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지 작가, '아동문학계의 노벨상' 한국 최초 수상…역대 수상자는?
역대 수상작 '말괄량이 삐삐' '무민' '돼지책' '찰리와 초콜릿 공장' 작가 이수지, '볼로냐 라가치상', '보스턴 글로브 혼 북 명예상' 등 국제적 주목 받아와 문대통령 '세계 그림책의 새 역사를 만들어왔다' 축하의 글 전해
[월드투데이 안신희 기자] 이수지 작가(48)가 한국 작가로서는 최초로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HCAA)을 수상해 찬사를 받고 있다.
안데르센상은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IBBY)에서 주관하는 아동문학상으로, 덴마크 출신 동화작가인 안데르센을 기리고자 1956년 만들어졌다. 격년으로 선정 수여되어 일각에서는 '노벨문학상보다 받기 힘든 상'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심사는 특정 작품이 아니라 작가가 창작해온 모든 작품을 대상으로 한다. 상금은 없지만 덴마크의 왕이 직접 증서와 메달을 수여하는 권위 있는 상이다. 역대 수상자로는 '말괄량이 삐삐'의 저자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돼지책'의 저자 앤서니 브라운, '무민' 작가 토베 얀손,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 그림을 그린 퀜틴 블레이크 등이 있다.
IBBY는 지난 21일 이탈리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개막 기자회견에서, 일러스트레이터 부문에서 이 작가가 수상했음을 밝혔다. 이 작가는 2016년에도 한국 작가 최초로 안데르센상 일러스트레이터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던 바 있다. 이번 수상을 두고 이 작가는 폴란드의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캐나다의 시드니 스미스, 일본의 아라이 료지, 이탈리아의 베아트리체 알레마냐 등의 작가들과 경쟁했다.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 한국위원회(KBBY)는 이 작가의 수상 소식을 전하며, 그가 책의 물성을 토대로 아이의 현실과 환상 세계를 탐구하며 그림책의 표현 영역을 확장해온 작가라고 표현했다. '글 없는 그림책으로 시각 언어의 가능성을 실험'한다는 점과, '세계를 탐험하는 주체로서 여성을 작품에 표현'한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이 작가가 다른 그림책 작가들과 함께 활동하는 창작 공동체 '바캉스 프로젝트' 또한 언급하며 한국의 전래이야기를 새롭게 해석하며 그림책 문화를 풍성하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수지 작가는 1996년에 서울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2001년에는 영국 캠버웰예술대학교에서 북아트 석사를 마친 뒤 그림책 작가로서 본격적인 집필을 시작했다. 저서로는 '선', '여름이 온다', '이렇게 멋진 날', '파도야 놀자', '검은 새', '거울 속으로' 등이 있다.
이 작가는 안데르센상 수상 이전에도 국제적으로 주목받아온 작가다.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을 모티브로 한 그림책 '여름이 온다'는 지난달 보로냐 라가치상 픽션 부문 스페셜 멘션(우수상)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는 지난 해 중국 작가 차오원쉬안의 글에 이 작가가 그림을 입힌 작품 '우로마'에 이어 연속 수상이었다. '여름이 온다'는 중국, 스페인, 포르투갈, 프랑스, 이탈리아 등 5개국에 판권이 판매되었다.
또한 이 작가는 '토끼들의 복수'로 '스위스의 가장 아름다운 책' 상을 받았으며, '이 작은 책을 펼쳐봐'로 보스턴 글로브 혼 북 명예상을 받았다. '파도야 놀자'와 '그림자놀이'는 뉴욕타임스 우수그림책에 선정되었던 바 있으며, '동물원'은 미국 영어교사협회 우수 그림책에 뽑혔다. 첫 그림책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영국 테이트 모던 아티스트 북 컬렉션에 소장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수지 작가의 수상 발표 다음날인 지난 22일, sns를 통해 '세계 그림책의 새 역사를 만들어왔다', '출판 한류의 위상을 높였다'는 표현 등을 사용하며 축하의 말을 전했다. 또 오디오매거진 '조용한 생활'의 진행자 김혜리 영화평론가는 이수지 작가가 그린 3월호 표지를 sns에 올리며 축하의 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