼는 맥도웰이 도쿄올림픽 결승선을 밟은 후 소셜미디어에 "멋진 레이스였다. 미국 신기록을 세우고 올림픽 6위에 오른 맥도웰이 무척 자랑스럽다"며 "2024 파리올림픽을 기대한다"는 글을 올렸다.

맥도웰은 오는 31일 열리는 혼성 릴레이에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