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deep] 글로벌 CBDC 타임라인, 어디까지 왔나① '탈 현금' 사회의 도래
세계는 '현금 없는 사회'로 간다... 탈현금화 흐름에 CBDC(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대두 뚜렷한 장·단점...도입 고심하는 각국
[월드투데이 한진리 기자] 최근 국내외 경제를 관통한 뜨거운 이슈를 딥-다이브(deep-dive) 해보는 경제 deep, 열두 번째 주제는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다.
현금 없는 시대의 도래
바야흐로 '현금 없는 사회(cashless society)'가 도래했다.
인류는 역사 이래 가장 첨단의 시대, 모바일 앱에 연동된 카드와 QR코드 만으로 결제가 가능한 세상을 맞이했다. 휴대폰만 있다면 교통수단도 이용할 수 있고 신분 증명도 가능하니 가히 만사형통이다.
탈(脫)현금 흐름을 앞당긴 데는 '핀테크(FinTech)'의 발전이 주요했다. 핀테크는 Finance(금융)와 Technology(기술)의 합성어로, 금융과 IT 융합을 통한 금융서비스 및 산업의 변화를 통칭한다.
핀테크의 핵심인 간편결제는 사용자 지문이나 얼굴 등 생체정보를 인식해 모바일 앱(애플리케이션)과 PC 웹, 오프라인 결제 모두를 지원하며 '결제의 혁신'을 가져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하루 평균 간편결제 거래 규모는 4,490억 원으로 지난 2016년(640억 원) 관련 통계 작성 이래 7배 넘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흐름은 해외에서 더욱 활발하다.
스웨덴, 영국, 뉴질랜드, 중국 등은 2000년대 이후 비현금 지급수단(신용 카드, 모바일 지급수단 등) 이용 활성화로 현금 사용이 감소하면서 현금 없는 사회로 빠르게 이행하고 있다.
스웨덴과 덴마크는 오는 2030년까지 완전한 '현금 없는 사회'를 목표로 제도를 정비 중이다. 한국도 지난 2017년 '동전 없는 사회' 시범사업을 시행하는 등 탈현금화 계획에 착수했다.
특히 유럽 최초로 지폐를 발행한 스웨덴이 탈현금화에 앞장선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스웨덴 판매점에서는 현금 결제를 거부해도 불법이 아니다. 대중교통도 카드로만 결제가 가능하고, '현금 장사'를 하는 경향이 있는 길거리 노점상에서도 신용카드나 스마트폰으로 결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심지어 현금을 아예 보관하지 않는 은행도 이미 절반을 넘어섰다.
탈현금화 서두르는 이유? '지하경제 양성화'
북유럽을 필두로 한 '탈현금' 러시에는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자연스러운 이행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한 각국의 용단이라는 두 가지 사유가 존재하는데, 그 중 지하경제 양성화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지난 2015년 IMF가 추산한 세계 158개국 평균 지하경제 규모는 27.78%로 미국의 지하경제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7.1%에 이른다. 독일 13.4%, 한국 19.83%에 이르며 그리스는 이보다 심각한 25%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지하경제를 확장시키는 주체는 범죄 기업들이다. 뇌물, 국제 매춘, 마약거래를 비롯해 각종 화이트 칼라 범죄 자금이 지하경제로 흘러들어 간다. 일례로 유럽, 아시아 등지에서 활동 중인 범죄 기업들의 수익금은 연간 1조 달러에 달한다. 이는 월트디즈니·월마트·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연간 수입을 뛰어넘는 거대한 규모다.
지하경제의 활성화는 국가단위 생산성 저하와 조세부담의 불공평성을 낳고, 결국 세수의 손실로 이어진다. 세금 의존도가 높은 국가일수록 탈세 문제로 애가 탈 수밖에 없다.
북유럽이 탈현금화를 서두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막대한 복지 자금을 세금으로 충당해야 하는데, 필요한 만큼 걷히지 않는다면 문제가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CBDC란?
탈현금화와 함께 본격적으로 대두되는 화폐가 바로 CBDC다.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는 중앙은행이 전자적 형태로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다. 블록체인이나 분산원장기술 등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암호화폐와 비슷하지만, 중앙은행이 직접 관리하고 법정 화폐의 효력이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인 차이가 있다.
화폐의 본질은 재화나 서비스와 교환이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는 투자가 목적인 자산으로, 실제 거래에 사용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수년째 제도권에 진입하지 못하고 허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CBDC는 다르다. 중앙은행의 보증을 바탕으로 실물 거래에서 사용할 수 있다. 또한 기존의 화폐와 동일한 교환비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가치 변동의 리스크가 적다. 암호화폐가 '변동성 널뛰기'에 울고 웃는 것과 차이가 있다.
안정성 증대·범죄 수익 추적 가능 '장점'
CBDC 도입을 앞두고 명징하게 드러나는 장·단점에 세계 각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장점은 명확하다. 지폐나 동전을 사용하는 번거로움이 줄어들어 지갑을 따로 들고 다닐 필요가 없어진다. 편의성이 획기적으로 증대되는 것이다. 지급이 간편해지니 거래의 편의성이 증가하고, 자연스레 거래 규모도 늘어난다.
안정성도 확보된다.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만큼 발행 국가의 화폐 단위를 그대로 사용하고 기존 화폐와 동일한 가치를 보장한다. 정책 목적에 따라 이자 지급, 보유한도 설정, 이용시간 조절도 가능하다.
지하경제의 양성화도 기대할 수 있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현금과 달리 거래내역이 남는 탓에 화폐의 이동 경로를 명확하게 파악 할 수 있다. 달리 말하면 정부의 추적이 수월해져 탈세나 자금 세탁 등 범죄 자금 은닉이 매우 까다로워 진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화폐가 가진 본질적 기능에 충실할 수 있다. 물건을 사고, 세금을 내고, 돈을 빌리고 갚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금융취약계층 소외·기술적 패닉 가능성 '단점'
CBDC도 디지털 기반 화폐다보니 디지털 금융 보편화가 초래한 문제점을 그대로 가져간다.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문제점은 금융취약계층 소외다. 고령층과 장애인 등 디지털 금융 접근성이 떨어져 간편결제를 사용할 수 없는 이들의 소비생활의 제약이 커질 수 있다. 이는 곧 사회적 고립을 가속화시켜 일상의 단절까지 초래할 수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현금 없는 사회 진전 국가들의 주요 이슈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스웨덴, 영국, 뉴질랜드에서 고령층, 벽지 거주민, 장애인을 중심으로 금융 활동에 상당한 불편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국가는 모두 현금 없는 사회로 쾌속 진입한 국가들이다.
국내 상황도 다르지 않다. 지난해 금감원이 발표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국내 60대 이상 소비자의 인터넷전문은행 이용률은 올해 상반기 기준 3.6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이 수익성을 위시해 오프라인 지점을 폐쇄하다 보니 소외계층의 접근성 문제가 심화되는 것이다.
기술적 오류로 인한 패닉 위험도 있다. 지난해 10월 발생한 일명 'KT 먹통 사태'와 같은 일이 다시 생길 경우 국민의 일상이 마비되는 등 대대적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이밖에도 디플레이션(deflation·지속적 물가 하락) 시기 안전자산인 현금에 투자하기 어렵다는 점, 소수 간편결제 기업의 독과점 문제 등이 해결 과제로 거론된다.
[경제 deep] 글로벌 CBDC 타임라인, 어디까지 왔나② 세계 CBDC 현황 기사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