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 on Chile] 극우-극좌 '결선투표'로 알아보는 칠레 대통령 선거
칠레 대선 후보 '안토니오 카스트-가브리엘 보리차' 칠레 결선투표 대선 결과는?
[월드투데이 이하경 기자] 지난 16일(현지시간) 오후 칠레 수도 산티아고의 이탈리아 광장에서는 사람들이 몰려나와 샴페인을 터트리며 환호했다.
이날의 축제 분위기는 1973~1990년 집권한 군부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의 부인 루시아 이리아르트의 사망 소식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피노체트는 1973년 쿠데타로 실바도르 아옌데 좌파 정권을 무너뜨리고 17년간 독재했다. 이 기간 칠레에서는 반체제 인사 등 3천여 명이 숨지거나 실종됐고 고문과 인권탄압이 자행되었다.
AP통시에 따르면 이날 광장에 나온 사람들의 상당수는 1990년 이후 출생했을 20~30대 젊은이였다. 피노체트는 15년 전 사망했음에도 매번 대선마다 언급되는 등 자주 소환됐다. 이번 독재자 부인의 사망으로 피노체트의 검은 그림자가 드디어 겉혔다.
군부정권을 직접 경험하지 않은 세대까지도 '피노체트 시대의 종언'을 열렬히 환영한 것은 그의 존재감이 어느정도였는지 체감하게 한다.
이번 칠레 대선에는 이념적으로 양극단에 높여있는 두 후보가 선두에 올라, 이달 예정된 결선 투표에서 다시 한 번 맞붙게 됐다. 민주주의가 회복됐던 1990년 이후 '31년 만에 가장 양극화된 대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칠레 매체에 따르면, 지난 11월 22일 실시된 대선에서 극우파 후보인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55) 전 하원의원이 1위, 좌파 후보인 학생운동 지도자 출신 가브리엘 보리차(35) 하원의원이 2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개표율이 99.99%에 이른 시점에 선두 카스트 후보 득표율이 27.91%, 2위인 보리치 후보가 25.83%를 기록하며 과반수에 미달해 대선 규정에 따라 오는 12월 19일 결선투표를 다시 진행하게 되었다.
칠레는 지난 2019년 지하철 요금 인상으로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이후 변화를 바라는 민심이 커졌고, 지난 5월 의회 선거에서도 좌파가 선전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대선에서도 좌파 후보가 우세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는데 결과는 달랐다. 특히 카스트는 미국의 트럼프 전 대통령이나 브라질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비견되는 극우 정치인이라 더욱 의외의 결과였다.
카스트의 솔직한 발언과 베네수엘라 이민자가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갈라치기 전략이 호응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반면 보리치 후보는 자유방임 경제정책을 철폐하고 환경보호와 원주민 권리를 강화한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정치 평론가들은 우파에는 예상치 못한 대선 결과이긴 하지만 결선 투표일까지 큰 문제가 없다면 카스트의 후보 당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카스트 후보는 개표 발표 후 지지자를 상대로 연설하면서 "칠레 국민은 오늘 목소리를 높였다"며 공산당을 비롯해 보리치 후보의 좌파 진영을 겨냥해 "이번 선거가 자유주의가 아니면 공산주의인가를 선택하는 자리였다"고 강조했다.
보리치 후보는 연설을 통해 그간 언급하지 않은 범죄와 마약거래 척결에 나서겠다며 결선투표에서 지지를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