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베이징 동계 패럴림픽 개막
3월 4일 오후 9시, 2022 베이징 동계패럴림픽 개막 '생명의 피어남' 주제로… 장애인과 비장애인 어우러진 개회식 46개국 출전… 6개 종목 78개 세부 종목에서 열전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러시아·벨라루스 '출전 금지'
[월드투데이 안신희 기자] 2022 베이징 동계패럴림픽 개회식이 4일 오후 8시(한국시간 오후 9시) 중국 베이징의 국립경기장에서 열렸다.
베이징 동계패럴림픽은 13일까지 중국 베이징과 옌칭, 장자커우에서 진행된다. 6개 종목 78개 세부 종목에서 열전이 펼쳐진다. 2022 동계올림픽에 이어 패럴림픽도 '함께하는 미래(Together for a Shared Future)'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전세계적인 유행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혼란 속에서도 각국 선수들의 도전은 이어진다. 이번 대회에는 50여 개국 약 1천500명의 선수단이 참가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최종 참가가 확정된 나라는 46개국이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이에 동조한 벨라루스는 개막을 하루 앞둔 3일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의 출전 금지 결정으로 대회에 참가하지 못하게 됐다. 한편 우크라이나에서는 선수 20명과 가이드 9명이 출전한다.
코로나19 여파로 다소 간소화됐던 지난 올림픽 개회식과 마찬가지로, 패럴림픽 역시 거창함보다는 의미를 담는 데 집중했다. 개회식 주제는 '생명의 피어남'(Blossoming of Life)이다.
별빛으로 반짝이는 바다를 표현한 무대 위에 지난 12번의 패럴림픽 대회가 소개되고, '2022 베이징'에 이르러 바다는 얼음으로 변한다. 관중들은 플래시로 물결을 만들며 함께 개막을 축하했다. 이어서 장애인 선수들이 장애물을 피해 슬로프를 질주하고, 컬링 스톤이 미끄러져 나가는 모습과 함께 카운트 다운이 시작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앤드루 파슨스 IPC 위원장 등이 소개된 뒤에는 중국 국기가 게양됐다. 24명의 시각장애를 가진 대학생들이 아카펠라로 국가를 불렀고, 청각장애를 가진 출연자들은 수어로 국가를 표현했다.
패럴림픽 마스코트 '쉐룽룽'이 스케이트를 타고 등장한 뒤에는 이번 대회 주인공인 각국 선수단이 입장을 시작했다. 벨기에가 가장 먼저 입장했다. 관중들은 깃발을 흔들며 선수단의 입장을 지켜봤는데, 4번째 순서로 우크라이나 선수단이 소개되자 짧게 환호와 박수가 나오기도 했다.
한국은 중국 간체자 획순에 따라 46개 팀 중 35번째로 들어섰다. 우리나라는 이번 대회에 선수 32명을 포함해 82명의 선수단을 파견했다. 개회식에 한국에서는 윤경선 한국선수단장을 비롯한 임원과 선수 18명(하키 13명·컬링 5명) 등 총 41명이 참가했다.
기수는 혼성 휠체어컬링 대표팀 '장윤정 고백'(의정부 롤링스톤)의 리드 백혜진이 맡았다. 한국 동계패럴림픽 참가 사상 여성 선수가 단독 기수로 나선 건 처음이다. 지난해 2020 도쿄 하계패럴림픽에선 보치아 최예진이 어머니 문우영 씨와 태극기를 든 바 있다.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패럴림픽 개최국인 이탈리아는 45번째로 등장했고, 개최국 중국이 홈 관중의 환호를 받으며 마지막인 46번째로 입장했다.
파슨스 IPC 위원장은 '평화'와 '반전'을 강조하는 연설을 했다. 파슨스 위원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현재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공포스럽다'고 표현하며, '21세기는 전쟁이나 증오가 아니라 대화와 외교에 임할 때'이고 '올림픽과 패럴림픽 기간 휴전 협정은 제 76차 유엔 총회에서 193개 회원국에 의해 채택된 것이므로 위반해서는 안 된다'고 전해 박수를 받았다.
연설이 끝나자 시진핑 주석이 개회를 선언했다. 이어진 행사에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장애를 가진 자원봉사자와 운동선수, 무용수, 의족을 차고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등반가, 장애인과 비장애인 커플, 쌍둥이 등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해 세상을 밝힌다.
패럴림픽의 상징인 아지토스는 한 시각장애인 출연자의 손바닥에서 다른 이들의 손으로 옮겨지며 모습을 드러냈다. 이는 더 많은 장애인이 스포츠를 통해 삶을 변화시키길 기대하는 손짓이다. 주최 측은 "역대 패럴림픽에서 가장 작은 아지토스를 선보이게 될 것"이라면서도 이 순간이 개회식의 '하이라이트'라고 설명했다.
패럴림픽기가 게양될 때는 시각장애 관악합주단이 패럴림픽 찬가를 연주했다. 10∼22세의 학생 47명으로 구성된 합주단은 악보를 볼 수 없음에도 116일의 연습을 통해 완벽한 무대를 꾸몄다.
개회식 막바지엔 '동계패럴림픽 왈츠'를 선보였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무대를 꾸미며 '화합'을 표현했다.
마지막은 성화 점화와 불꽃놀이가 장식했다. 패럴림픽 발상지인 영국 스토크맨더빌에서 채화된 성화가 가상으로 전달되고, 베이징, 옌칭, 장자커우 지역의 8개 도시의 불꽃이 하나로 합쳐졌다. 중국의 역대 패럴림피언 8명이 경기장에서 성화를 이어받았고, 패럴림픽 육상에서만 금메달 4개를 획득한 리돤이 최종 주자로 나섰다. 올림픽 때처럼 거대한 눈꽃 송이 모형의 가운데 설치된 안치대에 성화봉을 끼워 넣는 것으로 성화 최종 점화가 끝났다. 시각장애 선수인 리돤이 여러 번의 시도 끝에 성화봉을 꽂자 경기장에선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