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다시 보는 '바이든 취임 1주년'...비운의 대통령?

트럼프의 그림자 속 바이든 치솟는 물가와 팬더믹, 떨어지는 지지율 새로운 국제사회 구축을 위한 협력과 긴장?

2022-01-18     박한나 기자
[사진=연합뉴스]

[월드투데이 박한나 기자]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지 어언 1주년이 되었다. 격동의 시기, 대통력직을 넘겨받은 바이든 정부의 지난 1년을 돌아본다. 

아직 지우지 못한 트럼프라는 그림자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에 대응하듯 미국의 영혼 회복을 내세우며 등장한 바이든 정부. 트럼프식 미국 우선주의를 과감히 폐기한 이들의 지난 1년은 나름 긍정적인 성과를 남겼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지속되는 가운데 방역정책을 경시하던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백신 접종 확대를 내세우며 코로나19 총격전에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뿐만 아니라 전 정부에서 탈퇴를 선언했던 파리 기후변화협정과 세계보건기구(WHO) 복귀 지시를 내리며 국제사회 속 미국의 복귀를 상징적으로 알렸다.

이처럼 바이든 정부를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매우 다른 리더십으로 내부적, 대외적 미국의 이미지를 회복하는데 중점을 두었다고 평가된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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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이 큰 것일까. 최근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최저치 기록을 갈아치우며 범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치분석 매체 '538'은 취임 1년을 맞는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1945년 해리 트루먼 당시 대통령 이래 트럼프 전 대통령 다음으로 낮을 정도로 인기 없는 대통령이라고 분석했다. 취임 초반 50% 안팎의 지지율은 아프가니스탄 철군과 맞물려 최근 33%로 떨어진 참혹한 결과가 나온 것이다. 

또한 지지층 간 정치적 양극화가 극심하다 보니 바이든 대통령을 중심으로 국론을 모으는 일이 과거보다 훨씬 어려워졌다. 실제로 미 퀴니피액대학의 지난 7∼10일 여론조사를 보면 민주당 지지층의 75%는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반면 공화당 지지층은 긍정 응답이 2%에 불과하고, 지지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무려 95%에 달했다.

여론조사 분석가인 팀 말로이는 바이든 대통령 지지도가 지속적 하락세를 보이지만 다른 대통령에게서도 나타난 현상이라면서도 '그러나 그에게 좋은 취임 1년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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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트럼프 전 대통령이 퇴임 이후 2024년 대선 재출마 의향을 밝히는 등 여전한 존재감을 과시하면서 현실 정치에 개입하는 것도 영향을 여전히 행사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차기 대선후보 1위를 차지하며 건재함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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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물가와 팬더믹

지난해 바이든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를 종식하고, 경제를 되살리겠다고 약속했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에는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면서 미국의 코로나19 종식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기도 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델타와 오미크론 등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의 등장으로 하루 확진자 역대 최다 기록을 연일 갈아치웠다. 지난 13일 기준 미국의 7일간 하루 평균 신규 코로나19 확진자는 80만 3천 736명 기록.

퀴니피액대학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정부의 코로나19 대처에 대해 55%가 불만을 표했다. 코로나19 대처에 대한 기대는 바이든 정부를 향한 가장 큰 기대점 중 하나였다. 그러나 이러한 국민들의 기대마저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무너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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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더믹도 모자라 이번엔 글로벌 공급망 혼란으로 인한 물가 상승이 바이든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다. 

최근 1년간 미국의 장바구니 물가를 대표하는 소고기 가격이 20% 이상 치솟았다. 또한 휘발유 가격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기간의 가격의 약 2개가량 오르며 최근 4달러 선을 위협하고 있다.

이와 같은 물가 상승은 팬데믹 발생 후 경제 충격을 줄이기 위해 채택한 양적완화 정책의 부작용으로 해석되고 있다. 가격 상승이 일부 품목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시장 전체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미국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보다 7.0% 급등했다. 지난 1982년 이후 40년 만에 최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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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의 협력과 긴장 속 미국

바이든 정부에 국민들이 열렬한 반응을 보인 또 하나의 이유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고립주의 정책을 벗어난 국제사회 속 리더십 회복에 대한 기대감에 있었다. 실제로 바이든 정부는 아시아·태평양과 유럽 지역 동맹을 규합에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의 첫 순방지는 유럽이었다. 작년 6월 영국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미·유럽연합(EU) 정상회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잇따라 참석하며 유럽 동맹과의 재결속을 다진 것이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 등 사회주의 맹주와 각을 세우며 이념적 틈새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독자적 행보보다는 동맹을 바탕으로 하되, 중국과 러시아를 미국 최대 위협으로 규정하며 트럼프 전 정부와의 차별점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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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홍콩 민주 세력에 대한 탄압과 대만에 대한 무력 위협 등에 경고를 날리며 중국과 각을 세웠다. 특히 중국 정부의 신장 지역에서 강제 노동 등 인권을 탄압을 주장하며 신장 제품 수입을 금지했고, 급기야 오는 2월 개최되는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정부 사절단을 보내지 않는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하게 됐다. 

나아가 미국은 러시아 발 해킹에 러시아 정부가 방조하고 있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를 놓고 대치하고 있다. 미국은 전례 없는 강력한 대규모 제재를 예고하면서 우크라이나 국경에서의 러시아 병력 철군을 요구했다.

이처럼 바이든 정부는 미국의 전통적 라이벌인 러시아·중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동시에 동맹을 규합하며 새로운 국제질서의 중심이 되려 애쓰고 있으나 이에 대한 반작용도 적지 않다. 한때 관계가 악화했던 중국과 러시아가 반미 공동전선을 구축, 미국에 맞서 사회주의 블록을 공고히 하고 있어 바이든의 외교 셈법을 보다 복잡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연합뉴스]

또한 바이든은 엄청난 희생과 자원 투입에도 좀처럼 끝날 것 같지 않던 아프가니스탄의 미국 철군을 통보하며 미국의 아프간 전쟁의 마침표를 찍었다. 

이 부분에서 바이든 정부는 적지 않은 논란과 과제를 떠안았다. 아프간에서의 미군 철수는 미국의 중동정책에서 갈등을 없애고 희생의 연결고리를 제거했다는 측면에서는 꽤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철군에 따른 아프가니스탄 내 엄청난 혼란이 야기되며 바이든 정부는 국내외적으로 큰 비난에 직면하게 됐다. 


"1930년대 경제 대공황에 직면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1860년대 남북전쟁에 부딪힌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을 합친 것과 비슷하다고 평가할 정도" 바이든 정부 출범 1주년, 역사학자 도리스 컨스 굿윈은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 당시 상황을 빗대어 위와 같이 평가했다. 

취임 1주년의 바이든은 인플레이션과 코로나19, 지지율 하락이라는 3중고를 겪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주 취임 1년 기자회견과 함께 스스로 최대 성과로 꼽는 인프라 법안을 부각하며 집권 2년 차를 본격 시작할 예정이다. 국제 정치의 양극화와 구조적 문제가 심화되는 가운데, 바이든 정부의 한 해가 어떤 국면을 맞이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