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와 싸우는 미국, 미군이 떠나고 테러단체의 피란처가 된 아프간

美, IS 수괴 제거에 이은 IS-K 현상수배 9·11테러 배후의 아들, 탈레반 만나고자 아프간 찾아

2022-02-09     박소은 기자

[월드투데이 박소은 기자] 미국이 지난 IS 수괴 제거에 이어 카불공항 테러범을 수배하며 테러와 싸우고 있는 가운데, 미군이 철수한 아프간은 테러단체의 피란처가 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EPA]

지난 3일 조 바이든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에서 IS 수괴 아부 이브라힘 알하시미 알쿠라이시의 제거 사실을 알렸다. 이어 그의 사망으로 전 세계의 주요한 테러 위협이 제거됐다고 밝혔다.

알쿠라이시는 시리아 시간으로 이날 새벽 미군 특수부대의 은신처 급습에 저항하다 스스로 폭탄을 터뜨려 부인 및 자녀 등과 함께 폭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작전이 테러리스트가 전 세계 어디에 숨더라도 테러 위협을 제거할 수 있다는 미국의 능력에 대한 증거라고 강조했다. 또 전 세계 테러리스트들에게 우리는 미국인의 안전과 전 세계 동맹 및 파트너들의 안보 강화를 위해 당신을 쫓을 것이고 찾아낼 것이라고 강력한 메시지를 보냈다.

[사진=픽사베이]

미국은 IS의 수괴 제거에 이어 IS의 아프가니스탄 지부인 'IS 호라산'(IS-K) 수장에 대해서도 수배에 나섰다. 미 국무부는 지난 7일 IS-K의 수장을 체포하거나 유죄 판결을 받도록 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이에게 1천만 달러(약 120억 원)의 거액 현상금을 준다고 밝혔다.

IS-K는 시아파 등 이단으로 간주한 종파의 무슬림을 목표로 하고 있는 단체로, 최근 몇 년간 아프간과 파키스탄의 이슬람 사원과 광장, 병원 등에서 민간인을 공격하는 등의 행위를 보이고 있다.

미 국무부는 IS-K의 수괴는 2020년 6월 IS-K 수장에 오른 샤하브 알 무하지르로도 알려진 사나울라 가파리라고 말했다. 미국은 그를 지난해 8월 미군의 아프간 철군 당시 170명의 희생자를 낸 카불공항 테러를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작년 11월 그를 국제 테러리스트 명단에 올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아프간 전쟁을 종식한다는 명분으로 철군을 감행했지만, 철군 과정에서의 혼란과 인명 피해로 지지율이 급격하게 하락했다. 미 대통령의 IS 수괴 제거를 알리는 성명을 낸 지 몇 시간 만에 대국민 연설을 하는 등의 행보는 대외적 성과를 부각하려는 의미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XINHUA]

그런데 지난 7일 AP 통신은 아프가니스탄이 극단 주의자들의 안전한 피란처가 될 수 있고, 알카에다 등과 같은 테러단체는 자유를 누리고 있다는 유엔 보고서가 나왔다고 전했다.

아프가니스탄은 탈레반이 재집권하기 전인 지난해 2월 미군 철수를 조건으로 한 미국과 협상을 했다. 이때 테러리즘에 맞서고 아프가니스탄이 테러 단체들의 피란처가 되는 것을 거부할 것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번 보고서를 작성한 전문가들은 지난 2021년 8월 15일 탈레반 재집권 후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외국 테러리스트들의 활동을 제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9·11테러의 배후로 알려진 국제 테러단체 알카에다의 과거 수장인 오사마 빈 라덴의 아들이 작년 10월 탈레반을 만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을 찾은 것으로 알려지는 등 오히려 테러 단체들은 이전보다 더 자유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현재 아프가니스탄의 제한된 영토를 통제하는 IS, ISIL 등으로 불리는 극단주의 이슬람 단체는 현지 안보 상황을 복잡하게 하는 공격을 계속할 능력을 보이고 있다.

유엔 회원국들은 ISIL과 알카에다가 사헬 지역을 포함한 아프리카에서 계속 활동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미국이 테러단체 수괴들과 싸우고 있지만, 아프간은 미군이 철수하며 오히려 테러단체의 피란처가 되고 있다. 테러와의 전쟁을 위한 미국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