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 news] "마스크 벗게 해달라"美 일리노이 학생들, 온·오프라인 시위 강행
'마스크 의무화'위헌 판결에도 일부 교육청 유지하자 반발 학교 측 "마스크를 쓰지 않을 거면 집으로 돌아가라"
[월드투데이 박한나 기자] 미국 일리노이주 법원이 학교 내 마스크 의무화 조치에 대한 위헌 판단과 함께 내려진 금지 명령으로 시민들의 마스크 착용 자율권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지시간 8일 시카고 언론과 뉴스위크 등은 일리노이주 법원의 판결에도 마스크 의무화를 유지하기로 한 일부 교육청 소속 학생들이 항의 표시로 마스크를 벗고 등교하는 등 집단행동에 나섰다가 학교 측의 제재를 받았다.
학생들의 집단행동은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이뤄지고 있다. 시카고 북부 교외도시 128학군 산하 고등학교 학생들은 7일 소셜미디어 트위터에 '마스크 벗은 학생들 목소리'(Student Voices Unmasked)라는 계정을 만들고 '마스크를 쓰지 않고 수업받을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마스크 의무화로부터 해방되고자 하는 열망의 표시'라고 주장했으나, "(학교 측은) 수업에 들어가려면 마스크를 써야 한다. 아니면 체육관에 남아 있거나 집으로 돌아가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이와 같은 학교 측의 대응에 학생들은 "교육에 대한 접근이 거부됐다"며 마스크를 벗은 채 학교 앞으로 나가 시위를 벌였다.
해당 128학군 데니스 허먼 교육감은 "대면 수업 및 교과 외 활동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마스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학생들은 "교육청의 입장을 존중하지만 이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고교 시절 대부분을 마스크에 가려진 채 보냈다. 이제 끝낼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의 움직임에 학부모들도 나섰다. 일부 학부모는 교육위원회 긴급회의에 사전 승인 없이 참석해 마스크 의무화 폐지를 요구하다 교육 당국과 마찰을 빚었다.
7일 밤 열린 각 학군 교육위원회 긴급회의에는 학부모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당일 교육위 회의장 앞에는 많은 학부모들이 모여 "아이들 얼굴에서 마스크를 벗기자", "우리가 선택하게 하라"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이어갔다.
64학군 교육위는 긴 회의 끝에 마스크 의무화를 당분간 계속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4일 일리노이 주도 스프링필드를 포함하는 생거몬 카운티 법원이 J.B.프리츠커 주지사(56·민주)의 학교 마스크 의무화 조치를 위헌으로 판단하고 잠정 금지 명령을 내리면서 해당 논란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에 일리노이주 146개 교육청 소속 700여 명의 학부모가 학교 마스크 의무화 조치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학부모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주 정부 차원의 마스크 의무화가 위헌 판결을 받음에 따라 각 교육청은 자체 결정권을 갖게 되었다. 따라서 일부 교육청은 학생 각자가 마스크 착용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전환했으나 일리노이 최대 교육구 시카고 교육청을 비롯한 일부 교육청은 마스크 의무화를 고수하기로 하며 반발이 시작된 것이다.
프리츠커 주지사는 크웨임 라울 검찰총장을 통해 즉각 항소했고, 라울 검찰총장은 항소법원에 신속 심사 절차를 요청한 상태다.
현재 미국 학교 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해제에 대한 의견은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다.
지난 6일, 전(前) 미국 식품의약국(FDA) 국장 스콧 고틀리브이 코로나19의 확산이 덜한 지역의 학교에선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곧 해제될 것이라는 낙관론에서 볼 수 있듯 2년간 정상적 학교 수업이 이루어지지 못한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한계에 닿은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결정은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스콧 고틀리브 전 FDA 국장의 주장처럼 확산이 심하지 않고, 감염돼서 한동안 어떤 수준의 면역을 가진 사람이 많고, 백신 접종률이 높을 때 그리고 조금 더 위험을 감수할 수 있을 때 시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물론 학생들의 교육권을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아이들의 교육권을 주장하며 주 정부 차원에서의 조치를 뒤엎기엔 아직 섣부른 판단은 아닌가 고민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