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핑크빛 물결 속 브라질 폭동 대비
'핑크 타이드 2.0'의 배경 및 현황 보우소나루 대통령 폭동에 대비하는 브라질
[월드투데이 김수민 기자] 중남미에서 다시 좌파 붐이 일고 있는 가운데, 올해 예정된 브라질 대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중남미가 핑크빛에 물든 배경은?
현재 중남미에는 다시 '분홍 물결'이 몰아치고 있다. '분홍 물결'은 1990~2015년까지 여러 남미 국가에서 온건한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좌파 정당들이 연달아 집권한 기조를 말한다.
이전 세대와 달리 '핑크 타이드(분홍 물결) 2.0'은 이념보다 실리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두 번째 분홍 물결이 발생한 주된 배경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있다.
남미 코로나19 상황은 심각하다. 브라질은 사망자 수(83만 명) 세계 2위, 페루는 인구 대비 사망자 수 (100만 명당 6,000명) 세계 1위다. 현재 남미 노동자 50%가 비정규직이며, 일부 국가에서는 실업률이 두 자릿수까지 치솟았다.
남미의 감염병 대응 실패로 인한 무수한 희생자 발생, 경제난 및 양극화 심화 등은 우파에 대한 불만을 증폭시켰고, 새로운 분홍 물결을 야기한 것이다.
■ 어디까지 물들었나
실제로 작년 볼리비아와 페루 대선에서 좌파 성향의 루이스 아크레와 페드로 카스티요가 각각 대통령에 당선됐다. 칠레에서도 학생운동 지도자 출신 가브리엘 보리치가, 온두라스에서도 좌파 후보 시오마라 카스트로가 선거에서 승리했다.
멕시코(2018년)와 파나마·과테말라(2019년)에는 훨씬 더 전부터 좌파가 정권을 잡으면서 분홍 물결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의견이 다수다.
핑크빛 예상 속 폭동 대비 브라질
가장 주목받고 있는 선거는 브라질 대선이다. 좌파 대부라 불리는 루이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이 10여 년 만에 대권 재도전을 선언했다.
지난달 13~16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다르면 룰라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59%로 30%를 기록한 보우소나루 대통령보다 약 2배 가량 높다.
브라질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경우 봉쇄 조치 거부, 효과 미 입증 백신 맹신 등 코로나19 관련해 여러 차례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여론 조사 결과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멕시코, 아르헨티나에 이어 인구 2억의 브라질에도 좌파 정부가 들어선다면, 오히려 예전보다 더 강한 분홍 물결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의식한 결과인지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현행 전자 투표에 불신을 표시하며, 검표가 가능한 투표용지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바꾸지 않으면 대선에서 패배하더라고 결과에 불복할 것이라는 입장을 여러 번 내비쳤다.
브라질 연방선거법원장은 전자 투표에 선거 부정이 없었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라며 현행 전자 투표 방식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브라질 군 측은 보우소나루의 패배 시 지난해 미국 의회 폭동보다 더 한 사태가 벌어질 것을 우려하며 훈련 일정을 전면 조정했다.
오는 10월 2일 1차 투표로 시작되는 브라질 대선을 대비해 9월 말까지 올해 예정된 67차례의 군사훈련을 끝내고 비상대기 상태에 들어갈 예정이라 전했다.
콜롬비아도 대세 따른다
제1차 핑크 타이드에서도 우파로 남아있던 만연 우파 집권국 콜롬비아에서도 좌파 진영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콜롬비아는 오는 3월 13일 총선과 5월 29일에 대선을 각각 기다리고 있다.
콜롬비아에서도 역시 좌파 정치세력들이 모여 만든 정당 연합 '역사적 협약'의 구스타보 페트로 대선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총선 결과를 예고하는 정당 지지율 조사 결과에서도 '역사적 협약'이 1위를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