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 '빅토르 안' 안현수는 어떻게 중국팀 코치가 되었나

중국 대표팀 코치로 한국과 맞붙는 10년 전 쇼트트랙 스타 한국→러시아 귀화→중국 대표팀 코치 된 사연

2022-02-05     김가현 기자
[사진=연합뉴스]

[월드투데이 김가현 기자] 지난 2011년 러시아로 귀화한 쇼트트랙 황제 안현수가 이번 베이징 올림픽 중국 대표팀 코치가 되어 한국과 맞붙을 예정이다.

'쇼트트랙 황제'가 타국으로 귀화... 안현수 사건의 발단·전개

안현수는 지난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3관왕에 오르며 쇼트트랙에서는 더는 적수가 없음을 세계에 당당히 알렸다.

그렇게 쇼트트랙 황제가 된 안현수는 러시아로 떠났다. 안현수의 러시아 귀화를 두고 사건·사고가 참 많지만, 결정적으로 그가 러시아행을 결심한 이유는 선수로서 더 좋은 환경에서 훈련하고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서였다.

발단은 전명규 감독이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을 앞두고 17살 안현수를 대표팀에 발탁해 특혜 논란이 일었을 때부터 시작되었다.

사진=제20회 토리노동계올림픽이 열린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팔라벨라 빙상장에서 벌어진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나란히 금메달과 은메달을 차지한 안현수(왼쪽)와 이호석이 태극기를 흔들며 기뻐하고 있다, 토리노/연합뉴스)

전 감독은 안현수의 메달 획득을 위해 다른 선수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지도 방식을 고집했다. 한마디로 재능있는 선수들을 골라 키우고, 떨어지는 선수들은 가차 없이 장기 말로 사용하는 극단적인 실력지상주의적인 운영을 이어나간 것이다.

김동성을 비롯한 걸출한 금메달리스트를 여럿 배출한 전 감독의 급진적인 운영을 막을 사람은 없었고, 결국 2006년 토리노 올림픽을 앞두고 파벌 싸움은 극에 달했다.

당시 남자 대표팀은 한체대파 비한체대파로 갈렸고, 한체대 출신이었던 안현수는 박세우 여자대표팀 코치에서 훈련해야만 했다.

추후 안현수의 인터뷰로는, 당시 남자 대표팀을 이끌었던 비한체대파 송재근 코치 밑에서는 훈련도 할 수 없었고 숙소도 밥도 혼자 해결했다고 한다. 이외에도 2005년 유니버시아드대회 때 대표팀 선배에게 금메달을 양보하라는 협박에 불응한 이유로 폭행당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그러나 전명규 감독의 지지를 받은 안현수의 재능은 2006년 토리노 올림픽에서 꽃을 피웠고, 금메달을 목에 걸며 대표팀 내부의 무성한 소문과 갈등에도 불구하고 출중한 실력을 입증했다.

안현수의 위기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안현수는 2008년 훈련 도중 무릎 골절 부상을 당하면서 제대로 된 기록을 내지 못했고 2010년 벤쿠버 동계올림픽 출전이 불투명해졌다. 안현수는 재활에 사활을 걸었지만, 대표팀은 안현수가 없어도 훌륭한 성적을 내고 좋은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 계속 나타나고 있었다. 대표팀은 안현수의 재활을 기다려주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 전명규 감독이 안현수를 재활을 도왔는지, 방관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빙상연맹이 부상당한 선수에 대한 지원과 재활이 부실했다는 점은 변치 않는다.

결국 2009-10시즌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7위를 달성해 대표팀에 선발되지 못한 안현수는 2010년 벤쿠버 동계올림픽에 참가하지 못했다.

안현수는 다음 국가대표 선발전을 향해 심기일전하고 있었으나, 대회에서 서로 경기를 짜맞춰 밀어주는 일명 '짬짜미 파문'으로 인해 빙상계가 발칵 뒤집히면서 선발전이 미뤄지게 되었다.

갑작스레 밀린 선발전으로 기초 군사훈련 등과의 일정을 맞추지 못한 안현수는 2010-11시즌 국가대표로도 선발되지 못했다. 다음 국가대표 선발전을 준비하고 있던 안현수는 설상가상으로 소속팀인 성남시가 재정 악화로 빙상 팀이 해체되는 사건을 겪게 된다.

소속팀을 찾지 못한 안현수는 제대로 된 훈련을 받지 못했고, 다음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도 국가대표 선발이 불발되며 러시아로 떠났다.

사건의 절정 그리고 현재

[사진=Olympics 유튜브 캡처]

쇼트트랙 불모지였던 러시아는 갈 곳을 잃은 안현수에게 그가 러시아에 귀화하는 조건으로 고액 연봉과 재활 등의 각종 편의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승낙한 '빅토르 안'은 러시아의 좋은 환경에서 착실하게 기량을 끌어올렸고, 지난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1,500m 동메달 △1,000m 금메달 △500m 금메달 △5,000m 계주 금메달을 따내며 다시 한번 쇼트트랙 전 종목 메달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이후 빅토르 안은 도핑 스캔들에 연루되어 2018년 평창 올림픽에도 출전이 박탈되었고, 2020년 현역 은퇴를 선언하면서 중국 국가대표팀 코치가 되었다.

안현수가 러시아로 귀화하게 된 배경에는 파벌 싸움, 전명규 감독 등 여러 인물과 사건이 있다. 이 중 어느 사건이나 인물이 안현수의 귀화 결심에 불을 지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단지 파벌 싸움이나 빙상연맹과의 불화라는 간단한 이름의 사건으로 치부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는 한국의 엘리트 스포츠 육성 시스템이 잘못된 방향으로 작동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훈련 도중 부상을 당했고 제 기량을 내지 못하고 있다면 재활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는 것이 옳다. 이는 비단 메달리스트뿐만 아니라 모든 운동선수에게 해당하여야 한다.

그렇다고 좋은 실력을 뽐낼 준비가 된 후배들이 조건 없이 희생 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안 된다. 이러한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며 빙상연맹이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지향점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