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이코노미] 중국-싱가포르 경제협력 ①쑤저우공업단지
덩 샤오핑, 리콴유에게 가르침 받다 '경기도 면적 80%' 대규모 공단 조성 개성공단 재가동 당시 모델로 제시돼...
[월드투데이 최도식 기자] 중국과 싱가포르 간의 본격적인 경제협력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싱가포르는 과거부터 중국과 끈끈한 협력관계를 맺어왔다.
정치적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지만 국가 발전을 명분으로 리콴유 전 총리가 26년 간 장기집권했으며, 이 과정에서 언론의 자유 등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사회주의 국가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이른바 '아시아식 민주주의'라 불리는 이러한 정치체제 덕분에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과도 정치적으로 크게 대립하지 않았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싱가포르에 진출한 많은 중국인들이 화교네트워크를 형성하면서 중국과 싱가포르가 경제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양국의 활발한 교류는 교역액을 통해 증명된다. 중국은 싱가포르의 최대 교역국으로 양국은 매년 1,000억달러 규모의 거래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 2014년에는 싱가포르가 중국 주도의 글로벌 경제협력기구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창설 멤버로 참여해 중국과 정치·경제적으로 끈끈한 의리를 과시했다.
중국 역시 도시를 중심으로 싱가포르와 대규모 협력사업을 벌여오고 있다. 양국 정부 간 주요 협력 사업으로 쑤저우공업단지, 톈진에코시티, 충칭연계프로젝트 등이 언급된다. 그 중에서도 1994년에 시작된 쑤저우공업단지 건설은 양국 간 경제협력 프로젝트가 본격화되는 시발탄으로서 경제적 중요성을 넘어 상징적인 의미까지 지닌다.
쑤저우공업단지는 중국 개혁·개방의 아버지로 평가받는 덩 샤오핑 시절 탄생했다. 리콴유 총리가 이끄는 싱가포르가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성공을 거두자 덩 샤오핑은 싱가포르의 선진 시스템을 받아들이고자 개혁·개방의 중심지인 화동지방에 대규모 국제 공업단지를 건설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 때문에 싱가포르는 중국 정부로부터 사업에 대한 전권을 물려받아 도시계획과 기반시설에서부터 물류시스템, 채용과 급여, 사회보험제도에 이르는 모든 분야를 직접 설계했다.
싱가포르 입장에서는 중국 경제중심지인 화동지역을 선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프로젝트였다. 특히 공단이 들어선 자리는 중국 최대 경제 도시인 상하이와 '남경'으로 불리며 강남지역의 거점 도시 역할을 해왔던 난징의 사이에 위치하고 있었다. 이에 싱가포르는 자국 화교 자본을 투입해 이 사업에 참여했다. 또 검증된 싱가포르 시스템이 도입된다는 소식에 외국 자본도 추가로 유치할 수 있었다.
쑤저우공업단지는 그 규모 면에서도 엄청난 면적을 자랑한다. 경기도 면적의 80% 이상에 달하는 288㎢로 현재 1만 3천여 개의 중국 기업과 5천개의 외국기업이 입주해 있다.
공단 뿐만 아니라 산학협력에도 많은 지분을 할애하고 있다. 단지 내 대학원지구에는 중국과학기술대와 싱가포르국립대를 비롯해 영국 리버풀대학 등 18개 학교에 7만 명의 학생들이 재학 중이며, 23 곳의 연구원이 입주해 있다.
이처럼 싱가포르의 노하우와 쑤저우 지역의 지리적 이점이 더해지면서 이 지역에서 연간 약 30~40조원 규모의 GDP를 생산해내고 있다. 공업단지 건립으로 쑤저우의 중심 산업은 방직·야금에서 가전제품, 컴퓨터, LCD 등 통신정보로 옮겨갔으며, 최근에는 새로운 산업트랜드에 발맞춰 신재생에너지 차량, 3D 프린터, 공업용 로봇 분야에서 비약적인 생산량 증대를 보여주고 있다.
한편 쑤저우공업단지는 한국과도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공업지구에는 당시 최첨단 기술 분야로 분류됐던 통신, 바이오, 나노 분야의 기업들과 연구소가 들어섰는데,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가전, 컴퓨터, LCD 모듈 분야의 중국시장 진출을 위해 이 지역에 반도체 후공정 공장과 가전 공장 등을 입주시켰다.
지난 2013년에 재가동된 남북 개성공단 역시 쑤저우공업단지를 모델로 하고 있다. 자본주의 국가인 싱가포르와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의 합작 모델이라는 점에 착안해 한국과 북한의 경제협력 모델로 쑤저우공업단지가 채택된 것이다.