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으로 회귀하는 EU, 소형 모듈 원자로(SMR) 주목
탈원전에 대한 EU의 상반된 입장 그린 택소노미에 원전 포함되나 소형 모듈 원자로 주목
[월드투데이 김수민 기자] 탈원전 외쳤던 EU에 원전 회귀 바람이 불고 있다.
프랑스와 영국의 주도로 유럽연합(EU)에 원전을 활용하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유럽 10개국 16명의 경제·에너지 장관들이 모여 원자력 발전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공동 기고문을 게재하기도 했다.
지난 10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도 원자력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으며, EU 차원에서 2030년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를 1990년 대비 40%에서 55%로 상향 조성했다.
원자력 발전이 필요해진 이유는
프랑스와 영국 등은 기후변화 대책, 전력의 안정적 공급 및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원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막을 수 없는 기후변화
기후 변화로 풍력 발전 원동력인 바람이 뚝 끊겼다. 영국은 전체 전기 생산의 4분의 1을 풍력에 의존하는 국가다. 북해의 바람이 잦아들면서 풍력발전으로 생산하는 전기의 양이 급감한 것이다.
◆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
지정학적 갈등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21일부터 러시아가 '야말-유럽 가스관'을 통한 가스 공급을 중단했다. 유럽은 가스 수요의 40%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 꺼질 줄 모르는 가스 가격
잇따른 악재로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했다. 심리적 경계선인 1천㎥당 2천 달러 선을 훌쩍 넘으면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천연가스 가격 급등은 유럽 곳곳 전기 요금 인상을 야기했다.
지난 19일 유럽 전력거래소(EPEX Spot)에서 프랑스의 다음 날 공급분 전기가 MWh(메가와트) 당 382.08유로에 거래됐는데, 2009년 이후 12년 만의 최고가 기록이다.
원전에 대한 유럽 각국의 태도
원전 회귀론을 주도하고 있는 프랑스는 지난 11월 원전 건설을 재개한다고 표명했으며, 최대 대형 원자로 6기 건설을 추진 중이다.
영국의 경우 대형 원자로 건설 추진은 물론 차세대 소형 원자료 개발 및 연구에 혈안이다.
네덜란드도 50억 유로(약 6조 7120억원)을 투자한 원전 2기 증설 계획을 밝혔다. 핀란드는 이미 대형 원자로 1기를 완공하고 내년 1월 전력 공급을 기다리고 있다.
폴란드의 경우, 자국 최초로 원전을 건설할 예정이다. 헝가리도 프랑스와의 협력을 통해 원전 건설 의사를 표명했다.
한편, 독일의 탈원전에 대한 의지는 확고하다. 후쿠시마 원자력 사고 발생 이후, 당시 가동 중이던 17기 원전 중 노후 원전 8기를 즉각 폐쇄하고, 나머지 9기를 단계적으로 폐쇄해 나갔다. 올해 말 3기, 내년 말 3기가 폐쇄되면 독일은 탈원전 국가가 된다.
◆ 그린 택소노미에 원전 포함될까
탈원전에 대한 상반된 입장은 '그린 택소노미'(녹색분류체계)의 친환경 에너지 범주에 원전을 포함할지에 대한 논쟁에서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린 택소노미는 친환경 산업과 그렇지 않은 산업을 구분하여 '친환경 투자를 위한 지침서' 역할을 하는 정책 기준이다. EU는 세계 최초로 지난해 6월 EU 판 그린 택소노미를 발표한 바 있다.
EU는 내년 1일부터 재생에너지·운송·자동차 제조 분야에 '그린 택소노미' 시행을 앞둔 가운데, 원전 포함 여부를 여전히 결정짓지 못했다. 지난 22일 원전 포함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으나, 내년 1월 이후로 미뤘다.
'원전 필수론'에 주목받는 '소형 모듈 원자로'
지난 23일 벨기에 정부도 독일과 마찬가지로 2025년까지 7개 원전을 모두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면서도 소형 원자로 가동을 염두에 두고 기술에는 계속적으로 투자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 주목받는 이유는
기존 대형 원자로와 달리 소형 모듈 원자로(SMR, Small Modular Reactor)는 차원이 다른 안전성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먼저 말 그대로 '소형'이기 때문이다.
원자로가 소형이란 뜻은 발전량과 열용량 역시 작다는 것이다. 이는 핵심 안전 개념인 '피동 안전계통로'의 대처를 용이하게 만든다.
피동 안전계통은 지진 등 비상사태 시 외부 전력 공급 없이도 냉각수 순환을 가능케 해 원전이 안전한 상태에 머무르도록 돕는다. 발전량이 많으면 잔열도 높아 외부 전원 없이 냉각수를 충분히 순환시키기 어렵다.
소형이라는 특성은 발전량 대비 생산 비용이 높다는 단점이 있다. 이를 극복해 줄 두 번째 특성이 SMR의 '모듈'이다.
모듈화된 SMR은 원전을 구성하는 부분들을 공장에서 미리 제조해 현장에서 조립할 수 있다. 단순화된 설계는 비용을 절감시킨다.
기존 대형 원전은 발전소 부지에서 제조 및 건설돼 각 부지에 맞는 새로운 설계를 필요로 했다. 공사 기간도 길어 높은 비용이 발생했다.
◆ 소형 모듈 원자로는 정답일까?
안정성 측면에서 대표되는 문제는 원전 여러 기가 밀집했을 때 발생한다. SMR의 경우, 병렬 배치 형태를 띠고 있어 위험의 전파나 사고 예방 조치를 어렵게 한다.
또 다른 문제는 사용 후 핵연료 처리 문제다. SMR은 사용 후 핵연료를 전국 각지에 분산 보관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문제 해결로 보긴 어렵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아무리 모듈화를 한다 하더라도 일반 공산품과는 다르기에 사용되는 부지 특성과 환경에 맞는 설계는 필수라는 의견이 대다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