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동의 남미] 브라질 대통령 보우소나루④ 2022년 대선을 둘러싼 논란

내년 대선 실패 점쳐지는 보우소나루, 그가 민심을 잃은 까닭은? 의무투표제, 전자투표제, 결선투표제 시행하는 브라질 대선

2021-09-03     전유진 기자

[월드투데이 전유진 기자] 브라질 제38대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와 2022년 대선을 둘러싼 갈등이 연일 끊기지 않는다.

2018년 취임부터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인종 및 성차별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이어 마스크 거부, 백신 불신, 아마존 파괴의 주범 등 여러 악명을 얻으며 '제2의 트럼프'라고도 불렸다. 그런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남은 임기는 1년 남짓. 브라질 대선 특징부터 2022년 보우소나루 재선 도전에  얽힌 이슈를 소개한다.

[사진=pixabay]

◆ 브라질 대선은 1차, 2차가 있다?

브라질 대선은 결선투표제 방식이다. 1차 투표에서 과반을 득표하는 후보자가 있다면 바로 당선되지만, 과반득표자가 없을 때는 득표율 1, 2위 후보를 대상으로 2차 투표를 치른다. 2차 투표는 결선투표다. 결선 투표에서 우위를 점한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다. 브라질 대통령은 4년 임기이며, 두 번까지 연임이 가능하다.

한편, 브라질은 다양한 선거를 같은 날 동시에 실시한다. 지난 2018년 대선에는 상-하의원선거, 주 및 연방특별구 주지사-부주지사선거, 주의원선거, 연방특별구의원선거를 동시에 치렀다. 또한 브라질 선거는 모두 의무투표제이며, 결선투표제, 전자투표 등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

◆ 투표에 참가하지 않으면 벌금

브라질은 의무투표제를 실시중인 나라이기도 하다. 만 18세 이상 70세 미만의 국민은 무조건 투표에 임해야 한다.

의무투표의 영향으로 브라질의 투표율은 상당히 높다. 2006년 81%, 2010년 78.5%, 2014년 78.9%의 기록을 보였으며 30년간의 대선에서 모두 78% 이상의 투표율을 보였다.

만약 투표에 참여할 수 없다면 어떻게 될까? 우선 사유서를 국가에 제출해야 한다. 만약, 선거일 후 30일 이내에 불참 사유를 해명하지 않을 때에는 해당 지역 최저임금의 3~10% 수준의 벌금이 부과된다. 그 외 공직진출이나 여권발급, 연금 혜택, 자동차나 주택 구매 등에서 제한을 받거나 불이익이 주어진다.

◆ 전자투표로 치르는 대선

또 한 가지 특징은 전자투표제도이다. 선거부정을 방지하고 선거관리의 비효율성을 극복하고자 1996년 처음 시행됐다. 현재 대선을 포함한 모든 선거에서 전자투표를 실시하고 있다.

한편 이 전자투표제는 최근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부정선거 가능성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는 제도다.


◆ 여론조사 결과

2018년 10월 28일 치러진 결선 투표에서 우위를 점한 자이르 보우소나루는 2018년 말 대통령에 취임했다. 내년 다시 대선을 앞둔 가운데 최근 여론조사에서 처참한 성적을 맛봤다.

1차 투표 예상 득표율은 룰라 40%, 보우소나루 24%이었으며, 결선투표 결과율은 51% 대 32%로 룰라의 승리가 점쳐졌다.

아예 결선 투표에도 진출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중도 노선을 표방하는 제3 후보가 나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1차 투표에서 3위로 밀리며 결선투표에 진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룰라 전 대통령 [사진=AFP/연합뉴스]

◆ 룰라는 누구인가?

내년 대선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맞붙을 것으로 예상되는 룰라는 이미 2018년 대선 당시 40%의 지지율을 얻기도 했다. 대통령으로 취임한 바 있는 룰라는 당시 돈세탁, 뇌물수수 등 부패혐의로 수감 중이어서 대선에 출마할 수 없었다.

결국 노동당은 그 대신 부통령 후보였던 페르난도 아다지 전 상파울루 시장을 대선 후보로 교체했다. 룰라 전 대통령이 대선에 출마하지 않게 되면서 극우성향 사회자유당 보우소나루가 지지율 1위에 오르며 대통령에 당선됐다.


제38대 대통령 보우소나루 [사진=REUTERS/연합뉴스]

◆ 낮아지는 재선 성공 확률

보우소나루는 어쩌다 브라질 국민들의 민심을 잃어버리게 된 것일까?

최근 가파르게 오르는 물가와 실업률·빈곤율 상승, 전력난 등으로 점차 국민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데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많은 논란에 휩싸여 정국을 혼란하게 하며 민심을 잃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보우소나루와 그의 측근들은 직권남용과 가짜뉴스 유포, 선거제도 부정, 민주주의와 국가기관에 대한 공격 등 혐의로 연방대법원과 연방선거법원의 조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가장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보우소나루 정부의 국정 수행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 29%·부정적 63%였다. 내년 말까지인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남은 임기에 대한 의견은 낙관적 28%·비관적 52%로 나왔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2019년 초 보우소나루 정부 출범 이후 가장 나쁜 것으로, 재선 가능성이 그만큼 낮아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 마이너스 성장률 기록하는 브라질

여기에 덩달아 브라질이 2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브라질 국립통계원이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이전 분기 대비 -0.1%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브라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탓에 지난해 2분기 성장률이 -9%로 저조했지만, 3분기에 7.7%로 반전했다. 그러나 이후 성장률은 4분기 3.1%, 올해 1분기 1.2%로 둔화 추세였다.

전문가들은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의회·사법부 간 갈등으로 초래된 '대통령 리스크'가 경제 회복세에 부정적 영향을 줬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으로 인해 경기 회복에 찬물이 끼얹어지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사진=unsplash]

◆ 정책 노선 변경한 보우소나루, 그러나…

위기의식을 느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최근 들어 포퓰리즘 정책을 잇따라 내놓으며 분위기 반전을 시도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지출이 급속도로 늘어난 상황에서 포퓰리즘 정책으로 재정이 더 큰 부담을 안으며 역효과가 발생하고 있어 위기를 가중하고 있다. 새로 내놓은 정책들이 물가 상승세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오히려 국민들의 불만을 키우는 꼴이다.

포퓰리즘 정책으로 성공하기 어려워지자 결국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그의 지지자를 결속시키는 방안을 선택했다.

지지자들과 오토바위에 시위에 나선 보우소나루 [사진=AP]

◆ 보우소나루, 그가 대선에 임하는 자세

보우소나루는 8월 28일 중서부 도시 고이아니아에서 열린 복음주의 개신교 행사에서 자신의 미래가 체포, 죽음, 승리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옳은 일을 하고 누구에게도 빚을 지지 않았으므로 첫번째, 즉 체포가 나타나지는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체포, 죽음, 승리를 이야기하는 그의 발언은 대선에 임하는 강경한 태도를 드러내어 지지자를 결속시키면서 위기를 타개하고자 하는 선언으로 풀이된다.

◆ 친 정부 지지자 결속, 오히려 혼란 가중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지지자 결속 전략은 계속되고 있다. 그는 9월 7일 브라질 독립기념일을 맞아 대대적인 친 정부 시위를 부추기는 중이다. 수도 브라질리아와 상파울루에서 벌어지는 시위에 직접 참여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정치 전문가들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갈등을 조장하면서 지지층을 결집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덩달아 정국이 더 혼란스러워질 것을 우려했다.

또한 좌파 정당과 시민단체들도 같은 날 주요 도시에서 보우소나루 퇴진 촉구 시위를 벌일 예정이어서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해당 시위에 대해 보우소나루 지지성향 정당은 물론 군부에서도 반응이 엇갈리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정치적 효과를 거두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전자투표 대신 검표 가능한 투표용지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사진=unsplash]

◆ 전자투표 폐지 주장

지지자 결속 외 보우소나루는 계속해서 현 선거제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전자투표제이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전자투표 때문에 2014년과 2018년 대선 결과가 왜곡됐다며 검표가 가능한 투표용지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는 현재의 전자투표제를 바꾸지 않으면 대선 결과가 왜곡될 것이기 때문에 패배하더라도 승복하지 않겠다는 주장을 거듭했다. 전자투표제를 빌미로 내년 대선 결과 불복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이에 '전자투표 폐지-투표용지 사용' 개헌안이 8월 10일 하원에서 부결된 뒤에도 바호주 대법관을 겨냥한 공격적 발언을 지속하고 있다.

◆ 트럼프의 길을 따라가는 보우소나루?

브라질 정치 전문가들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전자투표 폐지를 주장하며 현 선거제도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것은 '트럼프 매뉴얼'에 따른 것이라고 견해를 내놓았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전통적인 매체를 기피하고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자신의 주장을 퍼뜨리는 것도 트럼프 전 대통령과 유사하다.

앞서 브라질 언론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선거제도 공격의 배후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책사였던 극우 인사 스티브 배넌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배넌은 그동안 브라질의 선거제도를 비판하고 내년 대선의 투명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발언을 여러 차례 해왔다.

연방경찰도 배넌 연루 가능성을 조사하는 중이다. 연방경찰은 배넌이 보우소나루 대통령 지지자들로 이루어진 이른바 '디지털 민병대'를 위한 멘토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디지털 민병대'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거의 날마다 쏟아내는 극우 성향의 발언들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퍼뜨리는 이들을 지칭한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사진=EPA/연합뉴스]

◆ 설상가상, 사법부와의 충돌과 정치적 고립

한편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사법부의 갈등이 점차 보우소나루에게 불리한 형국으로 전개되고 있다. 보우소나루가 현직 대법관인 모라이스의 탄핵을 요구했으나 이가 상원에서 거부된 것이다.

모라이스 대법관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가짜뉴스 유포 행위 조사 대상에 올렸고, 연방경찰을 동원해 SNS에서 야권 정치인들을 공격하고 민주적 질서를 위협한 대통령 측근인 전직 하원의원을 전격 체포하도록 했다. 대통령의 열성 지지자들에 대한 압수수색을 연방경찰에 지시하기도 했다. 이에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8월 20일 모라이스 대법관 탄핵 요구서를 상원에 보냈다.

그러나 호드리구 파셰쿠 상원의장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지난주 상원에 보낸 대법관에 대한 탄핵 요구서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보우소나루는 정치적 고립을 자초한 셈이 됐다.

파셰쿠 의장은 "민주주의와 권력분립의 가치를 수호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이 점에서 모라이스 대법관 탄핵 절차를 개시할 최소한의 근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거부 이유를 밝혔다

한편,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전자투표 폐지에 반대한 대법관 루이스 호베르투 바호주에 대한 탄핵도 요구하려다 철회했다.

여론조사에서 보우소나루를 앞서가고 있는 룰라의 선거 유세 현장 [사진=AFP/연합뉴스]

◆ 패배가능성 시인?

상황이 점차 불리해지자 보우소나루가 내년 대선에서 패배 가능성을 사실상 인정했다.

브라질 다수 매체는 대통령실 측근들의 말을 인용,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내년 대선을 자신과 좌파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의 양자 대결 구도로 예상하며 결선투표에서 30% 정도 득표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2일 보도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빈곤층과 물가 상승세가 자신에게 불리한 요인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늘어난 빈곤층이 가파른 물가 상승세에 불만을 터뜨리기 시작하면서 민심이 빠르게 돌아서고 있는 사실을 의식한 것이다.

대통령실 측근들은 기초생필품 가격 급등세가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룰라 전 대통령의 대선 경쟁력에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여론조사에서도 저소득층·빈곤층의 57%가 룰라 전 대통령 지지 의사를 밝혔다.

그가 다시 지지층 결집 전략을 고수할지, 혹은 다른 전략을 내놓을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