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상승세 보이는 국제 유가...ETN 폭등, 향후 전망은?
주요 원유 수입국, 산유국에 증산 규모 확대 요구 국제 유가 상승세 힘입어 ETN도 폭등했다 유가 상승 여파...식료품 가격도 급등
[월드투데이 유효미 기자] 국제 유가가 무서운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최근 급등한 브렌트유 가격에 이어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마저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했다. 어쩌면 지난해 제기됐던 배럴당 100달러 우려가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일부에선 배럴당 12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 인도분 WTI는 전 거래일보다 2.28% 올라 배럴당 90.27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WTI 종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선 것은 지난 2014년이 마지막이다. 지난 주 브렌트유에 이어 WTI도 배럴당 90달러 반열에 합류하게 된 것이다.
유가 상승세를 잠재울 유일한 기회라고 여겨진 오펙의 증산 논의도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세계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가 기존 증산 규모를 유지하기로 했으나 국제유가 상승세를 꺾을 순 없었다. OPEC+는 정례 회의에서 3월에도 하루 40만 배럴씩 증산하기로 결정했다.
주요 원유 수입국, 산유국에 증산 규모 확대 요구
다만 미국, 인도 등 주요 원유 수입국들은 지금의 증산 규모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견해다. 하루 40만 배럴 증산 규모로는 국제유가 수요 증가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이에 주요 원요 수입국들을 산유국에 증산 규모 확대를 요구했다. 국제유가의 안정을 위해 국제유가 수용에 필히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 상황에서 증산 규모 확대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유가가 급등한 이유는 지정학적 갈등과 미국의 겨울폭풍이 공급 차질 우려를 키운 탓이다. 미 텍사스주, 뉴멕시코주, 중서부와 북동부 일부를 강타한 눈 폭풍으로 미국 최대 셰일 원유 생산지의 가동 중단 우려가 생겼다. 일부 지역에서는 정전 사태도 지속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 갈등도 제자리걸음 중인 상태다.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구실을 만들기 위해 가짜 비디오를 만들어 유포할 계획을 세웠다고 전했다. 또 미국은 러시아가 중국과 밀착하더라도 경제제재를 피하기 어렵다는 경고의 메시지도 보냈다.
한동안 지정학적 리스크와 겨울폭풍으로 인한 공급차질, 부족한 증산 규모로 국제유가 상승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 유가 상승세 힘입어 ETN 폭등했다
국제 유가가 7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원유 관련 상품 투자 상품이 주목을 받고 있다.
WTI를 기초자산으로 한 ETN은 최근 유가 상승의 여파로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해 12월 2일 815원까지 떨어졌던 삼성 WTI원유 ETN은 1개월 10일만에 73.6% 폭등하였다. 신한 WTI원유 ETN도 같은 기간 665원에서 1165원으로 75.2% 상승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유가가 상승하는 흐름에 따라 지난해 12월 초 이후 두 상품을 집중적으로 순매도하여 차익 실현에 나섰다. 개인들은 지난해 12월 3일~올해 1월 20일 간 삼성 WTI원유 ETN 335억2700만원어치를 매도했다. 신한 WTI원유 ETN도 마찬가지로 개인 투자자들이 활발히 팔아치웠다. 하지만 기관은 삼성(342억6200만원)과 신한(196억1800만원)을 대량 순매수하는 개인 투자자들과 반대되는 투자를 했다. 원유가 더 오를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
증권가 역시 앞으로도 원유 가격이 좀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 중이다. 통제가 불가능한 지정학적 리스크의 영향과 더불어 차질이 빚어진 원유 공급 우려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ETN의 가격 상승 흐름은 여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재까지는 전체적으로 유가는 초과수요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마땅한 유가 급락 요인이 없다. 따라서 전쟁이 현실화되거나 하는 등 석유 공급 관련 추가 이슈가 나오면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유가 상승 여파로 식료품 가격도 급등
국제 유가 상승의 여파로 식료품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전 세계 식료품 가격이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글로벌 공급망 병목현상과 에너지 가격 급등, 이상 기후 현상이 복합적인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세계식량가격지수(FFPI)는 FAO가 곡물, 식물성 기름, 유제품, 육류, 설탕의 국제 거래가격을 종합해 산출한다. 지난 1월 세계식량가격지수(FFPI)는 135.7로 지난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국제 식량 가격이 급등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콩이나 야자 등으로 만드는 식물성 기름의 가격은 FFPI가 처음 발표된 1990년 이후 가장 높게 올랐다.
식료품 가격 폭등하는 요인은?
뉴욕타임스는 국제 식료품 가격을 끌어올린 요인으로 글로벌 공급망 문제와 기후 변화, 에너지 가격 급등을 지목했다. 실제 미국을 비롯한 아르헨티나, 브라질,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주요 농산물 생산국에서는 최근 가뭄과 태풍 등 이상 기후 현상이 연달아 나타나고 있다.
또 컨테이너 부족 사태 심화와 에너지 값 급등의 영향으로 물류비용이 크게 상승했다. 식료품 수출 등에 사용되는 컨테이너 가격은 1년 전 대비 평균 170% 넘게 오른 상황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 세계적으로 계속되는 노동력 부족 현상도 식료품 가격 인상 요인이 됐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도 식료품 값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이코노미스트 크리스천 보그먼스는 "세계 최대 밀 생산국인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충돌이 발생하면 국제 식료품 가격이 더 불안정해질 것"이라며 "식료품 가격 급등 현상은 사회적 불안정을 급속도로 키울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식료품 가격 인상은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치지만, 특히 가계 소득에서 식료품 구입 비율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남미와 아프리카 국가가 상대적으로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