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불이 꺼지지 않는 이유' 인도의 살인적인 대기오염과 지하수 고갈
매년 250만명이 대기오염으로 사망 뉴델리 초미세먼지 42%가 농촌서 유입 1960년대 논농사 확산으로 지하수 개발
[월드투데이 최도식 기자] 인도 뉴델리의 살인적인 대기오염이 지하수 고갈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인도의 수도 뉴델리는 매년 11월부터 2월까지 공해수준의 대기오염이 발생해 2,000만 명의 시민들이 호흡곤란, 구토, 어지럼증 등의 증상을 호소하고 있다.
현지 여론조사 사이트인 '로컬 서클스'는 델리주 주민 86%가 대기오염으로 임상증상을 호소하고 있음을 발표했다. 또 세계적인 과학잡지 '환경연구저널'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매년 인도 사망자 수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250만명이 대기오염으로 사망하고 있다.
뉴델리의 대기오염 정도는 객관적인 관측을 통해서도 그 심각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확인할수 있다. 영국 가디언지의 발표에 따르면 겨울철 델리주의 대기오염 정도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안전 대기질 수준보다 20배 높았다.
전세계 대기오염 계측 사이트인 'aqicn.org'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델리주의 대기질(AQI) 지수는 400을 훨씬 웃도는 수치를 기록했는데, AQI 지수가 200 이상이면 건강에 매운 해로운 단계, 300 이상이면 위험 수준이다.
이에 인도정부는 해당기간 동안 시민안전을 위해 봉쇄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봉쇄령에 따라 델리주의 모든 초·중·고 및 대학교가 비대면 수업을 진행했으며, 기업들도 재택근무를 권고하는 등 시민들의 외출을 최대한 자제시켰다.
대기오염 완화를 위한 조치들도 병행됐다. 오염을 유발하는 건설 작업을 일정기간 동안 중단하는 한편 주 내 석탄 화력발전소 11곳 중 절반 이하인 5곳만 가동을 허용했다. 또 주 내로 들어오는 화물차량의 운행도 제한하며 대기질 정화를 위한 모든 즉각적인 조치들을 발동했다.
■ 농촌에서 시작된 뉴델리의 대기오염
인도 정부는 대기오염 해결을 위해 매년 95억 달러를 지출하고 있다. 그렇다면 살인적인 대기오염의 원인은 무엇일까?
인도의 대기문제는 인구과밀현상과 일정부분 관련이 있다. 급격한 경제성장은 자동차와 공장의 증가로 이어졌고 여기에서 배출된 유독가스가 대기의 질이 급격하게 악화시킨 것이다. 14억 명의 인도국민들이 생산해내는 쓰레기 역시 대기오염의 원인으로 지목받는다. 쓰레기들을 소각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유해물질이 인도 국민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하지만 위의 이유들만으로는 뉴델리의 대기오염 문제를 완벽하게 설명하기 어렵다. 대기의 상태가 일년 내내 유해한 것이 아니라 겨울철에 급격하게 나빠지기 때문이다. 11월부터 3월까지의 지속되는 대기오염은 사실 추수 후 논밭을 소각하는 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실제로 인도 정부에서 겨울철 뉴델리의 대기질을 분석한 결과 북부 농촌지역에서 소각으로 발생한 재들이 이 지역 초미세먼지의 42%를 구성하고 있었다. 지름 2.5μm 이하의 초미세먼지는 폐포에 깊히 침투해 호흡기질환을 일으키게 된다. 이 때문에 뉴델리 시민들은 대기오염으로 각종 질환을 호소했던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일부 주에서는 논밭 소각을 금지하고 있지만 농부들은 지푸라기 등 부산물 처리와 병충해 제거를 위해 겨울철 동안 논에 불을 지르고 있다.
■ 논불은 왜 꺼지지 않을까?
인도 기후변화 위기와 그 대책을 담은 'The Climate Solution'의 저자 므리둘라 라메쉬(Mridula Ramesh)는 지난 11일 영국 공영 언론 BBC에 대기오염과 물부족 문제의 연관성을 제기하는 글을 투고했다. 겨울철 논밭에서 번진 불이 자연 진화되지 않는 이유가 지하수 부족에 있다는 것이다.
인도의 연간 강수량은 300-700mm 수준인데, 벼농사를 짓기 위해선 연간 1,240mm의 물이 추가로 공급되어야 한다. 농민들은 지하수를 끌어다 부족분을 채우고 있지만 한정된 자원을 계속해서 사용하다보니 한계가 오고 있다.
인도 정부는 북부 펀자브 지역의 지하수가 빠르면 오는 2040년에 모두 고갈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지하수가 마르면서 토양이 점차 건조해지고, 논불이 잦아드는 대신 더 넓은 지역으로 번져 나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인도의 지하수 고갈 문제는 물에 대한 인식 변화로부터 시작됐다. 물이 귀한 인도는 전통적으로 둑, 수로 등의 관개시설이 발달했고 사람들은 빗물을 저장해 농업에 효율적으로 사용해왔다.
그러나 영국 식민지배를 거치면서 물을 값싼 자원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영국은 펀자브 지역의 농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운하를 건설해 강의 물줄기를 보다 넓은 지역까지 연결시켰으며, 추가로 이 지역에 철도를 건설해 세금을 부과했다. 이 같은 변화는 농업 생산성을 높였지만, 동시에 물이라는 자원을 무한정으로 사용하는 결과를 낳았다.
물을 끌어다 쓰는 사고방식은 이후 지하수 개발로 이어졌다. 1960년대 펀자브 지역에서 쌀이 소득작물로서 큰 각광을 받게 되면서 논농사의 비중이 급격하게 증가했는데, 농민들은 벼농사에 필요한 물을 공급하기 위해 땅을 파고 지하수를 퍼올린 것이다. 결국 지하수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농업 방식은 오늘날의 결과를 초래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