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아프간 인권 문제 심각...제재 완화와 국제원조 요청
미국 제재로 아프간 자금줄 말라...'과하다는 지적도' 기아와 추위, 가뭄까지 겹치면서 주민 생명 위협 아프가니스탄 문제 해결에 역대 최다 금액 요청
[월드투데이 최도식 기자] 유엔이 국제사회에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인도적 차원의 지원을 호소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26일(현지시간) 안전 보장 이사회에서 아프가니스탄이 "일촉즉발의 위기에 놓여 있다"며 각국에 구호활동을 위축시키는 제재들을 중단해 줄 것을 요청했다.
현재 아프가니스탄에는 극심한 기아 문제와 교육 및 복지 부재로 많은 국민들이 고통에 처해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제재로 구호 단체들이 활동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금융기구나 민간 단체가 규제 위반에 대한 두려움이 없이 인권단체를 후원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기준으로 15개의 단체만이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인도적 차원의 지원을 승인받았다.
이에 세계은행이 관리하는 아프가니스탄 재건 신탁 기금은 2억 8천만 달러를 유엔세계식량계획(WFP)와 유니세프로 이전했다.
제재 대상에서 제외된 두 기구를 통해 영양실조에 허덕이는 아프간 주민들에 대한 간접적인 지원을 이어가기로 결정한 것이다.
탈레반에 대한 징벌적 제재 완화될까?
미국 내에서도 탈레반 정부에 대한 제재가 과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왔다.
지난 20일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의원 46명은 미국 정부가 탈레반에 취한 제재 정책을 완화해줄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냈습니다.
의원들은 서한에서 아프간 내 확산되고 있는 인도주의적 재앙을 피하기 위해 대통령에게 '신중하면서도 긴급하게' 제재 완화 절차를 밟을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우리는 정부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탈레반 관리들에 대한 제재가 아프간을 위해 활동하는 금융기관과 구호기관들을 제약하고 있는 점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징벌적 제재에 대한 완화와 아프간 중앙은행의 외환 계좌 동결을 해제해줄 것을 요청했다.
지난 8월 탈레반 집권 이후 미국은 아프간 중앙은행이 보유한 95억달러를 동결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아프간 중앙은행의 외환계좌 동결은 손쓸 방법이 없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아프간 주민들에 대한 인도주의적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26일 열린 유엔 안보리 회의에 참석한 린다 토마스 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대사 역시 "백악관이 아프간에 대한 인도주의적 활동을 보장할 수 있는 조치를 검토하고 있으며 유동성 경색을 완화하기 위한 다양한 옵션들이 실시될 것"이라고 답했다.
유엔이 본 아프가니스탄의 상황
아프간 주민들의 인권 상황은 나날이 악화되고 있다.
인구의 절반이 극심한 기아에 직면해 있으며, 9백만 명 이상이 집을 잃었다. 여기에 수십 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 찾아와 농민과 목축업자들도 심각한 경제난에 허덕이고 있다.
아이들과 여성들은 학교에 가지 못해 교육권을 침해받고 있는 상황이다. 의료 체계의 붕괴 역시 어린이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당장 국제 단체의 지원이 없으면 수만 명의 어린이들이 영양실조로 사망할 위험에 처해 있다.
정치적 불안으로 공포에 떤 주민들은 국경을 넘어 난민으로 떠돌고 있는 실정이다.
데보라 라이온스 유엔 아프가니스탄 특사는 안보리 회의에서 "(현지에서) 인권 탄압에 대한 명백한 증거들이 발견되고 있다"며 "정부 권력의 중앙집권화 과정에서 주민들에 대한 공포 통치가 있었을 것"이라며 아프간의 실태를 전달했다.
아프간을 떠난 주민들은 인근 접경 국가에 수용된 상황이며, 등록 난민과 보호대상자를 포함해 그 수가 약 620만명에 달한다.
하지만 접경 국가들도 아프간 난민과 이주민들을 수용하는데 한계에 부딪히면서 이들 국가에도 지원이 필요한 실정이다.
난민문제와 관련해 필리포 그란디 유엔난민기구 대표는 아프간 문제는 해당 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인근 지역 전체에 대한 지원으로 확대되어야 할 것을 시사했다.
그는 "아프가니스탄뿐 아니라 주변 지역에 더 많은 난민이 생기는 재앙을 막기 위해 국제사회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면서 "동시에 난민과 지금껏 그들을 수용해 온 국가와 지역 사회에 대한 지원을 시급히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엔과 NGO단체들은 지난 10일 2200만여 명의 아프간 주민들에게 구호품을 전달하고, 5개 접경 국가에 있는 아프간 실향민 570만 명과 이들을 수용한 지역 사회를 지원하는 공동 지원 계획을 발표한 상황이다.
한편 유엔은 올해 아프간에 대한 인도주의 활동을 위해 50억 달러 이상의 국제 기금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프간 인권 문제 해결에 얼마나 많은 돈이 필요할까?
유엔은 올해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위해 44억의 원조를 요청했으며, 추가로 36억원이 더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이는 UN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지원금으로 식량 및 농업 지원, 의료 서비스, 영양문제, 긴급 임시 거처, 식수 및 위생과 관련된 인프라 확충, 교육, 여성들에 대한 지원에 사용될 예정이다.
탈레반 정부는 현재 미국 등 국제 사회의 제재로 자금이 말라 주민들에 대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8월 탈레반 집권 이후 아프가니스탄 예산의 80%를 차지하던 국제 원조가 중단됐으며, 미국의 제재로 아프간 중앙은행이 보유한 95억달러(약11조4380억원)가 동결돼 돈줄이 마른 상황이다.
따라서 주민들의 인권 악화를 막기 위해선 유엔을 비롯한 국제 단체의 지원이 절실하다.
후원자들은 국제사회의 원조가 탈레반 정부의 입장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자금줄을 통해 탈레반이 주민들의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가지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이다.
한편 유엔은 난민 수용국을 포함해 인근 지역의 난민 대응 계획에도 6억 2300만 달러의 자금이 필요하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