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북리뷰]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1②

[오늘의 북리뷰]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1①에 이은 리뷰... 우수작품상 수상작 - '만나게 되면 알게 될 거야' '아가씨 유정도 하지', '차고 뜨거운'

2022-04-09     이주원 기자

[월드투데이 이주원 기자]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1①에 이어 우수작품상을 수상한 단편소설 세 작품을 리뷰한다.

박솔뫼 작가 - 만나게 되면 알게 될거야

[사진=픽사베이]

'서원'은 '기정'이 여러 연인들과 사귀면서도 정작 자신에게는 이성적 관심을 주지 않는 것에 대해 서운해한다. 그리고 '기정'이 결국 다른 연인과 결혼 계획을 잡자 낙심한 '서원'은 어느 날 골목 건물 계단에 홀로 앉아 슬프게 운다.

추운 날 울고 있는 기정의 코에서는 콧물이 흐르는데, 콧물 위에 있는 서원의 '코', 그리고 콧물이 흘러 도착하는 '입술'에서는 각기 다른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서원의 코에서 일어났던 일은 기정의 집에서 저녁식사 냄새를 즐겁게 맡은 것이고, 바로 밑 입술에서 일어난 일은 부르튼 입술에서 나온 피를 슬프고 애처롭게 맛봤던 것이다. 즉 골목 계단에 앉아 울고 있는 서원의 '코'에서 나온 '콧물'은 즐거웠던 '코'에서 나와 슬펐던 '입술'로 내려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 기정은 슬피 우는 자신의 콧물을 닦아주는 또 다른 사랑을 만나게 되는데 이것이 기정의 콧물에서 일어난 일이다. 

이로써 도입부에서 서원의 '코'에서 나온 '콧물'이 '입'으로 내려가는 것의 의미가 널브러졌던 퍼즐이 짜 맞춰지듯 소설 전체를 관통한다.

박솔뫼 작가의 '만나면 알게 될 거야'라는 한 인물의 애절한 짝사랑과 새로운 사랑의 만남을 실험적이고 독특한 문체로 표현했다. 인물들의 행동은 세밀하고 감각적으로 묘사하면서도 속마음은 최대한 절제하여 나타내는데, 이는 마치 한편의 무성영화를 보는 것처럼 작품의 공백을 상상력으로 틈틈이 채워나가는 느낌을 제공한다. 

은희경 작가 - '아가씨 유정도 하지'

[사진=픽사베이]

어느 날 '나'는 뉴욕시 도서관 협회에서 열리는 행사를 위해 어머니와 함께 뉴욕으로 떠나게 된다. 그리고 '나'는 그곳에서 자신이 지금껏 알지 못했던 어머니의 다른 모습을 보게 된다.

사소한 것들, 즉 어머니가 재즈 음악 듣는 것과 피자를 종류별로 먹어보는 것을 좋아하는 것을 일평생 알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은 '나'는 어머니가 마치 다른 사람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 모두 내가 아들로서 바라본 어머니의 모습일 뿐이다. 결국은 어머니가 아니라 나의 서사인 것이다.

소설 속에서 '나'는 어머니가 보통의 '노인'답지 않고 '어머니'답지 않다고 생각하며 스스로의 관형적 틀로 해석한다. 하지만 이 역시 어머니의 일부를 재해석 한 것일 뿐, '나'는 앞으로도 결코 어머니의 모습을 일반화할 수 없을 것이다. 평범한 '노인'으로 사는 것을 거부하는 어머니의 진짜 모습은 과연 무엇일까.

'아가씨 유정도 하지'라는 소설의 제목도 '유정'이라는 어머니의 이름을 '아가씨'에 넌지시 비유하는데, 스스로를 전형적인 '노인'이라는 규격 안에 맞추는 것을 거부하고 마치 젊은 청년처럼 살아가는 82세 '유정'씨의 모습은 우리에게 신선함을 준다.

최진영 작가 - '차고 뜨거운'

[사진=픽사베이]

'나'는 어린 시절 난폭한 아버지와 무심한 어머니 사이에서 자랐다. 술을 마시고 가족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던 아버지는 13살 무렵 '나'의 마음속에서 지워버렸다. 

아버지만큼은 아니지만 '나'의 어머니도 매사에 무뚝뚝하며 자식들이 자신이 정해 놓은 틀에서만 살기 바라는 고집스러운 분이셨다. '나'는 결혼을 한 후에도 자신의 주관을 들이미는 어머니를 보며 어머니는 '나'도 당신처럼 불행하길 바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이런 어머니가 미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된다.

소설의 제목은 대개 소설의 주제를 함축한다. 최진영 작가의 '차고 뜨거운' 역시 제목을 통해 소설을 이해해 볼 수 있다. 소설 속 '나'는 주로 '차가운 잣대'로만 자신의 어머니를 평가하는 듯하지만, 어머니에 대한 '뜨거운 이해' 역시 마음 한구석에 담아두고 있다. 그리고 소설 말미에는 13살에 이미 상상을 통해 없애버렸다고 생각했던 '나의 아버지'를 향한 이해의 여지도 보여준다.

아빠를 추억하는 말조차 하지 않았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아직은······아직까지는.

딸인 자신을 항상 무시하고 인격적으로 짓밟았던 '나의 아버지'에 대해 '아직은······'이라며 넌지시 이해의 여지를 남기는 '나'는 진정으로 차가운 사람일까, 아니면 뜨거운 사람일까. 

우리 모두는 주변에 있는 타인을 차갑게, 때로는 뜨겁게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모두 역시 이해의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