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5위 밀 수출국' 우크라이나 침공 받을 시 식량난 우려
우크라이나, 세계 밀 수출에서 큰 부분 담당 전쟁 발생 시 유럽연합, 개도국들 식량 수급 문제 겪을 듯 지난 2014년 유사한 군사적 갈등 상황에서도 식량 가격 급등
[월드투데이 김나혜 기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세계 밀 수급이 불안정해지고 가격도 급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크라이나는 현재 러시아와 갈등을 빚고 있다. 러시아가 미국 주도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동진을 문제 삼으며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의 군사적 긴장을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위기가 더욱 커지는 가운데 서방과 러시아의 대립도 여전히 첨예한 양상이다.
만약 러시아가 실제로 우크라이나를 침략할 경우, 직접 관련이 없어 보이는 다른 경제 분야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가 세계 식량 수출에서 상당한 역할을 하는 만큼 여러 국가들의 식량 수급 및 식량 가격도 변동될 전망이다.
'세계 식량 창고' 우크라이나
우크라이나는 밀을 대규모로 생산하고 수출하는 국가다. 지난 2020년에는 생산한 밀 2400만 톤 중 1800만 톤을 수출하며 세계 5위 수출국으로 이름을 올렸다.
우크라이나가 이처럼 많은 양의 밀을 생산할 수 있는 것은 해당 지역이 비옥한 흑토 지대이기 때문이다. 특히 많은 밀이 생산되는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은 러시아의 침공 대상이 되는 곳이므로 전쟁이 발생하면 식량 타격이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연합의 많은 국가들은 우크라이나로부터 밀을 상당량 수입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전쟁이 발발한다면 유럽 국가들이 밀 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우크라이나의 식량 생산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더 심각한 위기를 겪는 것은 개발도상국들이다. 유럽연합보다도 인근 개발도상국들이 우크라이나로부터의 밀 수입에 더 많이 의존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레바논, 예멘, 리비아는 국내 밀 소비량 중 각각 약 50%, 22%, 43%를 우크라이나에서 수입한다. 우크라이나에 전쟁이 발발하면 식량 수입에서 다른 선택지가 많지 않은 이들 개발도상국이 더욱 큰 문제 상황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이 국가들 중 상당수는 이미 국가 내 정치적 불안정 등으로 식량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우크라이나로부터 발생한 식량 위기가 더 큰 정세 불안과 폭력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지난 2014년 밀 수급난 사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벌어질 수 있는 식량 수급의 우려는 이미 지난 2014년에 실제로 나타난 바 있다. 지난 2014년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국경에서는 국가적 긴장 사태가 벌어졌다. 그로 인해 또다시 밀 생산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자 전 세계 밀 가격에도 큰 변동이 나타났다.
지난 2014년 8월 28일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 침공했다고 기정사실화하며 비상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국가안보국방위원회 비상회의를 소집했으며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자 같은 시기 원자재 시장의 밀 가격도 8주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의 밀 12월 선물 가격이 부셸당 5.71달러로 1.7% 상승한 것이다.
현재의 사태와 유사한 지난 2014년의 사례로 미루어 보았을 때, 러시아가 군사 공격을 실제로 시작하고 위기가 더욱 고조되면 밀 가격 급등은 당연한 수순일 것으로 보인다. 각국 정부 및 국제사회는 예상되는 식량 위기에 앞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