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여성 차별'에 끝없는 시위...더욱 커지는 규제
시위 참여 여성들에 최루액 분사 및 체포 여성들의 시위가 이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 탈레반 인권 약속 미이행에도 "공식 정부로 인정해달라"?
[월드투데이 박소은 기자] 지난해 8월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에 재집권한 후 여성과 관련한 규제와 차별 정책을 내놓고 있다. 이에 여성 운동가의 시위가 끊이지 않고 탈레반은 시위자들을 처벌하며 발전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탈레반은 ▲여성이 없는 내각 ▲남자 친척과 동행하지 않는 여성의 장거리 여행 제한 ▲일부 지역 중·고등 여학생의 교육 제한 ▲여성의 TV 드라마 출연 금지 ▲여성 취업의 제약 등의 여성 차별적인 정책을 내놓았다.
여성 운동가들은 탈레반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은신처를 매일 바꾸고 휴대전화 번호도 주기적으로 교체하며 여성 인권을 위한 시위를 이어나가고 있다.
지난 16일(현지시간)에는 탈레반이 수도 카불에서 시위하던 여성들에게 최루액을 뿌렸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이날 여성 시위대 수십 명은 카불대 인근에서 '여성의 인권', '평등과 정의', '자유, 교육·취업 권리'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열었다. 곧이어 탈레반 대원은 현장에 도착해 일부는 여성을 향해 후추 스프레이(최루액 분사기)를 뿌리며 시위대를 해산시켰다.
시위에 참여해 최루액을 맞은 한 여성은 "나는 그들에게 '창피한 줄 알라'고 말했다"며 "그러자 탈레반 대원이 나에게 총을 겨눴다"고 당시 상황을 전달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간) 탈레반은 이어 지난 19일 밤 여성 운동가의 자택에 잇달아 들이닥쳐 최근 시위 관련자들을 체포했다.
이 과정에서 여성 운동가 타마나 자리아비 파리아니는 자매 3명과 함께 체포됐다. 목격자들은 탈레반 정보국 소속이라고 주장한 무장 대원 10여 명이 파리아니의 아파트를 찾아와 문을 열라고 했고, 이를 거부하자 문을 부수고 들어갔다고 현장 상황을 설명했다.
이러한 탈레반의 조치로 인해 거리 시위가 위협받자 여성들은 밤에 몰래 벽에 구호를 쓰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수도 카불의 일부 여성들은 최근 밤마다 시내의 벽 여러 곳에 구호를 쓰며 교육, 취업 관련 권리를 요구했다.
여성 시위 참여자는 "우리의 (거리) 시위는 종종 위협과 폭력에 직면한다"며 항의를 이어가기 위해 벽에 구호를 쓰는 방식으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여성 운동가는 "오늘날 여성은 20년 전과 다르다"며 "우리의 새로운 항의 방식은 모든 주로 확산할 것이며 우리의 목소리를 높이기 위해 모든 가능한 수단을 쓸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지난 13일 아프간 수도 카불 서부에서 결혼식을 마치고 이동하던 소수민족 여성에게 총을 쏴 숨지게 한 탈레반 대원이 체포됐다. 이는 탈레반이 정식 정부로 인정받기 위한 모습으로 보인다.
아프간은 탈레반 집권 후 공공 부문 경비의 75%를 차지하던 해외 원조가 상당수 끊겼다. 탈레반 정부는 국제사회의 인정이 있어야 해외 원조를 기대할 수 있기에 지난 19일(현지시간) 국제사회에 자신들의 정부를 공식적으로 인정해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