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2차전지 시장 분석] 피어오르는 전기차 시대와 폐배터리 산업의 개화
폐배터리 배출 중량 증가와 함께 지속 성장 전망 환경 및 원자재 가격에 긍정적 효과 기대
[월드투데이 김현준 기자] 전기차 시장의 성장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새로운 사업 기회로 폐배터리 시장이 떠오르고 있다.
피어오르는 전기차 시대와 폐배터리 산업의 개화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등 각국 정부 주도 하 대규모 공급 정책 아래 폐배터리 시장의 전방 산업인 전기차 산업은 빠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리서치퓨처는 세계 전기차 시장의 규모가 2021년 2,089억 달러에서 2030년 9,574억 달러로 성장할 것을 예상했으며, SNE리서치 역시 2020년 310만 대에 불과했던 글로벌 전기차 수요가 2025년에는 1,950만 대, 2030년에는 5,180만 대로 증가할 것을 전망했다.
전기차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가 이어짐에 따라, 발생한 배터리 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폐배터리 배출 중량은 2021년 104톤에서 2026년 4,139톤, 2029년 18,758톤으로 늘어날 것이 전망되며, 중국자동차기술연구센터에 따르면 중국의 누적 폐배터리 총량 역시 2020년 20만 톤에서 2025년 78만 톤으로 급증할 것이 예상되는 상태이다.
이렇듯 전기차 보급의 확대와 함께 폐배터리 배출량 역시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폐배터리 재사용·재활용 산업이 이와 같은 문제의 해결책으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폐배터리 산업이란?
전기차 폐배터리를 활용하는 방법은 크게 '재활용(Recycling)'과 '재사용(Reuse)'으로 분류할 수 있다.
폐배터리 재활용은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등 배터리 내 희귀금속들을 추출하는 방식을 말하며, 재사용은 폐배터리를 정비해 에너지저장장치(ESS), 무정전전원장치(UPS) 등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것을 일컫는다.
이 중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은 배터리를 이루는 핵심 금속들을 추출하기에, 단순히 다른 용도로 사용을 전환하는 폐배터리 재사용 기술과 비교해 높은 부가가치로 더욱 주목받고 있다.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이 주목받는 이유
폐배터리 재활용은 크게 두 가지의 이점을 보유한다는 점에서 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다.
첫 번째는 환경 오염의 억제이다. 자원 채굴의 과정은 필연적으로 환경오염을 수반하며, 이는 친환경 정책의 핵심인 배터리의 원자재에도 마찬가지로 해당한다. 리튬 채굴을 위한 광산 개발 과정에서 일어나는 생태계 파괴와 리튬을 추출할 때 발생하는 다량의 황산 폐기물 등이 그 예시이다.
이외에도 폐배터리 재활용은 니켈, 코발트, 망간 등 다양한 자원의 채굴 과정 및 사용한 배터리를 폐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오염을 최소화하는 이점을 보유한다.
즉,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은 기존 배터리에 활용되었던 자원들을 추출해 다시 활용함으로써, 환경 오염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추진된 전기차 공급 정책이 역설적으로 환경 오염의 주범이 되는 문제를 방지한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
두 번째는 원재료 공급처 확대를 통한 배터리 가격의 인하이다.
대규모 증설 투자와 공급 확대 정책에 따라, 2차전지 소재 금속들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원자재 시장조사업체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리튬 가격은 2021년 한 해 동안 약 240% 상승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으며, 니켈 역시 지난 21일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톤당 2만 4,000달러로 10년 만에 역대 최고가를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코발트의 가격이 지난 1년간 약 5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2차전지 소재 금속에 대한 세계적인 공급난이 이어지고 있는 상태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은 원자재의 수급처를 확대하여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완화함으로써 배터리 가격을 안정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폐배터리 산업의 성장
이렇듯 폐배터리 산업은 다양한 이점 아래, 신성장 산업으로서 그 규모를 늘려나가고 있다.
실제로 SNE리서치는 세계 폐배터리 시장이 2019년 1조 6,500억 원의 규모에서 2030년 20조 2,000억 원, 2050년 600조 원으로 급성장할 것을 전망했다.
이러한 추세 아래 다양한 기업들이 폐배터리 재활용, 재사용을 위한 투자와 기술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다양한 기업들이 재사용 ESS 산업에 뛰어들고 있으며, 재활용 산업 부문 역시 포스코, 에코프로씨앤지, 성일하이텍 등 기존 기업의 기술 발전과 다양한 배터리 기업들의 지분 투자 및 협력을 바탕으로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상태이다.
해외에서도 폐배터리 재사용·재활용 산업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닛산은 영국의 전력기업 이튼에너지와 협력하여 폐배터리를 활용한 가정용 ESS를 제작 중에 있으며, 포드는 폐배터리 재활용 스타트업 레드우드 머티리얼즈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고 폐배터리 재활용 프로세스 개발에 돌입했다. GM 역시 LG에너지솔루션과의 합작 법인 엄티엄셀즈를 통해 북미 최대 폐배터리 재활용 업체인 리-사이클과 폐배터리 재활용 계약을 체결했다.
전기차 공급의 가속화와 함께 배터리 폐기물 증가와 환경 오염, 원자재 가격 인상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문제의 해결책으로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폐배터리 시장의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