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선거] 이탈리아 대선주자 '마리오 드라기'...EU 기반 흔드는 거물
유럽연합 정치 지형도 변화한다
[월드투데이 이하경 기자] 2022년은 지구촌 곳곳에서 선거가 열리는 '선거의 해'로 첫 주자는 오는 24일 대선이 예정된 이탈리아다.
특히, 올해 유럽연합(EU) 3대 경제로 꼽히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가 나란히 리더십 교체기를 맞이하며 유럽의 정치 지형도가 어떻게 변화할지 주목된다. 16년 간 집권한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가 물러나며 새 행정부 체제에 들어선 독일에 이어, 이탈리아와 프랑스도 올해 1월 중 대통령 선거를 치른다.
이탈리아에서는 지지율 1위인 마리오 드라기 현 총리가 신임 대통령이 될지 총리로 남을지가 관건이다.
이탈리아 하원이 지난 4일(현지시간) 차기 대통령을 뽑는 선거 시작일을 오는 24일로 정했다. 차기 대통령은 다음 달 3일로 7년 임기를 마치는 세르조 마타렐라(80) 현 대통령의 뒤를 잇는다. 유력 후보로 마리오 드라기 현 총리(74)와 3선 총리를 지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등이 거론된다.
이탈리아의 대통령 선출 투표는 상·하원 의원과 20개 주의 대표들이 한다. 후보자는 투표에서 3분의 2 이상의 지지를 받아야 하며, 세 차례 투표에서도 충분한 표를 얻지 못하면 네 번재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를 뽑게 된다.
대통령은 평상시 다른 내각제 국가와 마찬가지로 상징적인 국가수반의 역할에 그치지만, 연립정부가 붕괴하는 등 비상 정국에서는 의회 해산 및 조기 총선 결정, 차기 총리 후보자 지명 등 강력한 권한을 행사한다.
마리오 드라기 현 총리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대통령직을 두고 경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2월 3일로 7년 임기를 마치는 세르지오 마타렐라 현 대통령은 앞서 연임을 포기하겠다는 뜻을 공식화한 바 있다.
이번 대선이 주목받는 이유는 마리오 드라기 총리의 거취와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현지 언론에서는 드라기 총리를 가장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거론하고 있다. 경륜과 능력 등을 종합해 볼 때 헌법 정신을 받들어 국민 통합을 이루는대통령직에 적임자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드라기 총리는 유럽중앙은행(ECB)총재 출신으로 코로나19 사태 와중이던 지난 1월 주세페 콘테 총리내각이 내부 불협화음으로 붕괴하자 마타렐라 대통령에 의해 총리로 지명돼 정국 위기의 불을 끄는 긴급 소방수로 등판했다.
이후 좌파와 우파를 아우르는 '무지개 거국 내각'을 구성해 코로나19대응, 유럽연합(EU) 회복기금을 토대로 한 국가 사회·경제개혁 청사진 수립 등 굵직굵직한 현안들을 무난하게 처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리더쉽은 바람 잘날 없던 이탈리아 정가에서 근래 보기 드문 평화를 가져다 주었다.
폴리티코는 "이탈리아 국민통합이 가능한 대통령 후보를 찾아냈으나 그 인물이 드라기 총리라는 점이 문제"라며 "이탈리아의 권력 승계 딜레마"라고 분석했다.
드라기가 대통령이 될 경우 총리직은 공석이 된다. 이 경우 선거 등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며 EU 구조개혁, 투자, 코로나19 대응 등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