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브라질] 현 대통령과 전 대통령이 맞붙는 브라질 대선, 현재 상황은?
룰라 전 대통령 -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 경제 악화가 변수
[월드투데이 전유진 기자] 내년 10월 치러질 선거를 앞두고 유력한 두 후보가 출마의사를 유권자에게 알리고 있다. 특히나 현 대통령인 자이르 보우소나루와 전 대통령이었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가 맞붙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각각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 쿠바 공산혁명 지도자 언급하며 출마의사 내비친 룰라
브라질 대선을 앞두고 좌파 진영의 유력 대선주자는 룰라 전 대통령이다. 아직 공식적으로 출마를 선언한 적은 없는 그지만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최근 룰라는 쿠바 공산혁명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와의 인연을 언급하며, 출마의사를 넌지시 확인했다.
지난 2일 룰라 전 대통령은 한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과 인터뷰에서 1980년대 선거에서 패배했을 때 정치를 그만두려 했으나 카스트로의 격려로 재기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1982년 그는 상파울루 주지사 선거에 출마했으나 10% 안팎의 득표율로 4위에 그쳐 낙선했다. 선거에서 패배한 뒤 정치활동을 사실상 중단한 룰라는 3년 뒤 쿠바를 방문해 카스트로를 만났으며 정치와 국제문제 등에 관해 많은 대화를 나눴다.
룰라 전 대통령은 "카스트로는 인류 역사상 금속공장 노동자가 선거에 출마해 110만 표를 얻은 전례가 없다고 했다"면서 "카스트로의 말에 큰 용기를 얻었고 정치활동을 재개할 자극제가 됐다"고 말했다. 이듬해 그는 1986년 연방하원 선거에 출마, 당시로서는 사상 최다인 65만1천700여 표를 얻어 당선됐다.
최근 대통령 임기를 마친 후 감옥에 수감되고 정계 은퇴 선언을 하는 등 그는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런 그의 과거를 떠올릴 때, 정치활동을 재개한 시기를 회상하는 것은 마치 이번 대선을 연상시킨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정치를 이어 나갈 의지를 내비치며 유권자에게 출마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힌트를 준 것이다.
◆ 큰 격차로 앞서 나가고 있는 룰라
룰라 전 대통령은 대선 출마와 관련해 "내년 3월 중 대선 출마 여부를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확정적으로 이야기하지는 않았으나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을 비교적 큰 격차로 앞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룰라 전 대통령이 중도 성향의 지지를 끌어올 수 있는 인사를 러닝메이트로 삼으면 과반 득표에 성공하면서 결선 투표 없이 1차 투표에서 당선을 확정 지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 우파 정당 입당하며 대선 준비해가는 보우소나루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도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 11월 30일 우파 정당에 입당하면서 내년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것이다.
보우소나루는 2018년 대선에서 극우 사회자유당(PSL)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으나 이후 당 대표와 갈등을 빚다가 2019년 11월 탈당했다. 무소속으로 대통령 업무를 수행하다가 내년 재선을 위해 복음주의 개신교 세력의 지지를 배경으로 '브라질을 위한 동맹'이라는 극우 정당 창당을 추진했으나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이에 우파 정당 입당을 선택했다. 브라질 선거법은 무소속 후보의 대선 출마를 인정하지 않기에 당적이 필요하다. 이로써 대통령은 9번째 당적을 갖게 됐다.
한편 이번 우파 정당을 선택한 것은 내년 대선에서 중도 진영 정당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인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 지지율 3위를 달리고 있는 세르지우 모루 전 법무장관 역시 중도 진영의 지지를 노리고 있어 목표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 최저 기록하는 보우소나루 정부 평가
보우소나루의 지지율은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 11월 29일 브라질 여론조사업체 아틀라스가 발표한 바에 의하면 보우소나루 정부의 국정 운영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19%에 달한다. 20%를 밑돈 것은 보우소나루 정부 출범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국정 운영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60%, 보통이라는 답변은 20%였다. 대통령 개인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 65%, 긍정적29%으로 높은 거부감을 보였다.
◆ 차기 정부 누가 되든 브라질 경제 큰 문제
브라질 경제는 1990년대 이후 최악의 전망을 보이고 있다. 3분기 성장률도 -0.1%를 기록하며 2개분기 연속 역성장을 하는 중이다. 최악의 경제상황은 차기 대통령에게 큰 부담이 될 것이다.
경제전문가들은 브라질의 성장 둔화, 헤일화 약세, 물가 상승, 공공부채 증가 등으로 내년 정책 운용에 큰 어려움을 격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브라질 경제부는 올해 GDP성장률 전망치를 5.3%에서 5.1%로, 내년 전망치는 2.5%에서 2.1%로 낮췄다. 그러나 시장은 올해 4.88%, 내년 0.93%로 더 낮은 수치로 전망하고 있다. 물가상승률도 최근 1년간 10.25% 상승했다.
좌파인 룰라 대통령이 비교적 앞서고 있으나 변수는 경제다. 시장의 불안감을 누그러뜨리고 지금과 같은 추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 브라질 대선은 언제?
내년 대선은 10월 2일 1차 투표가 치러지며,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득표율 1∼2위 후보를 놓고 같은 달 30일 결선투표를 실시해 최종 당선자를 가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