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잘날 없는 국내 주식...거래정지부터 상장폐지까지 '풍전등화'
존폐 기로 놓인 상장 기업들 오스템임플란트, HDC현대산업개발, 신라젠...
[월드투데이 한진리 기자] 임인년(壬寅年) 벽두부터 국내 주식시장 상황이 심상치 않다. 쉽사리 진정되지 않을 리스크가 연달아 터지며 바람 앞에 등불처럼 흔들리고 있다.
상장사 사상 최대 횡령 '오스템임플란트'
거래재개 될까...24일 '운명의 날'
오스템임플란트가 운명의 날을 맞았다.
24일 한국거래소는 오스템임플란트의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 결과를 발표한다. 조사 상황에 따라 심사 대상 여부 검토 기간을 15일간 연장할 수도 있다.
앞서 3일 오스템임플란트는 재무 담당 직원 이모씨가 1,980억 가량을 횡령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국내 상장사 최대 규모 횡령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이씨의 도주와 체포 과정에서 금괴와 주식, 일가족 연루 가능성까지 나오면서 국민적 관심을 받았다.
수사 과정이 드라마틱하게 전개되며 신뢰도 타격이 컸지만 상장폐지 가능성은 낮다는 예상이 나온다.
오스템임플란트는 부동의 업계 1위다. 국내를 넘어 아시아1위, 세계 4위의 임플란트 제조업체다. 코스닥 18위 우량 기업으로 탄탄한 실적과 다수의 거래처를 확보하고 있는 만큼 상장폐지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다만 문제는 소액주주들의 피해가 막심하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오스템임플란트의 소액주주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1만9856명으로 소액주주의 보유 지분율은 55.6%(793만9816주)다.
상장 폐지를 피해도 거래 재개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적지 않은 소액주주들의 자금이 어찌할 바 없이 동결되는 것이다.
소액주주들은 집단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16일 기준 집단소송 등을 준비 중인 법무법인 한누리에는 약 1400명이 피해 소액주주로참여했다. 공동소송 플랫폼 '화난사람들'에도 70여 명이 이름을 올리며 행동에 나선 상태다.
붕괴가 드러낸 무법 경영 'HDC현대산업개발'
최장 1년 8개월 영업정지 가능성
HDC현대산업개발이 잇따른 붕괴사고를 내며 퇴출 위기에 놓였다.
지난 12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현대산업개발에 7개월 전 발생한 광주 학동 사고에 대한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 계획과 청문 일정을 통지하고 이에 대한 의견 제출을 요청했다. 학동 철거 사고 당시 철거 건물이 지나가던 버스를 덮치며 17명의 사상자가 나온 바 있다.
이후 7개월 만의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외벽이 붕괴되는 참사가 발생하면서 강도 높은 처벌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도 최근 현대산업개발에 법이 규정한 가장 강한 처벌이 내려져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현행 법상 사측의 부실시공으로 건설공사 참여자가 5명 이상 사망한 경우 최장 1년까지 영업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다. '학동 철거 사고'의 경우 건설 근로자가 아닌 버스 승객이 사망하면서 '일반 공중에 인명 피해를 끼친 경우'에 해당해 최장 8개월의 영업정지가 내려진다.
따라서 두 건 모두 최고 수준의 징계가 내려질 경우 최장 1년 8개월 영업정지라는 철퇴를 맞을 수 있다.
24일 HDC현대산업개발 주가는 10거래일 만에 반등세로 돌아섰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11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이후로 8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7월 대비 40.3% 폭락한 금액으로 한때 시가총액 6000억원 이상 증발하기도 했다.
상장폐지 결정된 '신라젠'
시장위원회서 뒤집힐까
신라젠의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졌다.
지난 18일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기심위)는 신라젠 거래재개 심의에서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자금과 신약 연구개발 사업의 지속성 입증 부분에서 유지가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신라젠 측은 기심위의 결정에 즉각 이의신청을 하고 향후 코스닥시장위원회에서 적극적으로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바이오주의 신화'로 불리며 코스닥 시총 2위까지 올랐던 신라젠은 전 경영진의 배임·횡령 혐의로 1년 8개월가량 주식거래가 정지됐다.
상장폐지가 확정될 시 가장 큰 문제는 주주들이 겪는 피해다.
신라젠은 소액주주 지분율이 90%에 달하며 현재 추산된 소액주주의 투자금만 8016억원에 이른다.
신라젠 주주연합은 지난 1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거래재개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였다. 한 참석자는 "거래소에서 요구한 최대주주 변경과 500억원 이상의 투자 유치 조건 충족 등 개선사항 3가지를 모두 완료했는데 상장폐지 결정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약 2년간 거래재개를 기다리며 애를 태운 주주들은 "손병두 거래소 이사장을 신라젠 주식 거래 방해 혐의로 형사고발 할 것"이라며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한편 최종 상폐 여부는 20일 이내 열리는 코스닥시장위원회에서 확정되며 명절 연휴가 지난 후 시장위가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