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의 크림반도 될라" 우크라, 돈바스에 軍 배치...프·독 중재 나서
크림반도 병합 이후 친러 반군 거점된 돈바스 우크라 정부군 투입에 러·벨라루스 민감한 반응 8년 간의 내전, 국제전 비화 조짐에 4자회담 재개
[월드투데이 최도식 기자] 국제사회가 돈바스 지역의 군사적 긴장감을 완화하고 우크라이나 사태의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다시 모인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달 초 우크라이나 정부군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병력이 러시아와 인접한 돈바스 지역에 집결 중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달에도 이 지역에 약 10만 명의 우크라이나군이 배치됐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가 제기한 돈바스 공격 계획 일체를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돈바스 지역은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 일대를 아우르는 명칭으로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의 거점지다.
지난 2014년 3월 러시아가 주민투표를 이유로 우크라이나에 속했던 크림반도를 병합하자 돈바스 주민들은 정부의 허가 없이 자치적으로 '도네츠크인민공화국'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를 수립한 뒤 독립을 요구해오고 있다.
해당 국가들에 대해 우크라이나 정부는 물론이고 국제사회에서도 독립을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전복을 노리는 러시아가 비공식적으로 이들을 지원하면서 논란이 되어 왔다.
러시아의 원조를 받은 반정부군은 지난 2014년 4월 슬라뱐스크 시청을 점령한 뒤 정부군을 향해 발포사격을 했고 이로써 사태가 내전의 양상을 띠게 됐다.
정부군은 슬라뱐스크 탈환을 위해 3개월 동안 반군과 전쟁을 벌였으며 이 과정에서 무수한 인명이 희생됐다. 또 인근 지역의 건물 80%가 파괴되는 등 주민들의 피해도 상당했다.
격화된 내전은 '노르망디 형식' 회담으로 불리는 국제사회의 중재로 한 차례 변곡점을 맞기도 했다.
지난 2015년 2월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는 사태의 당사자인 우크라이나와 반정부군의 배후로 지목 받는 러시아를 비롯 프랑스, 독일 정상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돈바스 지역에서 중화기 철수, 러시아와의 국경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통제 회복, 돈바스 지역의 자치 확대 및 지방 선거 실시 등을 골자로 한 '민스크 평화협정'에 서명했다.
그러나 돈바스에 불어든 훈풍은 이내 피비린내 나는 칼바람으로 바뀌었다. 평화협정에도 양 측은 전쟁을 종식하지 못한 채 현재까지도 대치 국면을 유지하고 있다.
국제연합(UN)에 따르면 현재까지 돈바스 지역에선 정부군과 분리주의 세력 간의 무력 충돌로 1만 3천 명이 사망했으며 4만 4천 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 블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돈바스 전쟁의 종식을 당면 과제로 언급했다.
그럼에도 상황은 더욱 꼬여만 갔다.
지난달 우크라이나가 돈바스 지역에 약 10만 명의 정부군을 배치하자 친러 국가인 벨라루스가 우크라이나 국경지대에 병력을 전개한 것이다.
돈바스 내전이 서방국가와 범러시아 국가 간의 국제전으로 비화될 조짐이 보이자 결국 프랑스와 독일이 나섰다.
오는 10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정상들과 함께 지난 2019년 이후 약 3년 만에 노르망디 형식 회담을 재개한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화약고로 불리는 돈바스 지역이 오랜 내전을 끝내고 평화를 되찾을 수 있을지 국제사회의 시선이 이번 회담에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